수술실 CCTV 설치 논의 과정이 어린이집 CCTV 설치 과정과 유사해 입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부대표로 활동하는 서영현 변호사는 29일 의협회관서 열린 ‘제46차 의료정책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입법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서 변호사는 “수술환자는 마취상태에 있기 때문에 의식이 없고, 보호자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사고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없고, 수술실에서 행해진 의료행위에 대해 대등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라며, “환자는 대리수술이나 인권침해 등 부실 의료행위가 행해져도 이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주장이 제기됐다.”라며, 갑자기 의제로 솟아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환자단체가 국회에서 릴레이 시위를 하기도 했다. 올해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이탈로 한차례 철회되긴 했지만 법안이 곧바로 재발의됐고, 참여 의원이 더 늘었다.”라며, “입법화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경기도에서 CCTV 설치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최근 수술실에서 유사한 사건 하나만 나오면 바로 입법화될 가능성 크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논란 당시 부모 측은 ▲어린이 인권 보호 ▲설치만으로 범죄 예방 효과 ▲학대 발생시 증거자료 확보 등을 이유로 찬성했고, 어린이집 운영자 및 보육교사 측은 ▲교사사행활 보호 ▲설치비용 부담 문제 ▲입법례 없음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2015년 5월 18일 어린이집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호자의 영상정보 열람권한을 부여하는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됐고, 같은 해 9월 19일부터 시행됐다.

반대 측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아동학대 방지 및 적발을 위해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며,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 변호사는 “어린이집 CCTV 설치와 수수실 CCTV 설치 모두 찬반 의견이 유사하다.”라며, “부모 90% 이상이 찬성한 점과,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입법이 되면 헌법재판소로 가도 어린이집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서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9초에 한번씩 CCTV에 노출되고 있다.”라며, “그런 방향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CCTV 설치가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는데는 이론이 없다. CCTV의 범죄예방과 적발효과는 검증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입법된 사례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입법이 안됐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 대리수술 등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는 일부 비윤리적인 사건ㆍ사고로 위협을 증폭시켜 확대재생산 할 수 있다.”라며, “면허자율기구나 대안 제시로 해결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환자 비밀 누설과 전파의 위험성이 크고, 불필요한 재원을 투입해야 하며, 수술실 업무 효율성 방해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시체제하에서 방어적 의료를 유도함으로써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토론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연세의대 이일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CCTV 설치 법안 찬반보다 의사의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일학 교수는 “CCTV 설치는 결국은 의사에 대한 불신문제다.”라며, “나보다 권한이 큰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법을 만들어서라도 의사를 규율해야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은 의사를 믿으라고 하고, 사회는 믿을 수 있게 증명하라고 한다. CCTV 설치는 이 균형점이 낮은 것을 보여준다.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하려면 대화가 소통 필요하다. 법안자체에 대한 논의보다는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CTV를 설치해서 효과를 확인해 보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동산 SBS 의학전문기자는 “CCTV 설치로 의료사고들이 막아지는게 확실하다면 왜 다른 나라들은 하고 있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의료단체가 CCTV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CCTV 설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방법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조 기자는 “서울대병원 등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불법행위 예방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의료인의 위축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선제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을 역으로 제안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CCTV 설치가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손실을 부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대표 변호사는 “CCTV를 설치하면 얻을수 있는 이익은 손에 잡힌다. 대리수술이 근절되고 환자인권 유린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해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불법행위, 과실에 의한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료행위가 적절하게 행해졌는지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이익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렇지만 우리사회가 불신사회로 가속화될 것이다. CCTV 설치 의무화가 이뤄지면 단기적으로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불신이 더 커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가 의사를 믿지 않는데 의사도 환자를 믿지 않을 것이다. 의사는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진료를 하게 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돼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CCTV 설치 논란에서 지적되는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CCTV 설치와 별개로 병원의 보안 문제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개인정보유출 문제는 수술방 CCTV 문제가 아니다. 유독 수술방 CCTV 정보유출을 우려하는데, 이는 기존 전자차트 유출도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병원의 보안시스템이 안전한가를 논의해야 할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의사협회가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CCTV 설치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 동의없이 CCTV를 설치한 병원을 찾아서 고발할 것과, 기존 촬영한 영상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것, 직장 내 CCTV 설치에 반대한 노동자를 만나 연대할 것, PA에 의한 수술을 막을 효과적인 대안 등을 의사협회가 제시하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그동안 의협에서 윤리교육 강화, 의대 교육 개선, 면허관리기구를 통한 자율규제 등 충분히 대안을 제안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이사는 “공공기관이나, 42개 상급종합병원, 또는 통계상 의료사고가 잦은 의료기관에 먼저 CCTV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비용 문제나 의사와 환자간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임기영 아주의대 교수는 “의사들은 환자와의 라포, 자율규제, 동료평가, 전문가주의 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중요한 가치로 인정해 주는데 우리 사회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러다보니 의사들이 CCTV 반대 이유로 환자비밀 누설, 근무자 감시, 역량 위축, 비용 문제, 교육기회 저하 등을 제시하는데, 얼마든지 공격당할수 있는 이유가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라는 말로 CCTV 설치 논의가 평행선을 긋는 이유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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