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 대표단에 사과하고 시작해야겠다. 정식으로 사과인사 올리고 시작할 문제가 있다. 그동안 공급자단체에 근거중심의 룰을 많이 요청드렸다. 많은 공급자 단체가 수가인상에 필요한 원인사항에 대해 충분히 자료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소위 2차 회의에서 밴드(추가소요재정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고 말했음에도 원치 않는 수치의 밴드가 제시됐다. 원활한 협상과 합리적인 의사판단에 공단이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난감한 정도의 수치가 나왔다. 이해를 구해드리고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오늘 협상과정에서 가입자의 요구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겠지만, 폭이 줄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수가협상의 의미가 퇴색될수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수가협상단장이 지난 29일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 앞에서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인 뒤 한 말이다.

이날 강청희 단장은 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와의 협상에서도 밴드가 낮게 책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중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협상이 아니라 배분이라며 수가협상의 무용론을 주장하던 공급자단체들은 협상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망감을 토로했다.

구체적인 밴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단협상단장의 사과는 공급자단체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강청희 단장은 자신의 발언의 파급력을 의식해서인지 건보공단 출입기자협의회를 대상으로 예정에 없던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강청희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
강청희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

강 단장은 “지난 23일 열린 재정소위에서 가입자 대표와 재정소위 위원들에게 공급자들의 주장을 충분히 전달했다. 또, 현재 적자는 예정된 적자이고 실제 현금 수지 적자가 1,778억에 불과했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적자도 충분히 문재인 케어 5개년 계획 안에 있는 수준의 적자에 머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하지만 소위위원들은 건보재정 건전화와, 앞으로 발생할 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강 단장은 “환산지수 협상에 너무 많은 정치적 요구 조건을 담을 수는 없다. 다만, 가급적 가입자와 공급자의 합의안을 도출해 용납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이해를 돕기 위해서 먼저 병협에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특히, 병협은 그동안 보장성 강화 정책에 적극 협조해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순응할 정책이 많아,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배경을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또, “병협의 주장중 타당성이 있는 부분이 있지만 아직 가입자들과의 눈높이 차이가 있다. 공급자의 요구와 가입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을 약속했다.”라고 덧붙였다.

강 단장은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강 단장은 “일정한 밴드 내에서 수가배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유형이 다 만족할 수 있는 수치가 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전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나올 수 있다.”라면서,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재정소위에 계속 권유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결렬의 경우 공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강 단장은 “전 유형 결렬 또는 일부 의료계 단체에서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정도의 수치에 의해 결렬되는 경우, 공단 협상단이 어떤 협상 여력을 가지고 공급자와 협상할 수 있느냐에 근본적인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5월 31일 오후 7시 재정소위의 밴딩 결정에 따라, 협상을 복지부로 넘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해 공단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강 단장은 한의사협회가 공단과의 1차 협상 후 공단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상황을 언급하며, 이를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강 단장은 “한의협에서 1차 협상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공단 협상단과 협상할 게 없다며 재정소위 위원이 숨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불쾌한 감정을 표시한 적도 있다.”라며, “하지만 가입자와 공급자가 합리적인 판단 기준으로 협상할 수 있는 밴딩수치가 제시되지 않아 협상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공단이 수가 협상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자들이 수가협상 보다는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을 통해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급자들이 수가협상을 정책 수행에 관련한 조건이나 사후 배려 차원에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수가협상은 매년 이뤄지는 환산지수 협상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 과정에서 공급자들이 더 많은 요구를 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한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가 건보공단과 차례로 2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을 마친 뒤 공급자들은 건보공단의 낮은 밴딩 통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의사협회 협상단은 “밴딩 1조 돌파는 꿈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팍팍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다.”라며,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소외돼 나타나는 부분을 반영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병원협회 협상단은 “공단도 기대하지 않은 밴딩이라고 이야기했다.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라며, “구름잡기를 해야 하는데 잘 안잡힌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병협 협상단은 “진료량이 늘었지만 비용도 비례해서 늘어난 부분을 재차 언급했다.”라고 설명했다.

치과의사협회 협상단은 “많은 자료를 제시했고, 높은 수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밴딩이 올라가야 하는데 낮게 책정됐다고 한다. 상대적인 인상률은 모르겠지만 회원들이 기대하는 수치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착잡하다.”라고 아쉬워했다.

치협 협상단은 “밴딩이 낮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가입자단체가 의료이용량 증가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한다. 경제상황이나 가입자상황 등 밴딩이 낮게 정해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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