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사법과 의료 양 영역 간 조화와 협력을 통한 대응체계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서 조서연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변호사)은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방안의 개선: 치료감호ㆍ치료명령을 중심으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사법절차에 의료적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한 치료감호제도의 개선과 ‘치료명령’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단위: 명)
정신장애인의 범죄율(단위: 명)

최근 5년간 정신장애인의 범죄발생건수를 살펴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증가하고는 있으나 전체 범죄 중 비율은 0.3~0.5%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재범률은 전체 범죄에 비해 약 20% 정도 높은 편이다.

정신장애 범죄인의 재범률(단위: %)
정신장애 범죄인의 재범률(단위: %)

또한, 정신장애인의 죄명별 범죄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절도ㆍ폭행ㆍ상해 등 비율이 약 45%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으나, 전체 범죄자 수 대비 정신장애 범죄인의 비율이 높은 범죄는 방화ㆍ살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죄명별 전과자 범행시 정신상태(단위: 명)
죄명별 전과자 범행시 정신상태(단위: 명)

검사는 심신장애 등을 고려해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자에 대해 공소제기와 병합하거나 독립적으로 치료감호의 청구를 할 수 있다. 재판 단계에서는 ‘형법’ 제10조에 따른 책임능력 판단에 따라 무죄판결을 하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으며, 보안처분으로 ‘치료감호’ 등을 명할 수 있다.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처우는 크게 치료감호, 치료명령 및 보호관찰을 들 수 있다.

먼저, ‘치료감호’는 심신장애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자 또는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인 중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에 해당하면서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에 대한 보안처분이다.

또한, 2015년 12월 1일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심신미약으로 형이 감경되는 자 또는 알코올이나 마약 등 사용습벽이 있거나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통원치료의 필요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에 대해 법원이 형의 선고 또는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치료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주취ㆍ정신장애 등으로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법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약물 투여, 상담 등 치료 및 전문가에 의한 인지행동 치료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강력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평가되나, 아직 그 활용도는 미미하다.

치료감호소 수용자 현황(단위: 명)
치료감호소 수용자 현황(단위: 명)

아울러,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치료감호가 가종료되거나 치료감호시설 외에서 치료받도록 법정대리인 등에게 위탁됐을 때 또는 치료감호기간이 만료됐을 때 ‘보호관찰’도 개시될 수 있다.

조서연 조사관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형사상 책임무능력자 또는 한정책임 능력자로서의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처우 등 형사법적 대응방안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사법적 대응 체계는 일반 법원의 형사재판절차로 일원화돼 있고, 처우 또한 치료감호를 통한 수용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조 조사관은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해 형사법적으로 일반 범죄인과 차별화된 대응을 하기 위해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할 때 원칙적으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후 청구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거나, 치료감호의 종료 결정 등을 할 때 정신감정을 의무적으로 행하도록 하는 등, 사법절차에 의료적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한 치료감호제도의 개선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실형을 선고받은 정신장애 범죄인에게도 형기를 종료하고 출소한 후 일정 기간 사회 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벌금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정신장애 범죄인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치료명령’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 조사관은 “결국 사법과 의료 양 영역 간 조화와 협력을 통한 대응체계의 개선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정신장애인 범죄의 예방 및 재범 방지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보다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주마다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독자적인 법률과 제도를 갖고 있다.

일반 형사사법절차에서는 범행 당시 책임무능력을 고려해 무죄판결을 하더라도 병원에 수용하거나 재판 당시 소송무능력을 근거로 재판을 중지하고 정신병원에 수용하여 치료받게 하는 제도가 있고, 특별히 사법절차의 일환이자 처우의 방법으로 이른바 ‘문제해결법원(problem-solving courts)’의 하나인 ‘치료법원(정신보건법정: Mental Health Courts)’도 운영되고 있다.

‘치료법원’은 정신장애 피고인에게 법원의 명령과 치료계획에 따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으로, 치료, 감독, 그리고 사회서비스를 통해 정신장애 범죄인에게 합법적인 지역사회로의 참여를 증진시키도록 법원절차의 성격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경우, 정신장애 범죄인만을 담당하는 특별법원이 없고 일반형사법원에서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치료감호 등의 보안처분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한 보안처분에는 대표적으로 ‘형법’ 제63조의 정신병원 수용, 제64조의 금단(치료)시설 수용이 있고, 원칙적으로 1년마다 법원이 수용 계속의 필요성을 심사한다.

또한, 법원이 공공안전을 증진하고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석방된 범죄자들에 대한 감시를 더 엄격히 하기 위해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치료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사법외래환자센터를 설치해 석방된 환자의 치료를 돕도록 하고 있다.

다만, 2013년 8월 위법한 정신병원 감호 처분을 받았다가 석방된 몰라트(Mollath)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원에의 수용요건을 엄격하게 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6년 7월 ‘형법’ 제63조를 개정해 ‘피해자가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심각하게 위태롭게 되거나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돼 일반 대중에게 위험하다는 점이 행위자 및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타나는 경우’에 한정해 수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은 종래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해 형사법원에서 중범죄자에 한해 ‘정신보건복지법’에 의한 강제입원조치(조치입원)를 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으나, 해석상의 논란 및 ‘의료’ 중심의 범죄자 처우로서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자 2005년 ‘의료관찰법’을 제정해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사법적 대응체계를 개선하게 됐다.

해당 ‘의료관찰법’에 따르면, 중대한 타해행위인 살인, 방화, 강간, 강도, 강제추행, 상해를 한 자로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으로 불기소, 무죄, 형의 감경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 판사와 정신보건심판원(정신과 의사)가 합의체로 재판을 해 입원치료결정, 통원치료결정 등을 하도록 돼 있다.

조 조사관은 “미국의 ‘치료법원’은 법원이 치료 계획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이고, 일본의 ‘의료관찰법’은 판사와 정신과 의사가 합의체로 재판을 해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치료 결정을 하는 형태로, 정신장애 범죄인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법’과 ‘의료’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독일에서의 정신병원 감호 사례는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해 ‘의료적 처우’의 명목으로 인권침해를 행할 위험성에 대한 사법적 점검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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