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부터 다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2016년 부산시를 시작으로 지자체 의회마다 한방난임치료 지원 관련 조례를 제ㆍ개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 15개 광역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한방 난임치료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전라남도의회가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 근거를 담은 모자보건 조례를 발의해 오는 18일 본회의에서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방 난임치료 지원 조례안 제ㆍ개정이 확산되자 의사단체들이 적극 저지에 나서는 형국이다.

지난 2016년 부산시의회에서 한방난임치료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될 당시 부산시의사회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진행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대조군 선정 문제 ▲연구 대상 모집 기준 미충족 ▲임신효과 검증 불분명 ▲태아 안전성 미 검토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올해 5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승아 의원이 제안한 한방 난임치료 지원 조례안이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서 다뤄졌으나 미처리됐다.

이는 제주도의사회가 기존 지원사업의 낮은 임신성공률 등 근거를 제시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주도의사회에 따르면, 제주도와 제주도한의사회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동안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 임신성공률이 4.1%에 불과했다.

제주도의사회는 한약재의 안전성 우려도 집중 제기했다.

제주도는 한방난임치료를 지원한 5년 동안 한해 평균 2,200만원을 투입했다.  

지난 12일에는 충북의사회와 전남의사회가 한방난임사업 지원에 대해 비판했다.

충북의사회는 낮은 임신성공률과 대상자 선정 문제 등을 지적하며 청주시의 한방난임사업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전남의사회는 전남도의회를 향해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 근거를 담은 모자보건 조례를 폐지하고,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난임치료를 지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최근 바른의료연구소는 경기도와 전라남도의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의 낮은 임신성공률을 지적하며 도민의 혈세로 생색내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바른의료연구소는 “난임여성의 경우 몇 달 사이에 조기폐경이 될 수도 있다. 한방난임사업으로 인해 보조생식술을 받을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임신예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라며, “도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장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놓고 지자체와 의료계가 충돌하고 있는 형국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지난 2017년 1월 23일 인재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난임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이다.

인재근 의원이 국회의원 14명의 동의를 얻어 발의한 이 법안에는 제11조(보조생식술의 종류)제3항에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3조에 따른 난임시술 의료기관이 준수하여야 할 보조생식술에 관한 의학적ㆍ한의학적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지원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 법안은 2017년 8월 23일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이 난임시술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보조생식술에 관한 의학적ㆍ한의학적 기준에 대해서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한방 난임치료에 대해서는 유효성 및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이한 평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한방 난임치료는 과학적 근거나 의학적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보조생식술’의 진단과 시술 등은 한의학에서 다루는 범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의사협회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지원 근거가 충분하고, 보조생식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보조생식술’이 아니라 ‘한의약 난임치료’에 대한 정의를 별도로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의사협회는 지자체에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지자체의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확산이 한방 난임치료의 법률안 제정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인재근 의원의 ‘난임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소관위원회 소위에서 상정되지 않고 2년째 계류중이다. 20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안폐기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확산된다면 차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재발의될 수 있고,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관련 조례안의 제ㆍ개정을 저지하고, 지원사업의 축소 또는 폐지를 추진하는 반면, 한의계는 지역한의사회를 중심으로 지자체의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폐지와 확대를 주장하는 의료계와 한의계 중 누가 승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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