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지난 10일 발표된 가운데,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과거 발표했던 유사한 계획들보다 구체적이고 실천력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일부 미비하고 우려되는 점을 지적했다

재원 조달,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및 총량 관리 필요성, 원가 산출과 합리적 수가 등에 대한 내용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이날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기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19~2023)’(안)에 대해 발표했다.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은 ‘국민 중심, 가치 기반, 지속가능성, 혁신 지향‘의 4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수립됐다.

추진 방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비 부담 경감 ▲병원 밖 지역사회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의료제공체계 구축 ▲일차의료 강화 및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뒷받침하는 건강보험 수가 운영 ▲합리적인 적정수가 보상 방안 마련 ▲급속한 인구고령화 대비 제도 지속가능성 제고 등이다.

이번에 수립된 종합계획의 재정소요 규모는 향후 5년(2019~2023) 간 총 41조 5,800억원으로, 이는 당초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른 재정소요와 종합계획 수립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액(약 6조 4,600억원)을 합산한 것이다.

정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출 관리 방안을 병행해 국민 부담이 더 증대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시 계획한 과거 10년간 평균 인상률(2007∼2016년간 연평균 3.2%) 수준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관리하고, 2023년 이후에도 약 10조원 이상의 적립금 규모를 지속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주문했다. 국민은 이유 있는 건보료 인상은 수용할 의지가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건보료를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주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정부는 재원 조달과 관련해 보험료 증액, 국고지원 확대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증액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설문조사 등에 따르면, 국민은 더 나은 보장성에 대해 일정한 기대치 달성을 위해 건보료를 더 낼 의사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건보료 인상이 정치적 자살처럼 느껴져서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 그것이 공급자에게 거꾸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라며, “공급자는 자신들을 희생시켜 보장성 강화를 이루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며 삐걱거리게 된다.”라고 전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도 “이번 계획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제도적 압박이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과거 유사한 계획들보다 실현 가능성 높은 내용으로 짜여져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하지만 재원 조달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율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고 기획재정부는 매번 불확실한 보험료율 핑계를 댄다면서, 예상수입액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면 확정적 수치인 전전년도 보험료 수익 등을 기준으로 명확한 규정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보장성 강화나 비급여의 급여화와 관련해 실제로 들어가는 소요재정과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클 것이다.”라며,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이어 “법정 국고지원율이 20%인데, 국고지원이 안정적으로 포함됐을 때 2022년~2023년 경에는 건보료가 얼마나 될 지 등을 함께 발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의료이용량 증가를 우려하며, 총량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다수 나왔다.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같은 금액이라도 비급여일때와 급여일때는 국민의 사용량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라며, “비급여일 때는 좀 신중하지만 급여화가 되면 이용량이 폭증할 가능성이 많다. 양을 어떻게 관리할지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보수지불제도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현행 행위별수가제로는 의료수요 폭증을 피하지 못할 것이므로 비급여의 급여화와 동시에 보수지불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도 “종합계획대로 추진되면 건보 지출이 크게 늘어날 텐데, 총량 관리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쉽다.”라며, “OECD 국가들이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며 지출 확대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채택한게 총량 관리이다. 문재인케어가 제대로 추진되면 지출이 늘텐데, 총량 관리에 대한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양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역시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건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커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이다.”라며, “비합리적이고 과다한 의료 이용을 어떻게 예방ㆍ관리할지 더 다양한 부분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병상공급 등이 OECD보다 훨씬 많은데, 의료경제학적 입장에서 보면 공급량의 증가가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병상수가 많아서 입원환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과의 비교도 물론 필요하지만, 너무 공급에 대해 비교 접근하면 필요 이상의 수요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비급여는 아무리 급여화해도 계속 개발돼서 나올 것이므로 미리 예측해서 어떻게 막을지 생각해야 하며, 의료기관 별로 상이한 비급여 비용도 가격 상한선 등을 설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원가와 적정수가에 대한 조언도 제기됐다.

오주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원가는 사회적으로 이윤을 포함하는 관점과 뺀 관점이 있는데, 후자로 하면 해결책이 없을 것이다.”라며, “의료인의 노동 소득에 대한 성격을 분명히 하고, 소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 교수는 “약제, 의료기술 중 치료장비 등 산업 분야는 비교적 비용을 잘 받는데 비해 의료진의 노동에 대한 서비스는 평가 절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약제 등은 적극적으로 보험에 들어오려고 하지만, 의료진 노동은 자꾸 비보험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 두 부분을 잘 조정해야 한다. 원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한 후 기술적으로 진행해야지, 기술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미궁에 빠진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종합계획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한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은 “미진한 부분도 있겠지만, 첫 번째 종합계획이므로 이 계획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발전의 첫 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계획을 만들었으니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닌, 적극적인 동력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특히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이용 관리, 보상체계 준비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이번 종합계획을 세울때 걱정한 부분이 계획을 세우면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라며, “지금 시점에선 이 계획이 맞지만, 향후 환경 변화에 따라 방향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유연하게 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표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은 오는 12일 개최 예정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후 2023년까지 시행되며, 법령에 따라 국회에도 보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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