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소모성재료를 판매하는 의료기기 판매업체들이 현재 약국에만 사용이 허용된 전산청구(웹EDI) 사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현행 수기 작성 청구 시스템으로 환자 불편 뿐 아니라 업체측 피해사례, 청구기관 업무부담,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며 조만간 관련 입법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다만, 의료기기 판매업체가 전산청구를 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당뇨병 소모성재료 요양비 지급방법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최근 당뇨병 소모성재료 급여금액은 2016년 28억원에 비해 2년만인 2018년에는 395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기기 판매업계는 급여금액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요양비 청구방식의 다양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혈당측정이나 인슐린 주사 등에 필요한 소모성 재료 요양비를 약국은 전산 청구가 가능하나, 일반 판매업체는 서류접수에 의한 청구방식이다. 이러한 실태는 판매업체간 불공정경쟁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요양비 청구방법 개선요구나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처방전 등 서류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힘들 뿐 아니라 서류 작성의 착오로 인해 당뇨병 환자와 의료기기 판매업체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청구기관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측의 주장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정선구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자문위원은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당뇨병 소모성재료 구입시 30종류 이상의 다양한 품목을 보유하고 있고, 기기세팅 등 상세한 사용 설명으로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가 보장된다.”라며, “하지만 요양비를 환자가 직접 청구해야 해 불편함이 증가하며, 민원불편과 업무부담이 가중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약국 구입시에는 원스톱 요양비 청구방식으로 소비자는 본인부담금만 지불하면 돼 편리하지만, 소모성재료 품목 선택권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약국만 전산청구가 가능하다 보니 의료기기 판매업체와 약국의 판매비율 격차가 계속 늘고 있다.

실제로 업체별 당뇨소모성재료 판매비율을 보면, 2015년 약국의 웹EDI 시행 이전은 약국 0.3%,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99.7%였던 반면, 웹EDI 시행 1년 후 약국 판매 비율이 40.9%, 일반업체는 59.1%로 약국의 판매비율이 크게 늘었으며, 현재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 자문위원은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수기 서류작성은 오류 확률과 시간 소요가 크며, 청구대상자가 수기 서류 작성 및 서류제출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서류처리에 따른 업무증가, 처리시간 지연 및 기입 오류확률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비용을 환급받는 절차 등 경우에 따라 직접 공단에 방문해야 함에 따른 청구대상자의 시간 소요 증가, 불필요한 교통비 발생 등 소비자 및 공단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는 공단의 업무 부담도 동반 상승한다고 역설했다.

정 자문위원은 이어 “현재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와 관련된 거의 모든 행정업무가 전산화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기서류 작성 방식은 비효율적이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선진국 전자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방침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라며,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관점에서도 당뇨 소모성 재료 구입 및 요양비 청구 업무인데도 판매기관의 종류에 따라 청구 방식이 다른 것은 불공정거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단 급여관리실의 ‘당뇨 소모성재료 요양비 청구방법 개선 계획자료(2016년 8월)’에 의거해 일반판매업체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웹EDI 청구방식 도입이 보류된 상태다.”라며, “의료기기 판매업체에서 개인정보 확인이 가능한 서류를 받아서 직접 청구하고 있으며, 복지용구사업소로 등록한 의료기기 판매업체에는 이미 공단에서 제공한 웹EDI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보류된 상태는 모순이며, 관련법 개정의 진행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정 자문위원은 “의료기기 판매업체에 웹EDI 전산청구 방식이 확대되면 청구 대상자인 환자 뿐만 아니라 관련 공공기관 및 업계종사자의 업무효율 상승, 시간 절약 및 행정비용 절감이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정 자문위원은 “의료기기 판매업체 전체 매출의 30%는 당뇨소모품이며, 방문고객의 50%는 당뇨환자다. 현재 청구방식의 차이로 인한 불공정거래로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매출 타격이 크다.”면서, “웹EDI 미사용시 처방전에 대한 적격여부, 급여지급일수의 중복청구 등의 확인 불가능으로 인해 중복청구의 피해를 고스란히 판매업체가 받게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수섭 여주대학교 의료재활과학과 겸임교수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관점에서도 당뇨 소모성재료 구입 및 요양비 청구 업무인데도 기관의 종류에 따라 청구방식이 다르고, 그것도 비효율적인 비전산적 방식이 상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라고 비판했다.

임영배 사단법인 한국당뇨협회 총무이사 역시 “당뇨인 중 요양비 청구 대상자는 인슐린을 투여하는 당뇨인으로 대다수가 노인이며,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인해 관련 서류 작성이 어렵고, 작성된 서류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당뇨인이 직접 청구할 경우 건강보험공단 방문, 서류작성, 차후 환급 등에 시간 및 금액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 총무이사는 “현재 국내 혈당측정기 종류가 다양해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혈당측정기에 맞는 당뇨소모성재료가 약국에 구비돼 있지 않은 경우 약국의 웹EDI를 이용한 편리한 요양비 청구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당뇨인의 불편함을 유발한다.”라며,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혈당측정기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당뇨인의 당뇨소모성재료 구입은 편리하나 서류작성 등 환급 절차의 번거로움이 커서 당뇨인의 불편함을 유발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뇨소모성재료 요양비 청구방법 및 실 구입금액이 구입처에 따라 다른 관계로 실 이용자인 당뇨인의 혼란을 유발한다. 당뇨인은 웹EDI를 통해 편리한 당뇨소모성재료 요양비 청구를 희망한다.”라고 역설했다.

신봉주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사무총장도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의 당뇨환자들이 사용법 및 취급방법 등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의료기기 판매업체에서는 의료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상세설명이 가능해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주장했다.

신 사무총장은 “동일품목을 판매하고 있으나 요양비 청구방법의 차이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면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며 “문재인정부에서는 소상공인 자양업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을 수립ㆍ시행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소상공인인 의료기기 판매업체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현 정부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살리기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인장기요양법에서는 복지용구사업소의 웹EDI를 이용해 요양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기 판매업체도 웹EDI를 활용해 요양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업계의 한결된 주장에 정부는 현행 시스템의 문제와 법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며, 조만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큰 부분에 주력하다 보니 소규모 시스템 측면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라며, “오제세 의원도 문제에 공감하고 있으니, 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필요한 내용으로, 쟁점법안도 아닐테니 1년 후 정도에는 개정법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다만, 의료기기 판매업체도 전산청구가 가능하게 되면 현재 다른 요양기관처럼 공단과 심평원의 관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국을 포함한 의료기관은 공단과 심평원의 관리를 받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기관이 실사를 받는건 아니지만, 한 번 받으면 불만이 많다.”라며, “어쨌든 제도 개선에 따른 의무사항도 따라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의료기기 판매업계가 주장하는 제도개선은 합리적인 부분이라고 판단해 진행하겠지만, 그에 따라 기존에 없던 부분을 관리받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환자 동의를 받아 대신 청구하는 시스템이지만, 앞으로는 공단의 돈을 받게 되기 때문에 공단이 의료기기 판매업체를 관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전체적인 건보 재정규모가 곧 100조원 가까이 되면 요양급여도 비례해서 커질 것이다. 시스템도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도모하는게 맞다.”라며, “여러 시스템이 제도화되면 현재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업무상황 등이 합리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에 따라 공단과의 관계 등도 변화가 있다는 부분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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