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제2의 금연사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김종웅)는 지난 14일 제11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만성질환관리 통합 시범사업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좌),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우)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좌),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우)

김종웅 회장은 “시범사업 참여자 모집 결과 내과의사들이 많이 신청했다. 하지만 막상 등록해 놓고 시작하지 못한 분들이 꽤 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유는 단순하다. 시작하려니 복잡한 절차로 업무부담이 커서 포기한 것이다. 또, 본인부담금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도 애로사항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과거 금연사업과 같은 형국이다. 금연사업이 돈이 될 것 같으니까 교육을 받았는데 하려고보니 서류절차가 복잡했다.”라며, “교육을 받고도 포기할 정도로 업무부담이 컸다.”라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2월 흡연자가 담배를 끊을 수 있게 지원하는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금연치료 의료기관으로 등록한 병원이나 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12주 동안 6회까지 금연상담을 받고 최대 4주까지 금연치료제와 보조제 처방을 지원받는 사업이다.

첫해 참여자가 16만여명이었으나 70%에 이르는 11만여명이 중도 포기했고, 흡연 성공자는 한자리수에 불과했다.

2016년엔 금연치료에 1,081억원을 책정했으나 예산소진율이 30%를 밑돌았다.

이는 중도포기 환자가 많은데다, 의료기관들도 업무부담이 더 적극적인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결국 정부가 금연사업 금액을 올리고 당일 진찰료를 인정해줬는데도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참여한 의사들도 환자 한 명 당 비용을 듣고 참여를 결정했다. 평소 당뇨나 고혈압 환자를 안보는 분들도 참여했는데 막상 하려니 간단하지 않은 거다.”라며, “서울 광진구의 경우, 소아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가 참여했다가 대부분 포기했다. 내과 의사들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첫 교육시간은 30분인데, PPT 자료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20분만에 종료하고 끝내기를 눌렀더니 기록중이던 자료가 다 사라지더라. 또,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로딩이 오래 걸린다. 환자가 진료실에 있는데도 로딩 시간은 교육시간에 포함도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자교육용 자료는 글이 많고 그림은 없다. 의사도 보기힘들 정도로 글씨가 작다보니 환자의 집중력도 떨어진다.”라며, 개선할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박근태 서울개원내과의사회장은 본인부담금 문제를 지적했다.

박 회장은 “처음 교육등록할 때 4,000원, 첫 교육때 2,000원을 환자가 내야 하는데 불만이 많다. 환자들이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아 의사들이 환자에게 섣불리 권하기 어렵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 회장은 “진료 외에 교육을 받는 것이므로 따로 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잘 이해를 못한다. 만성질환 환자가 고령자가 많다보니 설명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바우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환자에게 바우처를 제공하고, 환자는 교육을 받을 때마다 바우처 쿠폰을 제시하면 의사와 환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정부도 환자에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이니 일석삼조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개원내과의사들이 시범사업 계획 수립단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은 “지역일차의료 시범사업과 만성질환통합사업의 큰 차이는 전자는 내과의사회가 직접 참여해 복지부, 공단과 다양한 미팅을 하면서 의견을 제시한 반면, 후자는 내과의사회가 참여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시범사업 계획이 마무리될 무렵 불려가 통보받는 식으로 진행됐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그러다보니 교육자료만 비교해봐도, 지역일차의료 시범사업은 슬라이드가 많아 환자에게 설명하기가 쉬웠는데, 이번 시범사업은 그림은 없고 글씨만 있다. 여기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웅 회장도 “현장에서 만성질환관리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 시범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직인 결과물이 나왔다. 정부가 환자를 생각한다면 내과의사회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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