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보이콧을 고민하던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일 상임이사회에서 참석을 최종 결정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정부를 상대로 투쟁중인 상황이어서 불참을 원했지만, 산하단체와 대의원회 등에서 실무적인 협의는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참석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대통령이 적정수가를 약속했는데도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며, “이번 수가협상은 수가정상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가협상에서 적정수가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강도높은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경고했다.

이필수 수가협상단장은 “지난해부터 수가협상단과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다양한 자료를 만들고 준비해 왔다.”라며,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의협 협상단장의 각오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공단과 의협 협상단장이 각각 한차례씩 가진 기자브리핑을 종합해 보면 올해도 의사협회의 수가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건보공단 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공급자들은 수가협상에서 근거자료가 없어도 현실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가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공단은 빅데이터도 있고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접근한다.”라며, “근거 자료를 준비해야 성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의사협회가 제대로 된 수가인상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필수 단장은 “협상 파트너인 공단 상임이사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한 뒤,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의협에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 단장은 “할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할 수 있는 게 회원설문조사 정도다. 정부에서 주는 통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라며 한계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최저임금이 2년 동안 29% 오르는 동안 수가는 6% 인상되는데 그쳤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의원 경영이 어려워 졌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6개 의약단체장이 만난 수가협상 상견례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대집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에서 수가가 낮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라며, “수가협상에서 수가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발언했다.

최 회장은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심해져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돼 일차의료기관은 매우 어렵다.”라며, “최저 임금과 불경기로 인해 환자들이 의원을 찾지 않는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상당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다른 공급자단체장 역시 저수가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배려’를 호소했다.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공급자들은 예년처럼 저수가와 보장성 강화정책 등 현안을 언급하며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공단 협상단장이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 ‘전략’ 말이다.

하지만 가입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데다 지난해 재정 당기 적자까지 경험한 정부가 공급자들의 호소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1,778억원 당기 적자를 기록해 7년째 이어오던 흑자시대를 마감했다.

게다가 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부를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해 왔고, 지난해 건보재정 적자 소식에도 비판의 날을 새웠다.

이런 상황에서 수가를 인상해 달라는 요구가 공단 협상단, 나아가 재정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