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급성기병원과는 다른 재활의료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재활의료기관의 간호인력기준, 감염관리인력 기준에 급성기병원의 인증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무리라는 것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원장 한원곤)은 지난 17일 신한금융투자본사 신한WAY홀에서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 마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은 재활의료기관의 특수성과 향후 추진될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을 고려해 개발했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의료기관 인증획득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의 신청 요건으로 마련됐으나, 급성기 인증기준의 내용이 재활 서비스를 위주로 제공하는 병원의 운영과 달라 지난해 12월부터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안) 개발에 착수했다.

인증원은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검토해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안)을 보완하고,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인증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오는 7월 중으로 기준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은 ▲기본가치체계 ▲환자진료체계 ▲조직관리체계 ▲성과관리체계 등 4개 영역, 12개 장, 53개 기준, 295개 조사항목으로 구성됐다.

12개 장에 따른 53개 기준을 살펴보면, ‘환자안전 보장활동’에는 ▲정확한 환자확인 및 의사소통 ▲낙상 예방활동 ▲손위생 수행 등, ‘진료전달체계와 평가’에는 ▲입원수속 절차 ▲환자진료의 일관성 및 연속성 유지 ▲퇴원 및 전원 절차 ▲입원환자 초기평가ㆍ재평가 ▲검체검사 관리 ▲영상검사 관리 ▲검사실 안전관리 기준이 포함됐다.

또, ‘환자진료’에는 ▲재활 치료계획 ▲협의진료체계 ▲통증관리 ▲영양관리 ▲욕창관리 ▲심폐소생술 관리 ▲진정치료, ‘의약품 관리’에는 ▲의약품 관리 ▲의약품 보관 ▲처방 및 조제 ▲투약 및 모니터링, ‘환자권리 존중 및 보호’에는 ▲환자권리 존중 및 사생활 보호 ▲취약환자 권리보호 ▲불만고충처리 ▲재활사회사업체계 ▲동의서 ▲임상연구관리 기준이 제시됐다.

‘질 향상 및 환자안전 활동’에는 ▲질향상 및 환자안전 운영체계 ▲환자안전사건 관리 ▲질 향상 활동, ‘감염관리’에는 ▲감염관리체계 ▲의료기구 감염관리 ▲소독ㆍ멸균 및 세탁물 관리 ▲환경관리 ▲급식서비스 감염관리, ‘경영 및 조직운영’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의료기관 운영방침 기준이 마련됐다.

이외에도 ‘인적자원 관리’에는 ▲인사관리체계 ▲직원교육 ▲의료인력 기준 ▲직원안전 관리활동 ▲폭력예방 및 관리, ‘시설 및 환경관리’에는 ▲시설 및 환경 안전관리 ▲설비시스템 관리 ▲위험물질 관리 ▲보안관리 ▲의료기기 및 치료장비 관리 ▲화재안전 관리활동 ▲재난관리, ‘의료정보ㆍ의무기록 관리’에는 ▲의료정보ㆍ의무기록 관리 ▲퇴원환자 의무기록 완결도 관리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성과관리’에는 ▲환자안전지표 관리 기준이 포함됐다.

이 같은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에 대해 병원계는 일부 보완점을 지적했다. 다만, 정부측은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을 위해 병원들이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인증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활의료기관협의회 측 패널로 참석한 장성구 명지춘혜병원장은 인증기준을 까다롭게 하면 재활의료기관들이 들어오려고 할지 걱정이라며, 너무 높은 인증기준이 허들이 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장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급성기 인증을 두 번 받았는데 두 번째는 조건부 인증을 받았다. 의료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급성기 의료인력 기준은 의사 1인당 입원환자 20명, 간호사 1인당 2.5명인데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 재활 의료기관 인증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장 병원장은 또, 현재 재활의료기관 인증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전국 15개로 수도권이 절반 이상이라며, 특히 지방의 경우 간호인력 기준을 맞추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사가 없어서 간호조무사로 대체하거나, 간호조무사도 없어서 응급구조사를 투입해 간신히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간호인력기준이 필수인 상황에서 재활의료기관이 들어오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의료법상 150병상 이상은 감염관리전담위원회와 전담위원이 있어야 하는데, 100병상이 안되는 재활의료기관도 인증기준에 따라 이를 필수로 두도록 하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법상 필수조항도 아닌데 재활병원 인증기준에 넣으면 과연 지킬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100병상 미만은 간호사, 의사도 부족한데, 감염전담인력까지 둔다는 건 인증에 들어오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고려해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로체스터병원장)는 “기본적으로 재활의료기관은 급성기병원과 차이가 있다.”라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보험이사 역시 “1기 지정병원은 배려해야 한다. 특히 지방 의료기관, 단과병원은 간호인력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증 장벽이 너무 높으면 들어오기 어려우니 처음에는 엄격하지 않게 인증하고 추후 질 관리를 통해 자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환자단체는 기준 완화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현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지정평가부 차장은 “재활 의료기관의 경우 급성기병원 인증을 안 받아본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라면서도, “인증을 처음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이겠지만, 불필요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차장은 “심평원도 10여 년 전부터 경영평가 등을 받으며 과거와는 추구하는 바나 요양병원, 국민을 대하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라며, “특히 요양병원을 규제대상이라기보다는 건보 제도, 보건의료제도를 함께 운영해 나가는 동반자라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그런걸 통해 심평원이 더 발전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신민경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기준개발팀장이 서면으로 전달한 환자단체연합회 입장도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은 적절히 정해져야 하지만, 특성을 감안해 치료설명, 복약관리, 전원에 대한 동의 등 더 엄격히 할 부분도 있다.”라며, “기준 완화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환자에게 도움줄 수 있는 기준 개발과 적용을 통해 인증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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