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에이즈 감염인에 대해 진료를 거부하거나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상반된 검토의견을 내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지난 1월 8일 에이즈 환자에 대한 의료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법에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에이즈 감염인에 대하여 진료를 거부하거나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아니하도록 명시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연도별 신규 에이즈 신고 현황(단위: 명)
연도별 신규 에이즈 신고 현황(단위: 명)

윤일규 의원은 “HIV는 전 세계적인 노력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HIV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의 진료거부 및 차별적 진료가 존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염인에 대한 치료 또는 입원 거부 등 의료차별을 개선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차별 금지 규정 법제화를 권고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HIV 감염인에 대해 진료를 거부하거나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됨을 명시함으로써 감염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규정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 의한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근절하기 위해 개정안의 내용을 수용한다.”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HIIV/AIDS 감염인에 대한 의료차별 금지 법제화는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권고 사항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의료법’ 제15조, ‘응급의료법’ 제6조에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거부 금지 규정이 있다.”라며,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의사협회는 또, “HIV 감염인에 대한 과도한 차별 금지조항은 의료행위에서 반드시 필요한 문진이나 보다 적절한 의료기관으로의 전원 의뢰도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사협회는 “동법 제7조에서 감염인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의료기관에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의 관점에서 의료기관의 책임을 추가적으로 규정하려는 해당 조항의 신설보다는, 감염관리가 가능한 시설의 확충과 감염인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에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권고 결정문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권고 결정문

한편,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 취지가 타당해 보인다며, 법적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효성을 위해 위반시 제재조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위원실은 “현재 ‘의료법’ 제15조제1항에 일반적인 진료거부금지 규정이 마련돼 있기는 하나, 에이즈 감염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아니하여 일반인과 의료인의 사회적 인식이 저조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마련해 그 인식을 제고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 12월 ‘HIV 감염인과 AIDS 환자에 대한 의료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를 통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의료차별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등 법령을 보완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진료 거부의 정당성이라는 불확정적인 개념으로 인해 그 범위가 모호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할 때,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등 구성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법 해석 및 집행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감염인(HIV/AIDS) 의료차별 실태조사’에서 ‘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 시 ’의료법‘을 통해 의료인을 고소ㆍ처벌할 수 있으나,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의료법’을 통한 구제는 쉽지 않다’고 논의됨 바 있다.

전문위원실은 또한, “개정안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한 제재조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진료거부금지 규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의 사례를 참고해 적절한 수준의 제재조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정안은 ‘진료 거부’ 뿐만 아니라 ‘차별적 대우’의 금지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는데, ‘차별적 대우’의 경우 차별의 정도 및 범위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큰 개념이므로 이에 대해 제재조치를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타 입법례를 살펴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차별적 대우 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반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차별적 대우 발생 시 관련 행정기관의 장이 차별적 대우를 행한 자에게 우선 시정요구를 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도 남녀의 성 및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이처럼 제재 규정이 있는 법률의 경우 차별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라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상의 차별대우는 직급 부여, 보직, 승진, 승급 등의 처우에서 발생하는 차별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즉, 차별적 대우에 대한 제재규정 마련 여부는 차별적 대우에 대한 판단의 명확성 및 차별적 대우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제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하는 사안인데 개정안의 경우 판단 주체에 따라 ‘차별적 대우’ 여부에 대한 판단이 상이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차별적 대우의 범위에 관해 법률에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별적 대우 금지 의무 위반 시 벌칙 등의 제재조치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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