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양성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의사는 공적인 의무를 요구받고 있으므로, 양성과정에 공적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형평성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적지원이 필요한 이유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가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의협임시회관에서 ‘의사양성비용 국가지원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영국의 교육과정과 국가 지원에 대해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33개 영국 의과대학 중 입학은 온라인 대학 및 단과 대학 입학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학부 과정은 4년의 전임상과 2년의 임상으로 나뉜다. 이후 병원에서 2년 동안 기초 연수를 보내고, 이를 마치면 전문 교육이 이어지는데 가정의학은 3년에서 수술은 8년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영국은 1947년 국민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구매력에 상관없이 모든 서비스 제공 지점에서 무료이다.”라며, “국민건강서비스는 총 공공 지출의 19%를 차지하며 그 중 65%는 의료 인력 교육에 사용된다. 국가에서 의료인력 양성에 약 7.5조를 투입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환자들이 최상의 품질의 치료를 받도록 학부 및 대학원 수준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 및 훈련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전문가를 창출하기위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라며 국내에서도 의사양성비용의 국가 지원을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문위원)는 두번째 주제발표에서 의사를 양성하는데 필요한 정확한 비용산출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미국은 전공의 교육비를 메디케어에서 70%, 메디케이트에서 30%를 부담하고, 일본은 의대졸업 후 2년 초기 임상수련과정은 100% 지원, 후기 3~4년 임상수련과정은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일부 필수과에 일부 지원해오다가 효과가 미비하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순차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샘플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의대생은 1인당 교육비용 3,800여만원, 100명 규모 병원의 내과 전공의는 8,200여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국내에서 의대생과 인턴, 전공의의 총 교육 및 수련비용은 연간 약 1조 9,000억원으로 추산됐다.”라고 소개했다.

양 교수는 “의사양성비용 공공지원은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정책정 우선순위에 밀리고, 지원의 당위성,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 지원 이전에 수련제도 개편 등의 요구를 받고 있다.”라며, “하지만 의료서비스는 가치재이므로 공공지원이 정당하다. 노동조합법만 봐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의사양성지원 방안으로 의과대학 교육, 전공의 수련을 위한 공공지원 예산 항목을 생성할 것을 제안했다.

양 교수는 “의사양성 공공지원 방안 수립과 추진을 위한 TFT를 구성하고, 단일 재원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에 의한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의료서비스는 접근성과 질적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며, “국민을 설득하면 더 부담할 의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의사들은 의사양성비용의 국가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자처하고 있다. 국각가 사회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양성과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은 부위원장은 “의료는 국민 건강과 관련된 필수공익사업이고, 획일적인 가격통제를 받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 교육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비용을 수련병원에서 거의 다 부담하고 있으므로 비용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서울대병원이 지난 2016년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정부의 전공의 수련지원에 대한 대국민조사’에서 국민의 74.4%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라며, “전문의 양성을 위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국가지원 방안으로 ▲수련환경평가후 인센티브 ▲전공의 인건비 ▲지도전문의 인건비 ▲수련병원 수가 조정 ▲외래환자 감축 손실보전 ▲각 전문과목별 수련 프로그램 개발 비용 등을 제시하고 “개별지원보다 상승효과를 낼 수 이는 방법으로 복합적인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병원이 수련병원다운 모습이 되려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라는 큰 덩어리가 함께 움직여줘야 한다.”라며, 수련환경 개선에 있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우용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국가와 국민이 의료를 보는 시각에 이중잣대가 있다. 평소에 공공재라고 하다가 국가지원을 이야기하면 사유재라고 한다. 이를 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정부는 국가지원을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정부는 병원에 전공의를 배분한 것을 싼 노동력을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혜택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니 지원하지 않는다. 이 두가지 생각을 깨는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의대 졸업생 3,500명이 나오면 각 병원의 수요에 의해 정원을 결정한다. 또, 학회들은 영향력이 줄어들까봐 전공의 숫자 줄어드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정말 필요한 전공의 양성하고 있나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필요한 전문의 수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전문의 80%가 개원하고, 돈을 많이 번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에 대해 시범적으로 지원하고 효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반면, 국가의 의사양성비 지원이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예산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양성비용을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제 발표와 관련해 “대학교육 이후는 사적부담이다. 일반적으로 한사람의 인력을 양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가계가 부담한다.”라며, “특정 직종에 대한 양성비용 지원을 주장하면 직종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수련을 받기위해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개원 후 회수될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의 대상이 수련병원이 될 것인지, 수련의가 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김 조사관은 “의사양성비용의 지원을 주장하기 위해선 어떠한 공익이 창출되는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조사관은 “최근 수련병원에서 신입전공의 입국비용으로 최고 1억원을 요구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런 부적절하고 비합리적인 관행을 병원이 먼저 끊어줘야 국가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수련비용 국가지원의 근거로 전공의의 열악한 근로기준을 제시하면, 국민은 수련시간을 제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조사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병원 서비스 질관리, 수련의 근무여건은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필수의료서비스이면서 전공의 지원자가 현저히 부족한 경우, 교육훈련에 따른 대학병원의 진료 효율성 저하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가지원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수도권 의사쏠림 현상, 대학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위해 일정기간 공공기관 근무 등 조건을 요구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는 “질좋은 교육으로 질좋은 의료인력을 양성한다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면허를 딴 순간부터 독립적인 의사로 평가해 주므로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해 전공의 교육은 병원이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문제는 전공의 근무시간이 법으로 줄면서 병원마다 일손이 부족해 진 것이다.”라며, “병원마다 나가는 돈이 많아져 의사양성비용 국가지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제도를 바꾸려먼 대의명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면 예산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올해 보건복지예산은 72조이지만, 이중 보건예산은 2조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의사양성비용의 선택적인 지원을 제시했다.

그는 “의사인력 문제는 의사수보다 도ㆍ농 격차 문제가 크다.”라며, “정부가 의사인력을 지역별로 강제로 배분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한편,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인사말에서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었다며 자화자찬한다.”라며, “의사는 국가의 자원이므로 전공의 교육비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의 의료수준을 요구하면서 그에 맞는 병원 시설, 전공의 교육을 마련하는 것을 지원하는데 반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며, “앞으로 전공의 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자료 축적과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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