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인폭행 등 진료실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지불 보상을 통한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이슈앤포커스’에서 ‘병원 내 의료인 안전 향상을 위한 개념적 틀과 정책적 대응’을 통해 병원 내 폭력 사건은 의료서비스 제공자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직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말 임세원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진료 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국회와 의료계, 보건복지부가 사건의 재발 방지와 병원 내 의료인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폭력이 빈번하게 보고되던 응급실이 아니라 외래 진료실에서 의사가 피살되는 중범죄가 발생한 것은 의료기관의 안전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경고하는 적신호다.”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병원 내 폭력 사건은 의료서비스 제공자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직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이며, 이로 인한 의료제공자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라며, “모든 환자가 편견과 차별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의료인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포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진료 환경은 모든 병원의 환자 안전 규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병원이 환자와 근무하는 모두에게 안전한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은 병원의 안전과 환자 안전을 향상시키는 핵심 기반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의료시설의 안전을 유도하는 통합적 접근의 추진에서 의료기관장의 책임, 정부의 책임, 보험자의 책임 등으로 역할 분담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단일 공적 건강보험제도에서 보험자의 지불 보상은 바람직한 행태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로 고려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의료기관의 보안 체계 강화를 위한 재정 지원, 의료인 위험수당의 수가 반영 등 의료계 요구에 대한 대응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지불 보상의 설계 시 보상과 행태 변화의 관련성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라며, “일부 서비스에 치우친 보상은 환자 전달 체계, 적절한 서비스 제공의 접근성 감소를 초래하므로 전체 보건의료시스템에서 상호작용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일부 건강서비스의 재정 감축은 폭력 성향을 가진 중증 환자가 보다 전문화된 의료시설에서 의료 이용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해 응급실 이용을 증가시키고 의료 안전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위원은 “의료시설의 보안과 안전의 통합, 환자 안전 성과 향상에 대한 보상 확대 등 제도 간 연계와 시너지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 설치 및 허가 기준, 의료기관 인증, 지불 보상 기전을 통합적으로 연계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건축 설계와 시설 보강 등의 구조적 투자가 의료 인력의 생산성을 높여 병원의 성과 향상과 수입 증가에 기여하도록 보상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 “건강보험에서 의료인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은 건강보험 수가로 이루어지며, 건강보험 수가는 행위별 상대가치 점수에 환산지수(점수당 단가로 수가 계약 시 계약 대상)를 곱하여 계산된다.”면서, “상대가치 수가 체계에서 구조적 투자 비용은 진료 비용 상대가치에,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안전 위험은 업무량 상대가치 또는 위험도 상대가치에 반영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강 연구위원은 아울러 의료인과 환자의 소통 방식 개선을 유도하는 지불 보상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질 평가 등급에 따라 차등 수가를 지불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를 통해 의료인 안전을 향상시키는 보상이 일부 반영돼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활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병원과 의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개설 신고 및 허가 제도 외에 의료인 안전을 측정하고 보상할 수 있는 기전이 없다는 것인데, 모든 과에 적용되는 평균적 접근에서, 진료 시간의 연장에 따라 수가를 차등 보상하는 방향성을 강화해 환자와의 소통을 위한 의사의 업무량 상대가치 보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개정된 정신과 상담료의 투입 시간별 차등 수가 적용과 같은 방향에서 진료 시간의 증가에 따른 차등 수가의 폭을 확대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 관리료’와 같은 방식으로 정신과 환자에 대해 ‘(가칭) 외래 지속 관리료’를 신설해 지역사회 단위에서 일차의료 정신과 외래 상담의 역할을 강화하는 평가 기반 외래 인센티브 사업 설계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강 연구위원은 의료시설 안전과 환자 안전의 향상을 연계하는 개념적 틀을 제시했다.

강 연구위원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제공의 절차와 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 제도적ㆍ물리적 기반과 통합적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의료기관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로서 환자, 보호자, 의료인, 기타 인력 모두를 의료감염, 위험 환자, 다양한 원인의 폭력 등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사회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그 위험의 증가 정도가 반영되는 공간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환자 안전 향상에 대한 메디케어의 진료비 보상은 환자에게 발생한 의료감염, 위해 사고, 예방 가능 조기 사망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면서, 환자 안전의 향상은 의료조직의 환자 안전 문화 구축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국가 의료 질 보고서’는 2012년부터 환자 안전 향상 성과의 측정 틀에 병원의 ‘환자 안전 문화(patient safety culture)’ 수준을 측정해 반영하는 등, 의료인 개인의 문제에서 조직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또, 2010년 이후 미국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청을 중심으로 의료시설 보건의료 인력의 안전 문제 제기, 환자 안전정책과의 통합적 접근이 확산됐다.

산업안전보건청은 2015년 의료시설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미국 국립환자안전재단을 중심으로 의료시설의 안전을 위해 환자 안전과 의료 인력의 안전을 통합하는 접근이 확산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의료인과 환자의 소통 개선을 통한 예방 중심의 접근을 제시하며,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로드맵 개발을 소개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2015년 ‘의료 현장 폭력 예방: 의료기관을 위한 로드맵’을, 2016년 ‘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서비스 근로자들을 위한 일터에서의 폭력 예방 지침’을 제정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은 미국 의료기관평가위원회(JC, Joint Commission)와 협력하고 있으며, JC는 환자 안전활동과 의료진 안전 활동의 상승 작용 및 안전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JC는 환자 안전 활동과 의료진 안전 활동의 상승을 위해 ▲의료기관의 책임자들이 환자 안전과 의료진 안전을 핵심 가치로 설정 ▲의료기관 각 부서의 활동과 프로그램 전반에서 환자 안전과 의료진 안전 활동을 통합하는 방법 모색 ▲안전 관련 문제에 대한 활동의 이해와 측정 ▲의료진 및 환자 안전 향상 활동의 성공적인 실행과 유지 등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앞서 나가는 다수의 의료기관은 환자와 의료진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안전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안전 문화란 의료의 질과 안전을 위한 의료기관의 노력을 결정하는 구성원 또는 집단의 신념, 가치, 태도, 지각, 행동 유형 등을 말한다.

강 연구위원은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폭력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의료인과 환자의 소통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의사와 환자 간의 적절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의료인을 교육하고, 이 부분에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도록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환자와의 정기적인 소통은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키고 환자와 가족의 기대치를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강 연구위원은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통합적 정책 설계 요소도 제시했다.

통합적 접근은 ▲폭력의 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실행력 강화 ▲의료기관 내부에서 작용하는 안전 문화 구축 ▲의료기관 외부의 변화를 촉진하는 제도적 변화로 구성된다.

먼저, 법적 실행력 강화와 관련해 “법무당국의 면책과 일반 대중의 무관심, 관용은 상황을 악화시켜 왔다.”라며, “병원의 보안을 강화하고,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들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국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의료 분야에서의 폭력에 관용이 없도록 처벌을 강화(zero tolerance)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내부 접근에 대해서는 제공자와 환자의 안전 향상을 위한 문화를 구축할 것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 산업보건안전청의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안전 문화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며, 위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의미 있는 측정, 바른 이해와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 연구 확산 등을 기반으로 안전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외부의 변화를 위한 제도적 접근으로는 ▲교육 과정 개편 ▲관련 연구ㆍ개발 확대 ▲의료기관 인증제도: 인증 기준에 의료시설 안전을 포괄적으로 반영 ▲의료기관 역량 구축을 위한 정책적ㆍ재정적 지원 ▲지불 보상을 통한 행태 변화 유도: 환자와 의사의 소통 개선 등을 제안했다.

강 연구위원은 “통합적 접근 틀은 지역사회 기반의 치안 활동,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체계와의 연계ㆍ협력을 통해 시너지 상승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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