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감염자에게 잠복결핵감염치료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지만, 정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염성결핵환자 업무종사와 관련한 처벌수위도 상향 조정은 필요하나, 타 법률과 비교해 적정 수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결핵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김 의원은 “현행법에 따른 결핵예방 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연간 3만 여 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하는 등 세계 1위의 결핵발병률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현행법의 결핵예방을 위한 조치를 보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전염성결핵환자가 소속한 사업장 등에서 생활을 같이 한 사람에 대해 결핵검진 등을 실시하고, 전염성결핵환자로 확인이 된 경우에는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정지하거나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결핵검진등을 실시해야 하는 집단생활시설에 사업장을 추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잠복결핵감염자에게 잠복결핵감염치료를 의무화하는 것은 잠복결핵의 결핵 이환율, 잠복결핵치료제 복용 시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사업장 역시 학교, 군부대, 사회복지시설 등과 같이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장시간 함께 생활하는 집단생활시설의 하나이므로, 전염성결핵환자가 소속한 사업장에서 생활을 같이 한 자도 전염성결핵환자 접촉자의 예시로서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려는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면서도, “개정안과 같이 규정하게 되면 전염성결핵환자 접촉자에 대한 검진 실시결과 잠복결핵감염자가 발견된 경우에는 반드시 잠복결핵치료를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는 점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실은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현재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결핵과는 다르게 증상이 없고, 몸 밖으로 결핵균이 배출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하지 않는다.”라며, “잠복결핵감염자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어, 잠복결핵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치료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전염성결핵환자에 대한 업무종사 정지 또는 금지 의무를 위반한 환자, 환자의 사업주 또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현행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처벌수위 상향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타 법률과 비교해 적정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보건복지부는 “전염성결핵환자 업무종사 정지 또는 금지 의무의 실효성을 위해 처벌수위의 상향 조정은 필요하나, 타 법률과 비교해 적정 수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도 “처벌수위 상향을 통해 전염성결핵환자에 대한 업무종자 정지 또는 금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의 경우 취업이 제한되는 업소에 종사한 감염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감염인을 해당 업소에 종사하도록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결핵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학교 또는 사업장에 대해 환경개선 등을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한편, 관할 지역교육청 또는 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학교 또는 사업장의 위생환경 개선 등에 관한 지도ㆍ감독 및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관계부처와 전문위원실은 모두 해당 조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위생환경의 개념이 모호하며, 결핵의 집단발생 원인은 대부분 결핵환자의 진단지연, 치료 비순응 및 지속적인 접촉에 의한 전파 등 환자와 직접 관련된 요인이다.”라며, “사업장에 대한 위생환경 개선명령보다는 결핵검진, 전염성결핵환자 관리 및 접촉자 조사 등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도 “위생환경 개선 명령의 주체와 이를 지도ㆍ감독할 수 있는 주체를 분리해 규정하는 것은 법 적용에 혼선이 우려되며, 전문성이 없는 지방고용노동청이 지도ㆍ감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따르는 것이 결핵 예방에 효과적이며 법 체계적 관점에서도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역시 “환경개선 명령권과 이에 필요한 지원은 그 시설을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에 함께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고, 결핵 집단 발생에 따라 환경개선이 필요한 시설을 학교와 사업장으로 국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환경개선 명령 대상 시설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도 “결핵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학교 및 사업장에 대해 위생환경 개선 조치 등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결핵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면서도, “결핵의 전염 및 집단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결핵균을 배출하는 전염성결핵환자를 격리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학교나 사업장의 위생환경의 개선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전염성결핵환자가 배출한 결핵균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숨을 들이쉬면서 흡입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지고, 식기, 의류 등 환자의 물건이나 음식을 통해서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결핵 집단발생 학교 및 사업장에 대한 환경개선 명령의 주체를 보건복지부장관 등으로 규정하면서도, 해당 학교 및 사업장의 위생환경 개선 등에 대한 지도ㆍ감독 및 지원의 주체는 관할 지역교육청 또는 지방고용노동청으로 규정해 행정명령의 효율적인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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