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의 신생아 사망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병원 측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이 제기되며 수술실 CCTV 설치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찰과 분당차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월 이 병원에서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료진이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수술에 참여한 의사 A 씨가 임신 7개월 차 1.13㎏의 고위험군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신생아중환자실로 급히 옮기다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다. 아이는 소아청소년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몇 시간 뒤 결국 숨졌다.

그러나 병원 측은 수술 중 아이를 떨어뜨린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직후 소아청소년과에서 찍은 아이의 뇌 초음파 사진에 두개골 골절 및 출혈 흔적이 있었음에도 병원 측에서 이를 감춘 것이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당시 아이의 상태가 위중했다며, “주치의는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고 여러 질병이 복합된 병사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고 보고 당시 주치의에게 사고 사실을 전해 듣고도 병원에 보고하지 않은 부원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또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증거인멸 등 혐의로 분당차병원 소속 의사 2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했다고 16일 밝혔다.

광역수사대는 주치의인 산부인과 교수가 진료기록을 삭제한 혐의(의료법, 형법 적용),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사망진단서 허위 작성 혐의(의료법, 형법 적용)로 과실이 크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꾸준히 CCTV 설치법을 주장해 온 환자단체 등은 다시 한 번 주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지난해 5월 부산시 모 정형외과 의원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경찰을 통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도 무자격자 대리수술 사건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충격적인 분당차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알려졌다.”라며, “만일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이와 같은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행위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환연은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무자격자 대리수술ㆍ성범죄ㆍ증거인멸 등의 위법행위로부터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수술실 CCTV 설치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100일 동안 국회 앞에서 의료사고 피해자ㆍ가족ㆍ유족ㆍ환자단체가 함께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오며 법제화를 촉구했으나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환연은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수술실에서 전신 마취된 환자의 생명과 인권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이고, 의사면허제도의 권위를 추락시켜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불법행위이다.”라며, “정부가 수술실 안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해야 하고, 국회는 수술실 안전을 위한 CCTV 설치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환연은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한 지 100일째 되는 18일 오전 의료사고 피해자ㆍ가족ㆍ유족, 환자단체가 국회 정문 앞에 모여 수술실 안전과 인권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국회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관련 조항(상임위 개정안)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관련 조항(상임위 개정안)

한편,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환자안전법’을 조속히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사고를 자율적으로 보고함에 따라 보고율이 낮고,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사고를 당한 경우 신고 의무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환자 기록을 조회할 수 있을 뿐 조작ㆍ은폐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환자안전사고 보고 제도가 도입초기임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환자안전법에 규정돼 있다.”라며, “사망 등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 계류 중으로,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진료기록 작성 관련 의료법 제재규정
진료기록 작성 관련 의료법 제재규정

복지부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을 수정한 경우, 추가기재ㆍ수정된 진료기록부와 수정 전 원본을 작성ㆍ보존해야 하며, 진료기록을 작성ㆍ보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 또는 삭제한 경우는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라며, “앞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도ㆍ감독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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