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을 무시하고 민간보험사인 삼성화재를 포함시켜 의료정보 활용 시범사업을 시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20일 과기부가 ‘실증특례’라는 이름으로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의료정보 활용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본인정보 활용지원(MyData) 실증서비스 선정 과제 목록 중 의료 분야
2019년 본인정보 활용지원(MyData) 실증서비스 선정 과제 목록 중 의료 분야

최근 과기부는 국민 개개인 의료정보를 과도하게 집적하거나 유출될 우려가 있는 사업에 삼성화재를 포함시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명은 ‘MyHealth Data 플랫폼 개발 및 서비스 실증’으로, 개인의 의료정보를 기반으로 건강정보 교류 플랫폼을 개발하고 개인 맞춤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주관기관은 서울대학교병원이며 참여기관은 치의과대학교 산학협력단, 메디블록, 웰트 그리고 삼성화재가 포함됐다.

과기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인정보 활용 실증서비스 8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 중 3개가 의료정보를 활용한 사업이다.

의료정보 활용 사업의 경우 자신의 의료정보를 직접 내려 받거나 본인 동의하에 제3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본인의 동의절차만 거치면 의료정보라 할 지라도 자신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업의 수행기관인 병원과 보험사, 통신사 등에서 환자에게 제시하는 동의 절차가 형식적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 병력, 질환까지 유출되거나 지속적으로 유통돼 민간제약사, 병원, 보험사 등이 개인의 의료정보를 무분별하게 활용해 돈 벌이를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윤 의원은 “우려의 핵심에는 이런 사업이 의료정보를 통한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지난 박근혜정부도 관련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업에는 임상시험 참여조건을 자동으로 매칭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럴 경우 임상시험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워져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가 국민에게 임상시험 참여를 권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문제 제기된 바 있다.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과기부와 산자부 등 타부처가 추진하는 시범사업 중 국민의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사업에 대해 의료정보의 과다한 집적과 유출 우려 등의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가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의료정보의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도 법적ㆍ기술적으로 우려가 된다고 인정했고,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에 대해 공감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과기부는 이런 우려는 무시한 채 해당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과기부는 의료분야 3개의 시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공모ㆍ선정ㆍ발표의 전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사업진행에 대한 어떠한 협의나 공유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자체적으로 법률 자문 과정을 거쳤고, 복지부와 협의할 필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윤소하 의원은 “개인 의료정보가 한 번 유출되면 그 피해는 원상회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정보 유출은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해 온 국민의 의료정보를 보험회사를 포함한 민간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 의료정보를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고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라며, “특히 주무부처도 모르게 이해관계가 있는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사업에 참여시킨 것에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기부는 의료영리화의 첨병이 될 수 있는 의료정보 활용 시범사업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세부 사업 내용에 대해 부처 간 검토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환자단체ㆍ시민사회단체의 의견청취에 나서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