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과 관련해 의료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세부 전략수립 및 운영 체계, 성과 모니터링 및 보고 체계, 혁신적 일차의료 사업 추진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건복지포럼 4월호에 기고한 ‘의료 격차와 정책 과제’를 통해 “의료시스템이 그간에 달성한 질 향상 성과에 비해 의료 접근과 질에서의 소득계층 간, 지역 간 격차는 큰 개선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시스템을 의료의 질 향상 틀에서 평균이 아닌 격차 중심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의료 격차, 건강 격차의 상호 관계 모형*자료: Federal Investments to Eliminate Racial/Ethnic Health-Care Disparities(Moy, E.,&Freeman, W., 2014)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의료 격차, 건강 격차의 상호 관계 모형*자료: Federal Investments to Eliminate Racial/Ethnic Health-Care Disparities(Moy, E.,&Freeman, W., 2014)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에 있어 ‘형평성(equity)’ 제고를 모든 성과 향상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보건의료시스템의 궁극적인 목적이 건강 수준과 건강 형평성 향상에 있다면, 전 국민 건강보험은 보건의료시스템의 중간 성과인 의료서비스 접근성, 질, 비용 효율성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 수단으로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의료 접근과 질에서 격차를 해소하는 전략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의 형평성과 효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 격차는 의료 접근과 제공받은 의료 질에서의 집단 간 불균등한 차이를 말하며, 이는 건강격차로 이어진다. 건강 격차와 관련된 요인들의 광범위성을 고려할 때, 의료 격차는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강 연구위원은 “특히 건강보험에서 급여서비스 범위와 공급자 지불 방식의 결정은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국민이 이용하는 의료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보건의료시스템의 성과 향상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형평성과 효율의 제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의료에서 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의료 격차, 건강 격차 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소득 10분위 구간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보장률 비교(단위: %)*주1)소득분위는 전체 직장가입 세대와 전체 지역가입 세대 각각에서 보험료 수준의 10분위를 의미하며,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 분위가 높아짐.2)건강보험보장률=건강보험급여비÷(건강보험급여비+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 본인부담금)*자료: 2016년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조사(이옥회, 이장수, 이형진, 김혜련, 최대성, 서남규, 2016), 소득계층별 의료접근성 분석과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의 재해석(김대환, 2018)
소득 10분위 구간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보장률 비교(단위: %)*주1)소득분위는 전체 직장가입 세대와 전체 지역가입 세대 각각에서 보험료 수준의 10분위를 의미하며,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 분위가 높아짐.2)건강보험보장률=건강보험급여비÷(건강보험급여비+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 본인부담금)*자료: 2016년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조사(이옥회, 이장수, 이형진, 김혜련, 최대성, 서남규, 2016), 소득계층별 의료접근성 분석과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의 재해석(김대환, 2018)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요인과 건강 격차의 연관성은 빈곤, 낮은 교육 수준, 나쁜 건강 수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이들은 의료 접근에서 불리해지며, 사회적 결정 요인은 지식 자원의 차이를 통해서도 의료 격차를 심화시킨다. 교육과 소득수준이 낮은 이들은 복잡한 의료시스템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이용 경로를 선택하기 어렵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수준의 차이가 의료 접근과 의료의 질에서 초래하는 의료 격차는 건강 격차에 영향을 준다.

강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의료 접근성을 보장한다고 모든 환자가 의료서비스의 편익을 동일하게 누리는 것은 아니라며, 특정 의료서비스에서 질의 격차는 건강 결과에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의 질과 관련해서 사회적 약자 집단은 환자ㆍ공급자 간 의사소통 부족에서 가장 취약할 수 있다.”라며,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환자들은 의사와의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고 치료 결정에 소극적이게 돼 자신의 신념과 충돌하거나 순응하기 어려운 치료 권고임에도 이를 따름으로써 치료법의 효능을 낮추고 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의료 공급자의 무의식적인 편견도 환자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최선이 아닌 차선의 건강 결과를 얻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의료시스템에서의 의료 격차 현황을 보면, 그동안 주로 보고돼 온 의료 격차 이슈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지역 간 불균등 분포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접근성의 격차, 의료 이용과 의료비 부담에서의 소득계층 간 격차였다.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동등한 의료 필요에 따른 동등한 의료 이용(equal treatment for equal needs)을 보장하는 수평적 형평성에 근거하고 있으며, 빈곤층 또는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불형평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의료격차의 추세를 확인하는 통계량이 제공되고 있지는 않다.

강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시스템의 효율성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시급성이 높은 격차의 문제는 양질의 의료 접근과 이용에서 발생하는 지역 간 격차이다.”라며, “병상의 지역적 편재를 개선하기 위해 꽤 오래전부터 취약지 병상 확충을 위한 정책이 실행됐고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투입 실적과 무관하게 의료자원의 지역 간 차이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 자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국민이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에 접근 가능하거나 그렇지 않은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그간 논의돼 온 지역 격차 외에 소득 수준에 따른 의료 접근과 질에서의 격차 현황을 언급했다.

먼저, 의료 접근에서의 소득계층 간 격차와 관련해 “의료 접근도는 ‘최상의 건강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적기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때 의미를 갖는다.”라며, “좋은 접근도는 ‘보건의료시스템에 접근’, ‘필요 서비스를 받을 장소에 접근’, ‘상호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의료 욕구를 충족시켜 줄 공급자에 접근’이 모두 가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보건의료시스템 접근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불충분한 서비스 보장성은 비급여 서비스 이용에서 격차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환자가 비급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액을 의료기관 현장에서 지불해야 하는데, 이러한 비용 부담은 최신의 비급여 의료서비스에 대한 빈곤층 및 저소득층의 접근을 어렵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2015년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이옥희 외, 2016)에서 보면, 지역가입자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소득이 낮아질수록 감소하는 방향성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직장가입자에서 소득 분위 간 비급여 본인부담률과 건강보험보장률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소득 수준이 낮아질수록 법정본인부담률이 낮아지는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본인부담 완화 정책의 효과라고 할 수 있지만,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감소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비급여 서비스 접근성이 취약한 결과일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최근 1년 동안 본인이 병ㆍ의원(치과 포함)을 가고 싶을 때 경제적 이유로 가지 못한 비율(단위: %)*자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3기: 2005년, 4기: 2007~2009년, 5기: 2010~2012년, 6기: 2013~2015년, 7기: 2016년)를 이용해 연도별 지표 산출
최근 1년 동안 본인이 병ㆍ의원(치과 포함)을 가고 싶을 때 경제적 이유로 가지 못한 비율(단위: %)*자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3기: 2005년, 4기: 2007~2009년, 5기: 2010~2012년, 6기: 2013~2015년, 7기: 2016년)를 이용해 연도별 지표 산출

아울러,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활용해 ‘최근 1년 동안 본인이 병ㆍ의원(치과 포함)에 가고 싶을 때 경제적 이유로 가지 못한 비율’을 소득계층별로 비교하면, 절대 차이는 감소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 질에서의 소득계층 간 격차를 살펴보면, 15세 이상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병원 내외 30일 사망률에서 의료급여 수급자는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급성심근경색증(AMI) 환자의 병원 내외 30일 사망률1)에서 소득계층 간 격차와 추세(단위: %)*주1) 주 진단명이 급성심근경색인 15세 이상 입원 환자 중 입원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내 병원 내외에서 사망한 환자 수의 백분율*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각 진료 연도별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자료를 분석한 지표 정보(2018년 6월 추출)
급성심근경색증(AMI) 환자의 병원 내외 30일 사망률1)에서 소득계층 간 격차와 추세(단위: %)*주1) 주 진단명이 급성심근경색인 15세 이상 입원 환자 중 입원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내 병원 내외에서 사망한 환자 수의 백분율*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각 진료 연도별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자료를 분석한 지표 정보(2018년 6월 추출)

이외에도 적절한 외래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외래민감성질환들에서 입원율은 최고 소득층에서 가장 낮고 건강보험 최저소득층과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더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빈곤층과 저소득층에서 양질의 외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입원 예방이 가능했던 성인의 비율(단위: 성ㆍ연령 표준화 인구 10만 명당)1)*주1) 2005년 인구 기준 성ㆍ연령 표준화 20세 이상 성인 인구 10만 명당 외래민감성질환(ACSC, Ambulatory Care Sensitive Conditions)으로 입원한 환자 수2)외래민감성질환은 미국 ‘의료 질과 격차 보고서(NHQDR, National Healthcare Quality & Disparities Report)’의 예방 가능한 입원율 지표에 사용된 19개 ACSC(독감 및 폐렴, 그 외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천식, 울혈성심부전,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 협심증, 철분부족빈혈, 고혈압, 영양결핍, 탈수 및 위장염, 신우신염, 천공성 궤양, 봉와직염(세포염), 골반염, 귀, 코, 후두 감염, 치주 질환, 간질 및 경련, 괴저)를 적용한 것임(강희정 외, 2017)*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각 진료 연도별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자료를 분석한 지표 정보(2018년 6월 추출)
입원 예방이 가능했던 성인의 비율(단위: 성ㆍ연령 표준화 인구 10만 명당)1)*주1) 2005년 인구 기준 성ㆍ연령 표준화 20세 이상 성인 인구 10만 명당 외래민감성질환(ACSC, Ambulatory Care Sensitive Conditions)으로 입원한 환자 수2)외래민감성질환은 미국 ‘의료 질과 격차 보고서(NHQDR, National Healthcare Quality & Disparities Report)’의 예방 가능한 입원율 지표에 사용된 19개 ACSC(독감 및 폐렴, 그 외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천식, 울혈성심부전,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 협심증, 철분부족빈혈, 고혈압, 영양결핍, 탈수 및 위장염, 신우신염, 천공성 궤양, 봉와직염(세포염), 골반염, 귀, 코, 후두 감염, 치주 질환, 간질 및 경련, 괴저)를 적용한 것임(강희정 외, 2017)*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각 진료 연도별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자료를 분석한 지표 정보(2018년 6월 추출)

이와 관련, 강 연구위원은 “의료의 질 향상에 대한 그간의 노력에 비해 소득계층 간 격차는 큰 감소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평균의 향상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격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라며, “의료시스템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균일한 질 향상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체 인구집단이 차별 없이 의료 이용의 가치를 확대하도록 전략과 정책의 체계적 연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방안으로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 전략 수립과 투자 확대 ▲국가와 지역 수준에서 작동하는 의료 격차의 모니터링과 성과 관리 체계 구축 ▲일차의료 기능의 확대와 지불제도 개혁 등을 내놨다.

특히 지불제도 개혁과 연계한 혁신적 일차의료 시범 사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의원과 병원이 다수 참여하는 적정성 평가 항목들을 가감 지급사업 대상으로 연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보건부의 인종과 민족의 건강 격차 해소 실행 계획의 목적과 전략*자료: Federal Investments to Eliminate Racial/Ethnic Health-Care Disparities(Moy, E.,&Freeman, W., 2014)
미국 보건부의 인종과 민족의 건강 격차 해소 실행 계획의 목적과 전략*자료: Federal Investments to Eliminate Racial/Ethnic Health-Care Disparities(Moy, E.,&Freeman, W., 2014)

강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결과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성과지불보상제도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방식으로 의원과 병원의 일차의료 기능을 향상시키고 정보 기반의 선택을 확대시키는 정책적 개입이 확대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의료시스템의 혁신과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 질과 결과의 향상 틀에서 평균이 아닌 격차 해소 중심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이를 위한 세부 전략 수립, 성과 모니터링 및 보고 체계 마련, 지불제도 개혁과 연계한 혁신적 일차의료 사업의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를 추진함에 있어 지속적으로 의료 격차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확대하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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