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외래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정신질환자수와 진료비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처럼 생애주기에 따른 정신건강 예방 및 증진 정책을 실시하고, 특히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는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집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8일 발간한 ‘고령화리뷰’에서 김혜란 연구원은 ‘국내 정신질환 현황과 유럽의 정신질환 예방 정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국내에서 최근 5년간 정신건강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계속 증가했으며, 질환별로는 우울증 환자수가 가장 많았다.

2017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받은 환자수는 약 177만명으로 전년 대비 5.9%p 증가했으며, 진료 비는 1조 4,317억원(GDP의 약 0.08%)으로 전년 대비 2.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2017년 동안 연평균 환자수는 4.1%p 증가했으며, 진료비는 3%p 늘었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환자수 및 진료비가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2017년도에는 0~9세의 진료비가 174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9.4%p 증가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질환별 환자수는 우울증(51만 1,059명), 불안장애(35만 799명), 불면증(13만 1,535명) 순으로 많았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20대 이후에 급격히 증가해 50대 환자수가 가장 많았으며, 불면증 환자는 50~6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9세 이하에서는 ADHD(과활동성 주의력 결핍장애)를 포함한 운동과다장애, 20~79세에서는 우울증, 80세 이상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에 환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내원일수가 가장 많은 질환은 0~19세에서는 조울증, 20~29세는 조현병, 30~39세는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 40~69세는 조현병, 70~79세는 조울증, 80세 이상에서는 혈관성 치매다.

성별에 따라 남성은 알코올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 때문에, 여성은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가장 많은 진료를 받았다.

한편, 유럽에서는 2016년도에 인구 6명당 1명꼴(17.3%, 8,400만명)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흔한 정신장애는 불안장애(5.4%, 2,500만명)이며, 우울증(4.5%, 2,100만명)과 마약ㆍ술 중독(2.4%, 1,100만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연령별로는 6~11세의 어린이의 10~15%는 적어도 정신건강 문제 또는 행동장애 중 하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으며(2010년), 15세~24세의 젊은 연령대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자살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여성이 불안장애, 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을 남성보다 많이 겪지만, 유일하게 남성이 마약ㆍ알코올 사용 장애가 여성보다 발생률이 2배 이상 높았다.

교육수준을 기준으로 볼 때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에 비해  만성적인 우울증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상태에 따라서 실업자의 우울증은 일하고 있는 사람보다 높게 나타나며, 직업을 갖게 되면 우울증 또는 다른 정신질환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유럽 28개국에서 정신건강과 관련돼 발생한 비용은 6,000억 유로(전체  GDP의 약 4%)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직접 지출된 비용은 190억 유로(GDP의  1.3%)였으며, 사회보장 프로그램 관련 지출은 1,700억 유로(GDP의 1.2%), 정신질환으로 인해 고용률 저하와 생산성 감소에 따른 노동시장의 간접비용으로 240억 유로(GDP의 1.6%)가 발생했다.

김혜란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정신질환 치료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다각도의 구체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정신건강 증진 또는 예방 정책은 우울증 예방, 학교 및 직장에서의 정신건강 증진, 자살 방지, 노년층의 정신적 웰빙(Mental Well-being) 향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조기에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유럽의 27개국에서는 학교기반 프로그램인 ‘Zippy’s Friends’를 채택해 학생들의  감정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고 있다.

자살예방과 관련해서 핀란드에서는 1980년부터 ‘국가자살예방캠페인’을 통해서 30년  동안 자살률을 50% 이상 감소시켰다.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우울증ㆍ알코올 남용에 대해 국가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자살충동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 할 수 있는 전화 상담 핫라인을 구축 그리고 미디어에 자살방법을 노출하지 않는 등의 캠페인이다.

또한 유럽 31개국에는 100개가 넘는 정신질환 예방 및 홍보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이러한 활동은 생애주기에 따라 달리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전, 출산 전후 및 영아기, 2~10세의 어린이와 부모, 11~25세 아동 및 청소년, 직장인, 실업자, 고령자로 목표 연령대가 설정된다.

특히, 산전ㆍ출산 전후 및 영아기 때에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 영국ㆍ헝가리ㆍ독일에 이 시기의 양육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조기지원(Early Help)’이라는 이니셔티브를 실시하고 있다. 0~3세까지의 조산아 부모에게 조산사 및 기타 전문가를 지원해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우울증을 느끼기 쉬운 실업자와 고령자에 대한 프로그램은 다른 단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로그램이 적다.

김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생애주기에 따른 정신건강 예방 및 증진 정책을 실시하고, 특히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는 입장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한 집중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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