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 등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타해 정신질환자의 입ㆍ퇴원 결정은 보호의무자가 아닌, 정부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가 지난 24일 의료원 연구동 스칸디아홀에서 ‘정신건강의 사회적 안전망 현황과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제3차 심포지엄에서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 같이 밝혔다.

백 센터장은 지난해 7월 발생한 영양 경찰관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정신응급상황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조현병 환자인 A 씨는 경북 영양군에서 노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1명을 살해했다.

백 센터장은 “당시 범인은 살인 경력이 있는 중증환자였으나, 보호의무자입원 중 어머니의 요청으로 한달 전 퇴원했다. 자타해 위험이 있더라도 보호의무자가 퇴원을 원하면 퇴원하게 되는 상황이다.”라며, “미국 LA였다면 병력상 외래치료명령대상이 된다. 사법입원을 통해 평가는 의사가, 입원과 치료지속 여부는 판사가 하게 된다.”라고 비교했다.

또한 당시 범인은 퇴원 후 병식부족과 투약 중단으로 재발한 점을 들며, 외래치료명령제나 퇴원 후 사례관리체계가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LA였다면 외래치료명령제와 함께 지역사회 적극적 치료프로그램으로 매일 전문가가 가정방문을 하고, 투약거부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 센터장은 이어 “당시 재발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정신건강응급개입팀 없이 경찰관만 출동했다.”라며, “LA였다면 정신건강응급개입과 경찰관이 함께 출동해 지정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했더라도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는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응급입원 규정은 있으나 사문화됐으며, 입원절차에 경찰에 대한 이송병원 정보제공이나 지정병원제가 없어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고 백 센터장은 꼬집었다.

LA였다면 정신건강전문가가 퇴원 또는 72시간 응급입원을 결정하고, 이후 자타해 위험성에 근거해 판사가 지속 입원여부를 결정한다.

백 센터장은 “범인은 살인 경력이 있는 조현병 환자였다. 이런 사람이 전체 정신질환자의 몇 %나 되겠나. 이런 사람들 관리가 안 된건 문제다.”라며, “입원해야 하는데 경제적 이유로 어머니가 퇴원시켰다. 이걸 왜 가족이 결정하나. 입원 여부 결정은 법원이나 국가가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꾸로 퇴원해도 되는 사람을 보호의무자가 안 오면 못 시킨다. 입퇴원 여부 결정을 보호자에게 맡기고 누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신건강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해우 중랑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정신질환의 질병 부담과 낮은 사회적 수용 등을 이유로 들며, 정신건강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신건강 사회 안전망 현황은 미흡한 수준이다.

사회의 정신건강 및 질환에 대한 인식과 분절화된 지역사회내 정신보건의료체계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의 조기발견과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사회내 지역사회 전환시설도 부족해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와 사회적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신재활시설 및 지역사회의 유기적 연계체계도 부족하다.

이 센터장은 공공정신보건체계에서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의 기능 역시 중요한데, 공공정신보건체계 예산과 정신보건전문요원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건강 사회 안전망의 발전 과제로 정신의료서비스 체계 개선을 통한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를 제시했다.

장기입원 중심의 의료서비스 체계를 바꾸고, 정신과 치료의 사회적 낙인 등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적 보험에서의 차별,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지역사회의 수용,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 등이 그 예이다.

또, 지역사회 전환시설(복귀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체계의 개선을 제안하며, ▲급성기 입원-낮병원 ▲병원기반 사례관리-지역사회 기반 ▲주거전환-정신재활, 직업재활시설 ▲정신장애인 고용 등을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공공정신보건체계의 질적 강화 필요성도 역설하며,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증진 및 예방적 사업을 확대하며,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에 충분한 인력 및 예산을 배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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