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가 고어사 인공혈관 공급중단사태와 관련,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격협상 행태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2일 논평을 내고, “소아 심장 수술에 필수적인 인공혈관을 생산ㆍ공급하던 미국 고어사는 지난 2017년 9월 보험수가와 GMP(제조 및 품질관리) 제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국내에서 철수했다.”라며, “유리한 가격 협상을 위해 공급중단을 무기 삼는 공급자의 비윤리적인 행태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다행히 비축된 인공혈관으로 지난 1년은 버텼지만 결국에는 재고가 바닥나자 병원에서는 수술이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라며, “대체재가 없거나 필수적인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공급중단으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태는 지속적으로 목격돼 왔다.”라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크워크는 “인공혈관 재공급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급히 고어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재공급이 결정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다.”라며, “그러나 고어사가 요구하는 ‘미국 정가 수준의 판매가격’과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심사 및 규제서류 면제’조건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어 결과적으로 고어사의 영업전략이 성공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크워크는 “고어사가 소아 심장병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배짱영업을 하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고어사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재료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대체품이 없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독점생산 자체가 공급자로 하여금 공급가격을 높이는 유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크워크는 “이번 인공혈관 부족사태도 결국, 고어사가 정부로부터 유리한 가격 결정을 위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라며, “과거 글리벡과 리피오돌 사태에서도 다국적제약사들은 높은 약가를 책정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약가결정을 주도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고어사의 인공혈관 공급중단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집중적인 질타를 받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분명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과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는 명확하게 별개의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보험수가가 낮고, 수가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거나 파업을 하는 행위가 지지 받지 못하거나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며, “인공혈관 공급중단과 관련된 고어사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책임은 분리해서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제약 및 의료기기 업체들이 의료시장에서 독점 공급의 지위를 갖는 경우, 관련 제품에 대한 환자의 의존도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인공혈관 공급중단과 같은 공급업체의 횡포를 통제할 방법은 딱히 없다.”라며, “고어사는 이번 인공혈관 사태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하며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생명과 부모들의 절박함을 이용해서 공급가격을 인상하고 규제심사면제조건을 얻어내려는 비윤리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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