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역의 병원선 운영 및 국비 지원, 공중보건의사의 병원선 우선 배치에 관해 법적 근거를 두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중앙정부는 운영주체가 지자체라는 점을 들며 난색을 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지난해 11월 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소관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법령상 도서지역에 보건진료소를 설치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인구 300명 이상 5,000명 미만을 기준으로 관할구역을 구분해 설치한다.

서삼석 의원은 “이 때문에 인구가 적은 도서지역의 주민은 환자 진료체계의 미비 등 낙후된 의료서비스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다.”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취약지역인 도서지역을 순회하는 병원선을 운영하고 있으나, 병원선의 운영 및 지원에 필요한 법적 근거가 없어 병원선 증설 및 의료인력 수급 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병원선은 병원이 없는 섬이나 해안 또는 해상에서 부상자나 해난 사고 발생 시 인명구호를 목적으로 의료시설과 의료에 종사할 인원을 배치한 선박이다.

병원선 배치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병원선 배치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초창기 병원선은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건조했으며(1970년대), 현재 운영중인 병원선은 1990년〜2000년대 초반 국비와 지방비 50% 매칭으로 건조한 것이다. 현재 인천옹진(1), 충남(1), 전남(2), 경남(1)에서 총 5척의 병원선을 운영하고 있다.

개정안은 의료취약지역인 도서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 도서지역을 순회하는 ▲병원선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병원선 운영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도록 하며 ▲공중보건의사를 병원선에 우선 배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부처는 모두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병원선의 운영주체는 지자체라는 것이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도서지역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병원선의 운영비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은 재정 부담 원칙 등 고려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병원선 운영주체는 지자체이고, 운영비는 지자체에서 부담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병원선 세부 운영 현황(2017년)*자료: 보건복지부
병원선 세부 운영 현황(2017년)*자료: 보건복지부

한편,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병원선 운영의 법적 근거 신설에 대해 “병원선 활동 범위와 운영 목적을 법률로 규정해 병원선 운영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병원선에서 이뤄지는 의료ㆍ치과의료ㆍ한방의료 및 보건교육ㆍ전염병 예방 등의 공중보건활동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므로 법률에 규정하려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병원선 활동 범위는 현재 제정돼 있는 훈령과 조례 등을 고려해 소폭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도서지역 거주 주민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당뇨ㆍ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예방ㆍ관리 등의 보건지도 활동은 필수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선 운영의 근거도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규정할 것인지, ‘지역보건법’에 규정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정안 및 훈령ㆍ조례상의 병원선 활동 범위
개정안 및 훈령ㆍ조례상의 병원선 활동 범위

또한 전문위원실은 병원선 운영비 지원 근거 신설에 대해서는 “법률로 설치하는 시설ㆍ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통한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통상적으로 시설ㆍ기관을 설치하는 법률에 해당 시설ㆍ기관에의 비용 지원 규정도 같이 규정하는 입법례를 고려할 때, 병원선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개정안은 국가가 병원선 운영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 범위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기속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예산안 편성시의 재정 상황, 지역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일반적인 비용 지원 형태 및 통상적인 입법례 등을 고려해 비용 지원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병원선에 투입되는 예산을 살펴보면, 병원선 수리비(검사비)와 장비비는 중앙정부가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에서 국고보조율에 해당하는 만큼을 지원(국고보조사업으로서 국고 보조율은 66.7%임)하고 있으나, 인건비ㆍ유류비 등의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개정안 및 훈령ㆍ조례상의 병원선 활동 범위
개정안 및 훈령ㆍ조례상의 병원선 활동 범위

보건소ㆍ보건지소ㆍ건강생활지원센터 등 지역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일반적인 비용 지원의 경우에도 비용지원 근거 규정은 해당 시설 설치 근거법률인 ‘지역보건법’에 두고 있으며, 매년 예산 편성시 시설ㆍ장비비는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율을 준수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공중보건의사의 병원선 우선 배치 조항에 대해서는 “병원선이 취역하는 도서 지역이야말로 보건소ㆍ보건지소는 물론 보건진료소도 설치되지 않은 의료취약지라는 점에서 이들 주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전문위원실은 “최근 의대 진학 여학생 비율의 증가 및 병역 자원 감소에 따른 군 대체복무자 축소 등의 요인으로 공중보건의사 배출 인원이 감소 추세에 있으며, 향후 공중보건의사 수급상황도 낙관적이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 및 훈령ㆍ조례상의 병원선 활동 범위
개정안 및 훈령ㆍ조례상의 병원선 활동 범위

실제로 2018년의 경우에도 공중보건의사가 2017년 대비 113명이나 적게 배출돼 정부는 공중보건의사 배치 기준을 일부 수정한 바 있다.

전문위원실은 “비록 병원선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의사 배치 기준은 2018년에는 변동이 없었으나, 향후 공중보건의사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가 그 기준을 언제든지 임의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의사 수급 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도서 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 취역하는 병원선에 공중보건의사를 우선 배치하도록 하는 개정안의 내용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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