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보건당국과 병원계 모두 기존 1인 병실을 우선 활용하고 이에 따른 수가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사망 장소별 사망자 현황(단위: 1,000명, %)*자료: 연도별 출생ㆍ사망통계 보고서, 통계청
사망 장소별 사망자 현황(단위: 1,000명, %)*자료: 연도별 출생ㆍ사망통계 보고서, 통계청

주호영 의원은 “국민 75%는 병원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죽음 이후에 상주가 문상객을 맞는 장례식장은 병원마다 큰 공간을 차지하며 성업 중인 반면에, 병원 내에서 가족과 함께 품위 있고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기에 적합한 공간은 많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환자가 가족과 함께 죽음을 준비하고 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인 임종실은 환자와 그 가족 뿐만 아니라, 임종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다른 환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의 하나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의 시설기준을 정하는 경우 임종실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함으로써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수)는 지난달 18일 전체회의에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임종실 설치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의 임종실 설치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하지만 임종실 설치를 일괄적ㆍ의무적으로 하는 데 대해서는 정부와 병원계 모두 부정적 입장을 전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의료기관에 임종실을 일괄적ㆍ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것은 의료기관 개설 규제 작용 우려 및 병상 자원 운영 제한 등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1인 병실 등을 임종 공간으로 운영할 경우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병원협회도 “환자 및 보호자가 임종공간을 원할 경우, 1인실 등 기존 병실을 우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임종공간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 및 발생 가능한 갈등 등을 고려해 임종공간 사용에 따른 수가 신설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종별 임종실 수가 현황*호스피스 보조활동(위생, 식사, 이동 등 일상생활 보조) 업무를 전담하는 보조활동인력 배치 시*자료: 보건복지부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종별 임종실 수가 현황*호스피스 보조활동(위생, 식사, 이동 등 일상생활 보조) 업무를 전담하는 보조활동인력 배치 시*자료: 보건복지부

다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죽음을 최대한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임종 돌봄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라고 전했다.

학회는 아울러 임종실에 대한 적정 수가 보전, 예비 임종실에 대한 급여화, 임종실에 대한 적정 간호인력 배치 등 임종실 설치 의무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역시 당장 의무적으로 설치하기보다는 수요 파악 등을 먼저 하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문위원실은 “환자 및 가족의 임종실 이용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기관의 임종실 운영 비용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는 임종실 이용 시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참고로,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에 설치된 임종실에 대해서는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임종실의 일당 정액수가는 27만 8,190원(의원급)∼38만 9,240원(상급종합병원급) 수준이다.

전문위원실은 또, 개정안과 같이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의 임종실 설치를 일시에 의무화하기보다는 의료기관 내 임종실 이용 수요 파악을 위한 조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한 후 임종실 설치가 필요한 의료기관의 범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안으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 지정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임종실 설치ㆍ운영비용 외에도 별도의 독립적인 호스피스 병동을 설치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등, 의료기관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제6호에 따른 호스피스전문기관 이용 대상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등으로 한정돼 있어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모든 환자를 포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사망자 중 76.2%는 병ㆍ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현재 임종실이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도 전체 42개소 대비 17개소에 불과하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종실 1개 이상 설치가 의무화되고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2019년 현재 99개소)을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임종실을 설치해 운영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임종실이 설치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의 임종이 예상되면 중환자실 등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어 환자와 그 가족이 조용히 임종을 맞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타 환자와 그 가족에게도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환자의 임종이 예상되는 경우 공실 상태인 1인실로 이동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동일 병동 내 1인실에 입원해 회복 중인 타 환자와 그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또, 1인실 병실료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돼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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