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양병원의 전문의 가산 기준에 한의사 전문의가 포함되는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다는 ‘설’이 돌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의사단체들은 연이어 성명을 내며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기준에 한의사가 포함될 경우, 대부분 고령에다 여러 중증질환과 합병증을 앓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신경과의사회다.

신경과의사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복지부가 의료계의 입장을 묻지도 않고, 한의계가 주장한 ‘기존 재직자들의 실직문제’라는 해괴한 밥그릇 논리를 수용하려 한다.”라며, “의료인의 양심을 걸고 강력히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신경과의사회는 “요양병원에서 한의사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약물처방이나 처치, 검사 등의 오더를 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의사와 한의사는 다른 직군의 의료인인데도 불구하고 전문의 가산제 개편안에 한방전문의를 포함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기만하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신경과의사회는 “요양병원의 환자는 대부분 고령으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난치성 신경계 질환, 말기 암환자는 영양 부족, 탈수, 넘어짐, 골절, 외상성 뇌출혈, 욕창, 폐렴, 요로감염, 위장관 출혈, 뇌졸중, 뇌전증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라며, “요양병원 전문의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 관리뿐 아니라 만성질환, 감염병, 신경계 질환의 예방과 관리 등 전문의학지식을 갖춰야 하므로, 체계적으로 의학지식을 습득한 의사 전문의로 국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경과의사회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염려한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학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며, “요양병원이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보다 전문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의 가산 인력에 대한 원칙을 바로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10일에는 일반과의사회가 성명을 내고 요양병원 가산제도 개악을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과의사회는 “앞서 요양병원의 전문의 가산제를 전체 의사로 확대하고, 의사 인력의 충원률에 따라 가산하거나 또는 요양병원 진료의 특성에 맞는 인증의제도 등을 만들어 여기에 대한 가산으로 변경하는 등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다.”라며, “복지부는 8개 전문과 가산을 단지 전문의 가산으로 변경하고, 심지어 의과 전문의와는 태생부터 다른 ‘한방 전문의’까지 포함시키려 한다.”라고 꼬집었다.

일반과의사회는 “요양병원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요양병원에 재원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의사만으로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할 수 없어 의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라며, “특히 야간에 한의사가 당직하는 경우 심폐소생술은 물론 활력징후가 흔들리는 환자가 있을 경우 혼자서 감당할 수 없어 대개 의사가 호출을 받고 나와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반과의사회는 “요양병원 내에서 의과와 한방을 분리해 환자들이 각각 담당의사의 진료를 받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야간에 당직을 서는 의사 또는 한의사가 자기 책임 하에 환자를 진료하는 ‘당직 책임제(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하루 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고려장으로 만들 작정이냐고 따졌다.

소청과의사회는 “요양병원은 단순히 노년을 마무리하는 장소가 아니라, 노인을 비롯한 만성 질환자의 전인적 진료를 위한 한국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인구고령화로 요양병원 질 관리의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기준에 한방 전문의 포함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라며, “만성 질환의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 질환, 감염 관리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 요양병원 현장의 상황과 의사ㆍ한의사 직역 간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복지부 공무원과 건정심 위원들의 무식함에서 비롯된 논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한의사는 요양병원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검사의 처방을 비롯해,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처치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직군이다.”라며, “요양병원에서 한의사들이 진료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한방 전문의와 관련해서도 더 이상의 논란의 여지는 없다.”라고 못박았다.

소청과의사회는 “정부가 요양병원 가산 기준에 한방 전문의를 포함하는 논의를 계속한다면, 이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모셔야 할 어르신들을 요양병원에 갖다 버리는 요양병원의 ‘고려장화’에 앞장서는 꼴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요양병원 인력 기준에서 한의사 자격증 소지자를 제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며, “얼토당토 않은 정책을 강행할 경우, 복지부 공무원과 건정심 위원들의 책임을 묻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2일 오후 2시 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약(안)과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 방안을 심의ㆍ의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의 전문의 가산 기준에서 한의사 전문의를 포함하는 안은 논의되지 않는다.

복지부 사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약(안)과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 방안을 심의 및 의결할 예정이다.”라며, “한의사를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기준에 포함하는 여부는 논의되지 않는다.”라고 확인해 줬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이번 건정심에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안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동안 한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건의해 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요양병원에서 한의사를 고용하고 당직을 세우는 일이 늘고 있는데,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옳지 않다. 하물며 가산을 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오히려 요양병원의 의료의 질을 위해서라도 한의사를 배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요양병원 인력가산 종류별 전체 규모
요양병원 인력가산 종류별 전체 규모

한편,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도는 ‘요양병원이 의사인력가산 1등급에 해당하고, 8개과(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전문의 수가 전체 상근 의사의 50% 이상이면 요양병원 입원료를 20% 가산해 주고, 전문의 수가 50% 미만이면 입원료 10%가 가산되는 제도’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건정심에서 전문의 가산제 과목 제한 폐지안이 의결됐지만, 전문의 확보 비율에 따른 가산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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