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중소병원이야말로 한국형 의료제도의 핵심이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임원들은 17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서 가진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병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규 공동회장(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은 “중소병원이 1980년대부터 계속 증가한 이유는 의료환경에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결국 의료의 질을 인정받아서다. 환자 만족도를 늘리니까 중소병원이 늘어났다.”라고 강조했다.

박 공동회장은 “과거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중소병원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계속 늘어났다.”라며, “최근 2년여 전부터 규제가 강화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라고 꼬집었다.

박 공동회장은 “중소병원은 병원 규모가 작아서 중소병원이 아니라 척추 등 1~2개 과에 특화된 병원이다. 의료비는 대학병원의 3분의 1로 저렴하면서 환자 만족도는 높고, 접근성도 좋다. 오히려 정부가 지원을 통해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공동회장은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해 3분기에 진료비 증가율을 보면 대학병원은 22% 증가한 데 비해, 의원과 병원급은 7% 증가했다.”라며,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데 종합병원에 가서 치료받게 하는게 정상인가?”라고 물었다.

박 공동회장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중소병원에서 고용한 인력이 30만명은 될 것이다.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공동회장은 “중소병원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한국형 의료제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운 의장은 “300병상 논란을 야기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건강보험공단과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서울의대 김윤 교수도 300병상 이하 병원을 퇴출하는 내용은 없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다.”라며, “300병상 퇴출론은 이제 지난 이야기다.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파괴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최근 2~3년 전부터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부터 의료전달체계는 더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라며, “지금 절정이다. 곧 폭발할 느낌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복지부도 전담부서를 만들고, 의협도 의료전달체계 TF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고 하는 가산제도가 환자수를 가지고 인력을 보충하는 형태로 가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방향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의료자원은 한정적이다. 대한민국 지도를 펴고 보면 대도시 빼고 웬만한 시군구에 병원은 한 두 곳뿐이다. 강원도도 원주, 춘천을 빼곤 병원이 없다시피하고,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도 마찬가지다. 광역시를 제외하면 없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의료인력도 도심으로 쏠려있다. 국내에 종합병원 이상 병원급이 338곳인데, 18만 간호사중 11만 3,000명이 근무한다.”라며, “지금 정책대로라면 15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종합병원 가산제를 맞출수 없다. 관료들도 가산제도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종합병원은 연구와 교육, 중증질환을 치료해야 하는데 가산제를 도입하면서 외래환자가 폭증했다. 교수들이 하루에 150명에서 200명씩 진료한다. 실력있는 의료자원을 외래진료에 소모하고 있다. 수술이나 중증질환에는 시간을 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상급종합병원에 쏠리는 의료전달체계는 상종도 행복하지 않고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을 말살시키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곧 번아웃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간호인력과 의사들이 골고루 분포되도록 인력자원 배분 정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양동 공동회장도 “빅5에 집중하면 건보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다. OECD 중 우리나라처럼 대형병원이 공룡화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한 곳도 없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남, 전남 주민은 심정지로 병원에 방문할 수 있는 시간과 사망률이 서울 주민의 두 배다. 의료기관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이 잘못되서 모든 질환을 빅5에서 해결하려 한다. 이 상황이 3~5년 계속되면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박진규 공동회장은 “정부는 300병상 이하 병원을 대학병원으로 꾸미고 싶은 것 같지만, 중소병원들이 규모를 키운다면 감염관리 등 비용문제와 인력 충원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어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감염관리 규칙을 중소병원에 강요하고, 인력 기준을 강제하면서 중소병원이 문을 닫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강제로 죽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상운 의장은 지역병원협의회에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의장은 “지난해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중ㆍ단기 계획을 마련했다. 간호인력 차등제 개선안, 의사당직 규정 개선안, 중소병원 특별세 감면안,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안, 병원급 시설기준 현실에 맞게 기준 개선안, 토요일 진료 가산제 적용 요구안, 구급차 운영에 관한 해결안, 상대가치 평가에 대한 연구 등에 대해 연구를 해놨다. 순차적으로 개진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의장은 “간호 차등제만 해도 대여섯개 안을 제시할 수 있다. 공정회 통해서 우리가 주장하는 세부안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건강에 저해 되는 잘못된 규제는 제도적으로 개선하자고 이야기하겠다. 다만, 간호협회, 시민단체, 의료계 내부에도 다양한 단체가 많다. 우리가 연구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서 순차적으로 제안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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