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교육 시간과 수가, 본인부담금, 환자 인센티브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와 관련 용역을 진행해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 27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기존 고혈압ㆍ당뇨병 관리사업의 장점을 연계ㆍ통합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6월 24일 현재 약 2,000여 개 동네의원이 참여해 13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박형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단장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추진현황과 과제’를 통해 의료기관 당뇨병 치료 및 관리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당뇨병 유병자의 43.1%가 치료를 받지 않고, 진단자의 90.5%가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유병자와 진단자 혈당조절 수준 분포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당뇨병 유병자의 낮은 인지율과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공적 역할을 확대하고, 환자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단장은 시ㆍ군ㆍ구 수준의 고혈압ㆍ당뇨병 관리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박 단장은 “현재는 보건소와 의원이 각각 서비스 제공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시ㆍ군ㆍ구 수준의 고혈압ㆍ당뇨병 관리의 구체적 현황, 문제점, 개선과제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네의원 환자 진료내용, 특히 당뇨병 관리의 수준 향상이 시급하다.”면서, “시ㆍ군ㆍ구 수준의 고혈압ㆍ당뇨병 관리 현황과 개선과제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해야 하며, 고혈압ㆍ당뇨병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향상을 위한 협력 활성화가 기본 방향이다.”라고 역설했다.

박 단장은 향후 효과적인 본사업 전환을 위한 추진과제로 ▲고당 등록관리사업 및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통합 방안 마련 ▲시범사업 모니터링 및 평가 기반 개선과제 도출 및 개선 ▲동네의원 팀 접근 확산 및 활성화 지원 기반 마련 ▲효과적인 만성질환관리 지역사회 거버넌스 활성화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성과 평가 기반 인센티브 제공 방안 개발 등, 보상체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김정하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의료계 입장에서 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전망’을 통해 우려점과 개선점을 전했다.

김 이사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선정의원은 4차까지 총 2,602개인데, 최종적으로 환자를 등록한 의원은 1,332개로 51.2%에 그쳤다.”라고 설명했다.

또, 시범사업 참여의 지역별 차이 및 참여 의사 연령분포의 불균형 지적하고, 시범사업으로 의료비를 경감할 수 있는지, 고혈압ㆍ당뇨병 환자의 치료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만관제가 동네의원 역할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도움이 될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이사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전망은 쉽지 않다.”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기대대로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자 측면 뿐 아니라, 우리 의료체계와 사회ㆍ경제환경, 국민인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의사회와 동네의사의 동의 및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라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동네의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사업 참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편함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좀 더 건설적인 형태의 만관제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의료계 인사들은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교육 시간과 수가 개선, 현실적인 환자 인센티브 등을 요구했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환자들이 긴 시간의 교육은 지루해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 한다.”라면서, 교육 후 팜플렛 등을 배포할 것을 제안했다.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이번 시범사업은 과거 유사한 사업과 비교해 참여도가 높고 당뇨병 환자 비율이 높다는 점도 고무적이다.”라며, “아쉬운 점은 의사와 환자 수용성을 더 높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의사 입장에선 환자에게 설명하면 수긍해서 사업에 참여해줘야 하는데, 본인부담금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예방접종, NIP, 결핵관리 등은 본인부담금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행 중이고, 다른 나라는 만성질환 관리도 본인부담금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부담금은 필요없는 의료행위, 의료쇼핑, 과잉진료 등의 문제 때문에 있는 것인데, 만성질환관리는 진료 양이 정해져 있다. 오히려 본인부담금 때문에 필수적인 부분이 못 들어오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이 부분은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 이사는 의사 수용성 측면에서 가장 큰 독소조항은 교육 시간을 ‘10분’, ‘30분’ 등으로 정해놓은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반드시 그 시간을 지키라고 하지는 않지만 향후 본사업에서는 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삭감, 행정처분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의사가 3만 4,000원 받고 30분간 환자 상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쁜 환자도 듣고 있기 힘들다.”라며, “교육은 5~10분 이내로 핵심내용을 잘 전달하는 방향으로 해야지, 시간에 연연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태선 대한당뇨병학회 부회장은 “교육시간 30분이 너무 길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짧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독일 모델처럼 당뇨 환자 보는 날은 교육만 하고 다른 환자는 안 보는 당뇨병전문센터 식으로 가야 한다. 의사에게 그만큼 돈을 주고 환자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박 부회장은 또, 수가의 비현실성과 환자 바우처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40세 이상 환자에게는 맞춤형 검진바우처가 제공된다. 시범기간 내 1회 만성질환관리 통합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에서 질환별 해당 검사항목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질환별 검사 바우처 항목을 보면, 고혈압은 심전도, 포타슘(K), 소디움(Na), 당뇨병은 미세알부민뇨, 안저, 당화혈색소, 고혈압+당뇨병은 심전도, 포타슘(K), 소디움(Na), 미세알부민뇨, 안저, 당화혈색소 등이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바우처가 환자를 위한건지 의사를 위한건지 모르겠다. 해당 검사결과는 환자가 전혀 못 알아듣는 숫자들이다.”라며, “환자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모품을 바우처로 줘야지, 의사가 아는 숫자를 바우처로 주고 환자를 유인하는건 환자를 잘 모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간호계 패널은 만성질환 관리에서 간호사의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한영란 대한간호협회 정책위원(동국대 교수)은 “만성질환 관리 상당 부분 업무가 의사의 지식, 수준이 아니어도 가능해서 간호사 영역이 확대되는게 세계적 추세다.”라며,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 변경을 위해서는 의료인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 의료법상 간호사 역할에는 교육, 상담, 건강증진 활동 기획 및 수행이 중요하게 제시돼 있다.”라며, “노인, 외국인, 문맹 교육을 어떻게 할지, 행동변화전략 등 여러 이론이 있다. 자원 연계 등 방법이 많은데 학부에서 배웠고 실제 임상실습에서 했던 간호사는 잘 할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간호사가 교육ㆍ상담을 잘 하면 의사 업무량을 감소시켜 의사는 더 복잡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일차의료비용도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한 위원은 케어코디네이터의 역할과 관련해 선진국은 이미 간호사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네의원은 간호조무사가 많고, 간호사라고 해도 독자적 교육을 받거나 케어플랜 작성은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간호사가 케어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라며, 간호협회가 해당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며 조만간 실시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소비자단체는 정부가 수요자의 의견도 귀담아 듣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정수 소비자재단 사무국장은 “오늘 의료공급자 측면의 이야기만 들은 것 같다. 이 시범사업에 등록된 환자 의견은 어떤지 조사하고 분석해 본사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공급자 입장도 중요하겠지만, 수요자 중심의 관리기술을 개발하고 정보 확산 및 교육ㆍ훈련하는게 중요하다.”라며, “소비자의 사회ㆍ경제적 수준과 질병단계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확산하고, 다양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스템 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송기민 경실련 정책위원(한양대 교수)은 “앞으로 계속 늘어나는 보험료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된다.”면서,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하고, 공단은 보험료 부과체계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또, “과잉진료는 막아야 하지만, 국민의 의료 이용을 제한해선 안 된다.”라며, “고령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의료직종 간의 이권다툼이 되면 안 된다. 의사인력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이날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시범사업을 평가ㆍ보완하고, 정식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1억 8,000만원의 용역비를 마련해 의사협회와 함께 지금까지 진행된 시범사업을 평가하겠다. 사실 참여의원 수도 적고 보완할 부분도 많지만, 계속해서 연구조사를 통해 개선하고 정식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본인부담금 지적에 대해서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건강보험의 전체 상황도 봐야 하고 재정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케어코디네이터 자격과 관련해서는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와 영양사 외 다른 직역을 요구했다. 6개월 이상 운영하며 고용상황, 활동 등을 보자고 해서 시범기관을 모니터링 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보다는 환자 만족도가 핵심인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향후에도 이를 중심으로 제도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건보공단 측은 전국 지사 인프라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신순애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관리실장은 “건강보험은 중앙집권화됐지만, 만성질환관리는 어떻게 지역 단위로 활성화할지가 공단의 과제다.”라며, “우리의 강점인 전국 지사 인프라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갖고 지역사회가 지역의사회, 보건소 중심으로 지역문제를 파악하고 방향성을 만들어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미 99개의 지표를 만들어놨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추가로 사업과 관련해 지역의사회, 보건소가 요구하는 지표도 만들어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방향성 결정하는데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신 실장은 “참여 의원의 적극적인 활동이 중요한데, 일부 장애요인인 복잡성과 판단 미스에 대한 지적이 있다.”면서, “정보시스템 적응을 돕기 위해 사용자협의체를 구성해 참여의원이 겪는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교육자료도 다양하게 만들어 제공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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