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회가 10년간 자체적으로 운영해 온 전문약사제도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보건당국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약사업무의 전문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전문약사 제도 법제화로 모든게 해결되는건 아니며, 여러 의견이 다각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한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약사의 역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정재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은 “기본적으로 약사직능의 전문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법제화를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어떤 범위를 정해서 할지, 얽혀있는 이해당사자 의견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 서기관은 이어 “전문약사 법제화로 모든게 해결되는건 아니다. 법의 효용성과 안정성 등도 중요하며, 수가문제와도 연계되므로 사회적 비용의 효용성 측면 등이 다각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라며, 법제화에 미온적인 입장을 전했다.

다만 그는 “병원약사회가 전문약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 중인데, 입법시 표준화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정 서기관은 또, 만성질환자가 병원보다는 지역에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문약사제도를 꼭 병원에만 국한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약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처방전을 검토하고,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처방을 체크하는 기능이므로 전문약사제도가 도입되면 그런 역할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정 서기관은 보수교육 등 정기적인 교육으로 약사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며, 환자를 대상으로 약료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발제에 나선 김은경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임상영양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력이 전문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약사의 경우 병원약사회 주관으로 2010년 첫 자격시험이 실시된 이후 현재 10개 전문영역에서 824명이 배출됐다. 이는 전체 활동약사 중 2.2%, 병원 약사 중 17.6%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우 전문약사가 전체 약사 중 15.4%, 일본은 15.7%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문약사제도가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발전했으며, 다직능 협력팀 내 약사직능을 알리고 공헌했다.”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전문약사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전문약사로의 유인책과 훈련된 전문약사 인력의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이상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고시이사)는 “중환자는 부적절한 용량이나 투약 방법에 의한 위해 가능성이 높으며, 하루 단위, 때로는 시간 단위로 약 용량을 조절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환자 전문약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또, 중환자 전문약사 투입으로 약물부작용 발생 감소, 불필요한 약물 투여 감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환자 전문약사의 역할로 ▲약물의 적응증 및 용량 적절성, 약물 상호작용, 알레르기 등에 대한 검토 ▲약물의 효과 및 ADE 발생여부 모니터링, 약품정보 제공 ▲적절한 정맥영양수액 공급 및 약동학적 모니터링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환자 전문약사가 다학제 중환자진료팀의 주요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영희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전문약사 법제화 추진 TF 팀장, 아주대학교병원 약제팀장)은 발표논문을 중심으로 종양 전문약사, 감염 전문약사, 노인 전문약사, 중환자 전문약사 등 전문약사 활동결과 및 임상적ㆍ경제적 성과를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보건의료서비스 질향상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질향상을 위한 보건의료인의 전문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보편적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약사에 의한 높은 수준의 약료서비스는 모든 환자에게 제공돼야 한다.”면서, “보건의료와 관련된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이 의료법과 국민영양관리법에 근거해 전문자격을 규정하고 별도의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약사법의 목적 범위에서 약사 중 일정한 조건을 취득한 전문가를 공적으로 증명하고, 추후 발생 가능한 권리 및 의무를 보장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라며, 전문약사 법제화를 주장했다.

각계 패널토의에서는 전문약사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법제화 관련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인력과 수가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병원약사회가 10년간 자체적으로 전문약사제도를 시행해 800명 넘게 인력을 확보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라며, “전문약료 서비스를 제공한 노력이 각 의료기관의 지표상으로 좋게 나타난 것도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박 부회장은 “이처럼 전문약사 도입이 필요하다는게 인정되고 있고, 새로운 제도 도입시 필요한 인력의 확보 면에서도 최소인력은 확보됐다.”라며, “전문약사는 병원약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제도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할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부회장은 전문약사가 법제화되면 전문약사 행위에 대한 수가보상이 같이 가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미흡한 병원약사 수가 보상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수가체계 개편이 전문약사 법제화의 전제가 되는 것보다는, 두 가지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떤 면에서는 전문약사 법제화 후 그에 대한 수가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병원약사 수가 개편보다는 빠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박 부회장은 전문약사를 병원약사에만 한정되는 제도로 보기보다는, 약사직능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종현이 사건으로 알려진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 등, 전문약사가 있었으면 상당 부분의 약물사고 방지가 가능했을 것이다.”라며, “전문약사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두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동의했다.

다만, 안 대표는 “전문약사 법제화에는 동의하지만, 약사인력이 충분한지 검토해야 하며, 레지던트, 간호사 등이 하는 것보다 전문약사가 더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전문약사가 법제화되면 수가 보상도 뒤따를텐데, 그렇게 줄 정도의 약료서비스가 제공될 것인지 약사사회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보다 전문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의사 처방을 한 번 더 체크해 잘못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이 있는 약사가 배출해야 하는데, 이는 6년제 약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문숙 한국QI간호사회 대외협력이사는 “전문약사의 역할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에는 여러 가지 세밀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이사는 또, 병원 약사 입장에선 전문약사 활동도 해야 하는데 기본조제 활동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기본조제 활동 부담을 줄이는 방법과 함께 전문약사 영역을 확대하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약사 쏠림현상 해결, 불합리한 병원약가 체계 개선 등, 전문약사 법제화 추진시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서 위원장은 “중소병원은 여전히 약사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마약류 취급 의무보고,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인증제도) 등 약사 업무량이 지속 증가해 병원의 약사 인력난은 계속 심화될 우려가 있다.”라며, “2020년 약대 정원이 60명 늘어날 예정이지만, 확대된 인력이 병원에 투입되기는 힘든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전문약사 법제화 추진에 병원계의 공감대 형성과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약사 인력난 해소방안이 함께 검토ㆍ제시돼야 한다.”라며, “병원의 약사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전문약사제도가 추진될 경우 병원의 약사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현행 병원약가는 원외약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병원 입장에서는 약사인력 확보에 대해 재정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전문약사는 일반약사보다 역할 및 자격이 강화되는 것으로, 전문약사 법제화시 이에 대한 수가 보상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우선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병원약가에 대한 적정 보상이 선결돼야 전문약사 법제화에 따른 전문인력에 대한 보상도 합리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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