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 중 하나인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예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맞춤형 프로그램 마련 및 관련수가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교육ㆍ상담료 신설을 요구해 온 행위료만 10개가 넘는다며, 개별적으로 교육상담료 수가를 신설하기보다는 향후 상대가치 개편시 환자 진료시간에 따라 수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치매 치료 약물 치료만이 답인가? 치매예방 및 치매환자보호자 교육ㆍ상담프로그램의 중요성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치매는 약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예방과 보호자 치유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대한치매학회 김승현 이사장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치매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인병 위험인자만 조절해도 예방효과가 있다. 치매 위험도가 높은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일상생활양식과 식습관 조절, 운동방법을 교육 받고 실천함으로써 치매로 진행을 지연시키고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우리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훈련하고 재활하는 인지중재치료 프로그램도 치매의 예방과 인지 기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를 공동 주관한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도 “치매는 약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예방과 치유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정책이 많이 걱정스럽다.”라며, “이는 단지 캠페인이나 상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치매의 예방과 치유를 전문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발제에 나선 정지향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치매환자보호자를 위한 교육ㆍ상담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은 보호자가 대부분 하고 있다.”라며, “치매노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조호자 1명 당 하루 평균 조호시간은 5시간이며, 조호시간은 치매 중증도가 증가할수록 증가한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특히 치매환자의 경우 스스로 병식이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더욱 힘들어 한다면서, 24시간 간병을 하다 보호자가 질병 등으로 먼저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문제인 ‘부양부담’과 환자의 인지능력, 일상활동 기능, 보호자의 스트레스 수준인 ‘영향인자’를 거론하며, 치매환자의 통합적인 치료, 즉 환자의 치료와 함께 보호자의 부담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매 관련 영상매체 교육을 통한 일방향적인 교육은 효과가 없고, 개별 보호자의 상황에 따른 환자의 증상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암수술환자 등은 교육ㆍ상담료 비급여가 인정되는 반면, 치매의 경우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에 치매가족상담수가 도입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연 치매를 국가가 얼마만큼 책임질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아직도 공적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인요양보험의 확대: 인지지원등급 ▲경증치매전문시설 ▲인지활동제공용 요양보호사의 전문화 ▲의료기관 내 치매보호자 교육상담의 급여화 ▲체계적ㆍ의학적으로 입증되고 개별화된 치매보호자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도 참여해야 한다면서, 한국형 치매예방 중재프로그램을 개발ㆍ보급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치매환자의 약물치료의 유지 및 인지치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의료기관과 지역사회기관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최성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 대상 영양, 운동, 인지활동, 사회활동, 혈관위험인자 관리에 대해 의료진의 꾸준한 치료적 개입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노쇠노인, 파킨슨병, 혈관성인지장애 대상 맞춤형 치매예방 프로그램의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치매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비약물 다중영역 중재치료에 대한 의료진의 치료적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라며, “치매의 예방과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인지중재치료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들도 현장의 경험을 전하며 치매 예방과 보호자 교육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동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오늘도 외래를 보는데 치매환자 보호자가 죽고 싶다고 하더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10년간 간병했는데 이제 또 남편을 간병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들다고 해서 정신과로 안내해줬다.”라며, “모든 부담을 개인이 부담하는 시스템에서 얼마나 힘들겠나.”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으로 사람들이 오긴 하지만, 이들이 심리적 부분까지 케어해주진 못한다.”라며, “관련 프로그램이 있으면 보호자에게도 환자를 자기가 관리했을 때 건강상 어떤 문제가 생기고, 어떤 식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보호자도 나빠질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알려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 병원은 수가도 얼마 안 되고 비보험이라 할 수 없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인지중재치료를 하지 않는다.”라며, “인지중재치료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학습지처럼 누가 집에 와서 가르치는 시스템까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성민 베스트힐스 요양병원장도 “증상이 비슷한 2인의 치매환자가 있어도 가족이 입원을 원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집에서 최대한 돌보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입원여부가 환자 증상이 아닌, 가족이 얼마나 지쳤느냐의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강 병원장은 “병원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간병사나 요양보호사가 가족 보호자와 다른 점은 물론 급여를 받는 점도 있지만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걸로만 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그들은 환자 관리를 위해 수면유도제 처방 등 병원의 도움을 받고, 환자를 돌보기 전 일정시간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 가족은 어떠한 시험이나 교육도 없이 가족 중 치매증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치료자가 되는 것이라 너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 병원장은 “보호자에게 환자를 잘 아는 의료진이 딱 맞는 조언을 주고 계속 도울 수 있다면 바로 입원을 시키지 않고 좀 더 외래로 다닐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임상에서 너무 답답하고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많다. 불이 나서 빨리 끄면 수가가 주어지지만, 안 생기게 잘 유지하는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의미를 모른다.”라며, “10명이 낙상 골절로 수술을 받고 평생 침대에 누워있는 것과, 보호자가 상담과 교육을 잘 받아 2~3명이 낙상 없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하면 그 가치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비교했다.

강 병원장은 “정신과는 이제 상담시간에 따라 수가가 차이가 난다. 치매환자에게도 적용된다면 오히려 많은 비용절감이 이뤄질 것이다.”라며, “치매환자를 입원시키지 않고 가족이 덜 힘들게 돌볼 수 있는 비용절감 차원과 환자 삶의 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주장에 정부는 별도의 교육ㆍ상담료 신설보다는 향후 상대가치 개편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괄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교육ㆍ상담료 신설 요구는 치매환자 뿐 아니라 10개가 넘게 들어와 있다.”라며, “교육ㆍ상담료를 만들기 시작하면 수 백종이 만들어진다. 근본적인건 행위 하나 하나에 대한 정의보다는 환자를 보는 시간에 대해 보상하는게 적절하다는 입장으로 차기 상대가치 개편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찰료 구조는 환자진료 시간과 상관없이 초진 얼마, 재진 얼마, 종별에 따라 가격이 다른 구조이지만, 다양한 교육ㆍ상담료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신과처럼 환자를 오래보는 걸 보상할 수 있는 형태로 검토중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또, 고혈압ㆍ당뇨 시범사업처럼 치매환자 역시 단순히 의료기관 수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밖에서도 관리가 잘 되면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시범사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영신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앞으로 치매국가책임제 방향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 어떻게 연계할지, 지역 전문가의 치매전문성 교육을 어떻게 할지 등의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는 5월 중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업그레이드 된 치매국가책임제가 발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올해 중 법령을 개정해 치매안심센터 시스템을 지역사회 행복이음, 건보공단 시스템 등과 연계할 계획이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장기요양 정보나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정보, 각종 복지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민 과장은 최근 일본에 치매 관련 출장을 다녀왔다면서, “치매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인 노력은 일본도 많이 했지만 우리가 더 많이 이뤄진 것 같다. 일본은 관 차원의 치매안심센터 같은 것은 없고 병원 베이스로 모두 진행된다.”라며, “다만 지역사회에서 환자나 치매가족에 대한 지역자원과의 연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기본입장은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가 어떻게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정책방향을 잡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라며, “우리나라도 치매 관련 인프라가 어느 정도 확충되면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가 일상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