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운영이 전담전문의가 중환자실 환자를 직접 보면서 입ㆍ퇴원을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0일 서울역 한 음식점서 기자들과 만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중환자의학 진료영역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타 분야 전문의 및 보조 인력과의 협동진료 체계의 일원으로서 환자에 대한 자문 및 2, 3차 진료를 수행하는 임상 의사를 말한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다학제 팀을 운영해 정기적으로 환자를 관찰하고, 치료의 적정성 개선을 도모한다. 선진국의 경우, 중환자실의 입실과 퇴실 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중환자의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4년과 2017년에 실시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며, 이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역할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두 적정성 평가를 비교해 보면, 구조지표의 경우, 전담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수가 44.7병상에서 24.7병상으로 20병상 감소했고, 간호사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도 1.10병상에서 1.01병상으로 0.09병상 감소했다.

중환자실 전문장비 및 시설 구비 여부(6점 만점)도 3.6점에서 4.0점으로 0.4점 증가했고, 중환자 진료 프로토콜 구비율도 82.9%에서 95.4%로 12.5%p 증가했다.

과정지표를 보면,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요법 실시 환자 비율이 72.3%에서 88.6%로 16.3%p 증가했고, 전체기관중 표준화사망률 평가 실시기관도 46.0%에서 72.0%로 26.0%p 증가했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회장은 “구조지표와 과정지표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라며, “결국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근무하면서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하지만 전담전문의 1인당 환자수는 최소 7.8에서 최대 114.2으로 폭이 크다.”라면서, “전담전문의의 근무 실태가 매우 다양하다.”라고 지적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전담전문의 19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설문 결과, 전담의가 근무하는 중환자실 중 49%는 개방형(병동 주치의가 환자를 돌보는 체계)으로 운영되고 폐쇄형(환자를 전과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모든 책임을 지고 주치의가 되는 체계)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21%, 하이브리드형으로 전담전문의가 혈역학관리, 기계호흡, 응급상황에 관여하는 경우가 30%였다..

중환자실입ㆍ퇴실 관리의 경우, 전단전문의 중 입원에는 18%, 퇴원에는 28%만 관여한다고 응답했다.

진료 프로토콜 작성 및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60%였고, 조언만 하는 경우는 16%였다.

홍성진 회장은 “중환자실입ㆍ퇴실에 전담전문의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환자실에서도 병동 주치의가 환자를 봐야 한다는 개념이 아직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진료 프로토콜에 관여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중환자진료에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앞으로는 선진국처럼 중환자실 환자는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전담전문의가 보면서 입ㆍ퇴실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closed ICU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서 의료자원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환자의학회는 전담전문의의 근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문에서 전담전문의 중 일주일에 40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경우는 전체의 24%, 50시간이상 60시간 이하는 22%, 60시간이상 근무는 32%로 나타났다. 전담전문의 중 50시간이상 근무하는 경우는 전체의 54%로 나타났다.

홍 회장은 “전담전문의의 과도한 근무는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라며, “앞으로 전담전문의들의 과도한 근무 현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전담전문의의 과도한 진료 업무가 전담전문의 가산 수가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전담전문의 가산은 전문의 1인이 30명의 환자를 보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과도한 업무부담을 피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현실적으로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진료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담당 환자 수를낮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환자실 운영 형태나, 환자 중증도에 따라 전담전문의 1인당 환자수를 조정하도록 중환자실 등급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그는 “전담전문의에 대한 충분한 수가 보장과 근무 조건의 개선은 중환자실 생존율 향상뿐만 아니라 미래의 중환자실 인력 확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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