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문화를 조성하고 국민 개개인이 웰다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죽음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웰다잉시민운동과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는 10일 국회도서관에서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의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도화된 기술로 죽어가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갑작스런 죽음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이 많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대학교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웰다잉정책으로 죽음준비교육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죽음교육이 필요하다. 죽음교육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죽음을 주체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준비교육으로써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삶의 유한성을 재인식해서 보다 풍요롭고 의미있는 삶을 꾸려가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죽음교육은 생애주기별 상이한 죽음에 대한 인식과 이해, 죽음에 대한 대비를 포함하고 있어 생애주기별 교육내용이 필요하다.”라며, “고령층 대상 교육뿐만 아니라 자신 및 가족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삶을 더 의미있게 살수 있도록 중장년 층 대상 교육, 대학생 등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서 교수는 죽음준비교육 전문가 양성과 자격증 도입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죽음교육은 생사를 다루기 때문에 타인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교육내용과 방식에 있어서 고도의 윤리적이고 전문적 지식을 요구한다.”라며, “죽음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질높은 죽음교육 전문가 양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죽음교육전문가 양성시스템을 도입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죽음교육협회를 창립하고 표준교육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그는 “죽음교육은 죽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삶을 더 의미있게 살게 하는 교육으로 자살예방교육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들도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사무총장은 “살면서 한순간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데, 고령자가 되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어느 순간부터 삶의 끝자락에 죽음이 존재하고, 죽음이 삶의 연속성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죽음에 임박한 노령층을 대상으로 죽음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세대별로 죽음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문화 형성을 위한 모든 세대의 죽음교육이 정책으로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싸나톨로지협회 임병식 이사장은 “한국도 핵가족화가 심화와 급속한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죽음학에 근거한 세대별 죽음교육과 정규교육과정을 통한 죽음교육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상장례문화학회 이범수 회장도 “발제자가 죽음교육의 필요성과 전체적인 틀을 제시한 데 대해 적극 찬성한다.”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교육 전문가 육성,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죽음교육협회와 교육전문가양성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김명희 사무총장은 “죽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연계해서 논의되고 교육돼야 한다.”라며, “죽음교육을 위해 전문가제도를 도입하고 죽음교육협회를 만드는 것은 적절한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임병식 이사장도 “죽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는 어느 한 기관이나 제도가 주체가 돼 끌고 나갈 수는 없다.”라며, “웰다잉 문화 조성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공교육제도권 안에서의 죽음교육 등의 단계를 통해 제도가 안착되면 삶과 죽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당국은 죽음교육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이상희 과장은 “죽음교육을 당장 정책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선을 긋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방향성을 제시해 주면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 과장은 “(노인이) 병원보다 살던 곳에서 돌아가시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하다. 현재 돌봄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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