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 향상, 의료비용 절감을 위해 의료기관 기초영양관리료 수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시행중인 기초영양관리 행위에 대해 별도의 수가를 신설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지적되고, 정부도 이미 입원료 안에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내놔 수가 신설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신관 제2세미나실에서 ‘의료기관 기초영양관리료 수가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원경 (사)대한영양사협회 전국병원영양사회장(서울대학교병원 급식관리파트장)은 “국내 입원환자 입원시 영양불량 유병률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영양불량은 감염률, 재원일수, 사망률을 높여 결과적으로 사회적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영양사가 영양관리를 한 환자의 재원일수가 짧고, 영양사에 의해 개별관리를 받은 환자의 재입원율이 낮아 의료비용을 5%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의료기관에서의 기초영양관리가 완전하고 내실있게 진행돼 환자의 예후 개선, 삶의 질 향상, 나아가 의료비 부담 경감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기초영양관리 수행에 필요한 영양사 인력 확보를 통한 고용인력 창출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기초영양관리료 수가(안)으로 영양사가 영양초기평가를 통해 선별된 영양불량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영양초기평가 ▲영양불량 문제 진단 ▲영양관리계획 수립 ▲의무기록 및 의료진에 고지 등의 행위를 수행하고, 수가는 7,000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영양초기평가(대상자 선정) 기준 제시 ▲기초영양관리 행위 범위 정의 ▲수가금액 산정 및 수가 신설시 세부기준 마련 ▲인력기준 제시 등, 기초영양관리료 수가화를 위한 정책연구를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양혜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입원환자에게 제공하는 기초영양관리 행위를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 항목에 포함해 기초영양관리료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소아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기초영양관리를 모든 소아 입원환자로 확대해 적용하고, 기초영양관리료 수가에 연령 가산을 추가로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 소아 입원환자의 경우, 기초영양관리료 외에도 별도의 소아영양교육상담료 수가를 신설하고 수가에 소아 환자에 대한 연령 가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 교수는 이어 “소아 외래환자에도 영양불량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기초영양관리료를 적용하고, 연령 가산이 반영된 별도의 소아영양교육상담료 수가를 신설해 신환 및 초진 소아환자에서 영양불량 고위험군을 선별ㆍ평가해 영양교육 상담을 제공하며, 퇴원 환자의 경우 퇴원 후 외래에서도 영양교육상담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승민 한국임상영양학회 이사(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신임합동위원단(JCAHO)이 모든 입원환자에게 24시간 이내 영양초기평가를 실시하고, 고위험환자에게 영양치료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며, 영양불량 환자에 대해 진료비를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일정한 기준을 갖춘 의료기관의 모든 입원환자에게 입원기본료로서의 영양관리 가산료를 적용해 영양초기평가의 실시, 영양관리 계획의 수립, 영양관리 수행 및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이사는 “의료기관 기초영양관리료 수가 도입의 필요성에 동감한다.”라며, “기초영양관리료 수가 도입이 선순환적 결과로 이어지기 위한 선제조건으로 영양초기평가 도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확보, 영양사ㆍ임상영양사에 의한 기초영양관리 행위의 범위와 방법 수립, 충실한 기초여양양관리 업무 수행을 위한 영양사ㆍ임상영양사의 인력기준 및 수가 산정기준 제시 등에 대한 실무 및 학계 전문가의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이미 입원료 안에 해당 수가가 포함돼 있는 걸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환자 영양관리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라면서도, “JCI 등에 해당 항목이 기본지표로 들어가 있다는 것은 병원이 반드시 그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관점일 것이다. 환자 영양이 입원 당시 불량할 수는 있지만 입원 후에도 불량한 건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과장은 “수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기엔 좀 문제가 있다. 물론 수가가 낮은 문제가 있으면 극복해야겠지만, 그 모든 결론이 수가라고 하는건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또, 영양사협회가 주장하는 기초영양관리료는 행위주체가 영양사라 의료법 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입원료는 의사 행위료, 병원 관리료, 간호 관리료로 구성되는데, 의사와 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력 관련 내용은 병원 관리료에 포함돼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그 안에 영양사 업무가 제대로 포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인정하며, 상대가치 논의에서 관련 분석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과장은 분석 후 입원료로 보상하는게 타당할지, 별도의 수가를 신설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관리료의 경우 메르스라는 국가적 사태를 겪으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신설될 수 있었지만, 영양 관련 수가는 얘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JCI 등에서 환자 영양관리가 기본지표로 들어간다는건 별도의 수가가 아니라, 입원환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서비스이니 입원료 안에서 보는게 타당할 것 같다.”면서도, “영양사협회의 수가신설에 대한 주장은 일단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일선 현장에서는 이미 환자 기초영양관리가 진행 중이고, 입원료 속에서 보상되고 있는 걸로 해석되고 있다.”라며, “다만, 아직까지 입원료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규명이 안 됐으니 현재 영양사들이 하는 행위가 입원료 속에 들어있다고 100%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상대가치 개편에서 논의할 예정이니 눈여겨 봐달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또, 발제자가 수가로 7,000원을 제시한 데 대해 “영양사의 모든 행위가 환자 영양관리에 올인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라며, “수가 신설을 주장하려면 영양사가 수행하는 많은 행위에 대해 어떻게 시간 배분이 이뤄지고 있는지 계측해 논리적 틀을 다시 짜야 타당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가 신설 주장을 하고 싶으면 행위에 대한 정의와 대상자 판정기준, 관리 프로토콜 등을 정확히 정해야 하며, 결정적으로는 비용효과 분석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양관리가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되고 재원이 절약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미 진행 중인 행위에 대해 환자진료비가 5% 절감된다는 주장은 막무가내 가정이라는 지적이다.

신 연구위원은 “환자 영양관리 비용이 산정되면 결국 국민 부담인데, 국민이 더 부담하려면 돌아가는 이득이 있어야 한다. 그걸 어떻게 설명할지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병원계는 식대 등 저수가 문제로 의료기관 경영이 힘들다고 호소하며, 이번 상대가치 개정 작업에서 수가 현실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진수 (사)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장)은 “의사라면 환자 식이가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는건 누구나 알 것이다.”라며,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말하면, 환자 영양관리와 일반식대가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다이어트라는 큰 범주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식대가 상당히 저수가다.”라고 주장했다.

평균 식습관의 개인차가 크긴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으로 봐도 현재 식대급여수가가 매우 낮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서 위원장은 “병원 입장에선 적자를 면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동안 기초영양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면서, “그런데 환자 영양관리가 JCI 등 인증사업의 필수항목으로 들어오며 병원은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수가도 없이 왜 하는지 의아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해야 하는 실정이고, 환자를 위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입원료에 포함돼 있다는 논리인데, 모든 부분이 입원료에 포함돼 있다고 본다면 끝도 없다.”라며, “현재 기본진찰료와 입원료에 대한 상대가치 조정 작업 중인데, 의료기관의 비현실적인 저수가가 얼마나 개선될지 기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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