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과로사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 의사수 증원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충돌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오후 2시 의협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사 과로사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사회에서 의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당연시하는 이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과, 의료행위와 과로와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통계를 마련해 의사들의 과로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토론회가 마무리될 무렵, 병원협회 측 토론자가 의사수 증원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미래정책부위원장(혜민병원 원장)은 “개인의견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라고 전제한 뒤, “정형외과 수련 당시 계산해 보니 한주에 127시간을 근무했다. 2시간씩 잤고, 식사시간은 쉬는 시간으로 뺐다. 당시 시간당 급여가 4,900원이더라.”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특징은 의사의 노동가치를 굉장히 낮춰놓은 시스템이다.”라며, “OECD 평규보다 환자를 두 배로 봐야하고, 입원기간 두 배, 외래 방문횟수 두 배인데, 가격은 70%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외국 근로자 의사들에 비해 노동가치를 3분의 1만 인정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병원을 열어야 한다. 장시간 근무로 수입을 유지해서 이 정도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데 굉장히 옳지 않다.”라며, “앞으로 의사협회가 이를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아버지 세대에는 12시간 근무하는 게 당연했지만 우리 세대는 8시간 근무하는게 당연하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후대에는 4시간 일해도 충분한 가치를 가질수 있게 변화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 직역은 쇠퇴한다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김 부위원장은 “2004년에 주 5일제가 시작될 때 공공기관과 금융, 보험업에서 즉시 도입됐지만 의사들은 계속 근무했다.”라며, “주 32시간이 된다면 가장 먼저 가야하는 분야는 의료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의료의 시간당 가치를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의사를 늘려야 한다면 늘리라고 하고, 의사의 근무시간을 줄일 것과 지금과 같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의사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의사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야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시간당 가치를 더 쳐달라고 하고, 의사수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울백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과로사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경원 교수는 “의사수 증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국민중 미용이나 성형 관련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분은 없다.”라며, “결국, 필수의료나 응급의료에서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모집에서 오랫동안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육성지원과라고 표현했다.”라며, “1차에서 떨어진 사람을 후기로 붙여줘도 응급의학과는 계속 미달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제 메이저과를 줄이니까 인턴수가 차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높아진 것은 낙수효과에 의해서다.”라며, “하지만 수련의 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원한다고 다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공자가 더 필요하지만 늘리기가 어렵다. 늘려도 지원을 해야 한다.”라며, “의사수 문제는 국민이나 언론에서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올해 2000명이 됐는데 50세 되기 전에 다 그만둔다. 힘들어서 그만둔다. 저도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라면서, “앞으로 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줘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결국은 보상문제다. 충분한 보상을 안해주니까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다. 과로사도 그런 부분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과로사하니까 의사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데 보상 부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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