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일원화를 위해 오는 2030년 교육ㆍ면허통합을 목표로 조만간 ‘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정책관은 “의료일원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데 공감한다.”라며, 향후 의료일원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5년과 2018년 의-한-정이 모여 의료일원화와 관련해 두 번의 합의문을 작성했는데 이루질 못 했다며, 당시 합의에 이르렀던 부분만이라도 먼저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정책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두 번째 합의문은 ▲2030년까지 교육ㆍ면허 통합 ▲이를 위해 복지부 산하에 발전위원회를 두고 2년간 로드맵 마련 ▲발전위원회에서 기존 면허자 해결방안 논의 ▲의사결정 방식은 두 협회 합의로 한다 등의 네 가지 내용으로 작성됐다.

이 중 3번인 기존 면허자 해결방안과 관련해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간 합의가 안 된 것이고, 1번과 2번은 모두 동의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1, 2번 시행을 위해 의료발전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할 계획이다. 여러 단체와 의학회, 한의학회, 교육부, 보사연 등도 포함해 2년간 로드맵을 마련하고 최대한 법령을 개정해 의료일원화를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발전위원회에서 의료일원화 방향, 내용, 시기 등을 논의할 것이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건강, 환자안전, 미래세대를 위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힘을 합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한의계는 국민건강과 미래세대를 위한 의료일원화라는 대전제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부적인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료일원화 논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의과대학으로의 단일 의과교육제도 도입을 위해 현 한의대를 폐지하고, 의과대학으로의 단일 의학 교육을 통한 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기존 면허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의 면허자 및 재학생은 의료일원화의 논의대상에서 배제하며, 의료일원화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면허자는 변함없이 기존의 면허와 면허범위를 유지하고, 상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의료일원화를 논의함에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 대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윤일규 의원이 전세계에서 동북아 몇 몇 국가만 의료이원화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고 했는데, 서로 배타적으로, 두부 자르듯 면허를 나누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뿐이다.”라며, “이로 인해 국민 불편은 물론 양 직역간 갈등 문제가 심각하며 산업발전도 저해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의료일원화와 관련해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문제였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더라도 의료일원화라는 큰 틀에 공감하고 논의에 응한 의사협회를 높이 평가한다.”라며, “어떤 정책이 옳은지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복지부가 2년 여에 걸쳐 논의하겠다고 한만큼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임기영 의료리더십포럼 회장은 과거 약대 6년제 논의와 의약분업 논의를 거론하며, 진실과 본질은 정서의 좋고 나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기존 면허 통합은 현재의 한의사들이 한의사이길 포기하고 의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현재의 한의사들이 한의사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의사를 표방하거나, 의사의 진료행위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의사 직역 진입장벽의 붕괴, 의사 고유의 진료행위의 침해일 뿐 면허 통합 혹은 의료일원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교육을 통해 시험을 거쳐 상대 면허를 취득하게 개방하는 것 역시 의사, 한의사, 이중면허자 세 집단을 만들어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 회장은 “이 경우 이득을 얻는 사람은 한의사 뿐이며, 가장 큰 손해는 의사들에게 가서 감당 불가능한 격렬한 저항이 명백하다. 다른 이해당사자에게도 이득은 없고 손해만 있을 것이다.”라며, 기존 면허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회장은 또, “의학교육 일원화란 한의과대학을 단계적, 혹은 전면적으로 축소나 철폐하고 의과대학으로 흡수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한의학 교육은 의학교육의 전문분야 중 하나로 유지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의대 축소, 철폐 옵션에 대해서는 각 입장별로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한의사는 새로운 시장진입자가 급격히 감소하므로 경쟁이 완화되는 이익이 있고, 기존 의사는 의사 수는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의학과의 무의미한 갈등 및 경쟁이 해소되는 이익이 있다. 의사 수 증가는 한의대 흡수 통합과는 별개로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의대 지망생의 경우 정원 증가로 이익을 보고, 비전환 한의대생은 기존 한의사와 같은 이익을 본다.

임 회장은 “한의대 교수는 가장 피해의식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으로, 의과대학에서 한의학교실, 한의학과 등으로 승계, 신분보장을 해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교 운영자는 의대를 이미 갖고 있는 학교의 경우 한의대 폐지의 대가로 의대 정원 증가를 얻는다. 의대가 없는 학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능력이 있다면 의대로 전환, 그렇지 않다면 폐교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제안했다.

임 회장은 “한의과대학은 자신들도 근거중심 한의학을 할 수 있고,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근거중심 한의학은 한약제 표준화, 정량화 연구, 전통약물 기반 신약개발 등을 말한다. 지금까지 어떤 연구와 국제활동을 해왔고, 하고 있으며, 할 예정인가를 내놔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또, “WFME의 인증을 받은 의학교육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WFME는 의과대학에서 제공되는 의사양성 교육만을 대상으로 하며, 보완대체의학 교육기관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료일원화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이해당사자 각각의 입장을 고려하거나 당사자 간의 합의를 종용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라며, “특히 국민과 사회, 학생들에게 무엇이 옳은 길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를 묻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옵션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조병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의료일원화 논의는 ‘통합=단일의학’으로 인식해 교육과 면허통합에 관심이 입중되고 통합 담론이 부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통합방식이 다분히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인데, 한의대 학부 폐지가 순조로울 것이냐는 반문이다.

또한 교육통합 이후의 한의학, 한방제도의 변화 방향에 대한 논의도 없으며, 양측간 이해득실의 균형이 이뤄질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의료일원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으로 ▲의사인력 증가와 경쟁 심화 ▲한방의 의학적 표준화 및 과학화, 증거기반 의학 채택 압력 ▲전통적 한의학 영역의 축소 ▲통합의사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의학 영역에 몰두하고 한의학을 멀리할 가능성 ▲통합과정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이원화의 문제점들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음. 중복이용, 이중부담, 한약재 사고가 감소 의문 등을 꼽았다.

그는 “의료일원화가 새로운 분쟁을 부를 수도 있다.”면서, “한의사의 의사화에 의해 외형상 집단 갈등은 종식될 것이나, 집단내 갈등의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통합의사제 도입 후 한방은 소멸되지 않고 의료계의 ‘약한 고리’에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개원의사들과 새로운 경쟁과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의학-한의학 갈등은 일종의 문화 충돌이다. 기본 관념이 다르기 때문에 인위적 통합이 어려우므로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라며, “한의사의 특수성에 대해 고려하고, 의사를 위한 한의학 연수과정을 실시해야 한다. 최종 ‘통합’보다는 통합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은 “의료이원화 체계는 법, 교육, 면허, 서비스 제공기관, 행정, 보장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하므로 의료이원화 체계의 개선은 연쇄반응이 예상되는 ‘多 영역’의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윤 센터장은 “이원화의 기본전제, 즉 의-한의 직역의 명확한 분업과 상이한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 간 수평적 연계가 구현된다는 상황에서 의료이원화 체계의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사회적 환경에서, 법적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직역간 갈등의 정도와 깊이를 고려할 때 이원화의 기본전제 충족은 한계에 봉착한다.”라고 전했다.

한국 의료의 모든 문제가 이원화 체계에서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료이원화 체계가 급속히 변화한 사회적ㆍ의료적 환경에 부합하지 않으며 ▲당초 이원화된 의료체계로부터 기대되는 편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이원화 체계에 대한 개선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센터장은 의료이원화 체계 개선을 위해 ▲협진 등 R&D 영역의 공동 활용 ▲일원화 관계설정 모형 ▲의-한-정 현안 협의체 등 시도 등을 제안하며, 의-한-정 협의를 통해 ‘의료일원화ㆍ의료통합’으로의 의견 접근은 향후 의료이원화 체계 개선 논의의 출발점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료일원화ㆍ의료통합의 궁극적 상과 과정ㆍ전제조건 등에서 직역간 괴리가 여전히 상황과 낮은 직역간 교류협력 수준을 고려할 때 단기적ㆍ급진적ㆍ일방적 일원화 추진은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의료이원화 체계 개선의 원칙을 견지하고 국민건강과 환자안전 제고, 환자 의료체계의 발전, 미래 세대의 의학교육 개선, 사회적 갈등 해소에 가치를 둬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의-한-정 협의체를 복원해 포괄적인 방향성 추진에 직역간 합의를 추진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별도의 조직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며, 첫 출발은 과학적 사고에 입각한 교류ㆍ협력 활성화에 두고, 교류ㆍ협력 경험과 실적이 자연스럽게 의료일원화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의료일원화 추진시 교육일원화에 우선순위를 둬 추진해야 하며, 의료이원화 체계 개선 논의시 지속성 담보를 위해 직역의 의지와 아울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료계와 한의계, 소비자 패널들도 국민건강과 미래세대를 위해 의료일원화 논의에 나서자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기존의 다툼에서 벗어나 미래세대를 위한 제도가 뭔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 세대의 갈등, 이기적 행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의료인으로 출발하는 의사들은 단일화된 교육을 통해 단일면허를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성 이사는 선진적, 세계화된 제도 발전을 논의해야 하는데, 왜 의료일원화는 북한이나 몽골, 중국, 대만을 예로 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선진국적 모델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 이사는 또, 의대 교육에 비해 한의대 교육의 질적 차이가 많고 한의대에서 현대의학을 점점 많이 가르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일원화 논의 자체가 한의학 정체성의 혼란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첩약 등 건보급여 시도는 공공보험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면서, 건보 원칙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들어오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염호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한의와 의료를 일대일로 동등하게 비교하는 전제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지적하며, 의료라는 큰 바다 안에 한의가 들어올지를 논의하는게 의료일원화라고 판단했다.

염 이사는 “한의가 하는 영역은 의료 분야에서 보면 극히 일부분이다. 가치가 비슷한걸 비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더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면서, “의료와 한의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합쳐질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일원화라고 쓰지만 각 영역에서 다르게 읽는다. 한의사들은 진료영역 확대로, 의사들은 한의대 폐지로, 정부는 한의약 산업화로 읽는 것 같다. 일원화를 얘기하지만 각자의 목적이 다르다.”라며, “일원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건강, 환자안전, 의료비, 건강보험, 한국의 독창적인 한의의료의 발전 등을 얘기해야 목적에 부합하게 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염 이사는 또, 한의계를 향해서는 “의료일원화가 한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지금처럼 하면 한의학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고, 의료계를 향해서는 “한의학은 안 없어진다. 양보가 필요하다. 교육일원화로 의사수가 늘어나는 것쯤은 수용해야할 것 같다.”라고 충고했다.

손정원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이미 한의사들은 면허범위 내에서 의학적 진료를 하고 있다. 허준 선생도 해부학을 했고 한의학도 해부학을 한다.”라며, “일원화를 하면 한의사만 이득이고 의사는 손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일원화하면 국민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의사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손 이사는 “의사들은 그렇게 어려운 전문의 트레이닝을 받고 미용시장에서 일한다. 정부는 의사가 의사답게, 한의사가 한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의료일원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창호 대한한의학회 정책이사는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사회적 이득이 생기도록, 직군을 떠나서 원래 하고자 했던 곳으로 가기 위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라고 당부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어느 직능간의 이익, 양립 때문에 국민 건강권과 다양한 의료서비스 혜택이 줄어서는 안된다.”라며, “논의가 계속 있었는데 그래도 의협, 한의협이 다 나왔다는것 자체만으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는 두 직역간 이익보다는 좀 더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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