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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우울한 의료계임세원 교수ㆍ윤한덕 센터장ㆍ전공의 사망…정부는 진찰료 인상 거부
최미라 기자 | 승인2019.02.08 6:10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연이은 비보가 의료계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진료현장에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정신과 의사가 참변을 당하는가 하면, 응급의료에 헌신해 온 의사가 과로사하는 사건도 발생해 동료 의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전공의의 돌연사 소식까지 들려오며 뒤숭숭한 분위기 가운데, 정부는 진찰료 인상 요구를 거부해 투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고 임세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당시 임 교수는 진료실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환자를 피해 진료실 밖으로 피했으나 뒤쫓아온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결국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은 의료계 뿐 아니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국회에서 일명 ‘임세원법’이 연달아 발의되는 등,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설 연휴 직후 들려온 고 윤한덕 교수와 전공의의 사망 소식도 의료계를 슬프게 했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지난 4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심정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검안 결과에 따르면 급성심장사로, 의료원 측은 윤 센터장이 초과근로를 하다가 과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가천대학교 길병원 소아과 2년차 전공의가 지난 1일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 전공의는 설 연휴 전 당직실에서 숨진채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돌연사로 확인됐다. 장례는 설 연휴 동안 치러졌다.

이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9일 오전 길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새해부터 연이은 비보가 들려오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의 진찰료 인상 요구를 거부해 의사협회의 투쟁이 임박한 상황이다.

의사협회의 진찰료 인상 요구에 보건복지부가 재정소요 때문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수가 개선 방안을 함께 찾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곧바로 파업을 포함한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적정수가 보장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라며, “파업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라고 경고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달 4일 수가 적정화 이행방안으로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신설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1월 31일까지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기한을 하루 넘긴 2월 1일 의협에 공문을 보내 “진찰료 금액을 조정하는 것은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소요를 수반할 뿐아니라 진료 행태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수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정수가 보상 및 의료질 개선, 일차의료 활성화, 불합리한 급여 기준 개선 등에 대해 정책 파트너로서 함께 상의하고 협력하자.”라고 제안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수가 개선 방안은 ▲수술전ㆍ후 관리 교육상담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진료 의뢰ㆍ회송 시범사업 ▲내ㆍ외과계 만성질환 교육상담 시범사업 ▲안전 진료환경조성 재정지원 등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저수가 체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온 회원들의 열망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이자,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의 약속도 저버리고 국민건강을 도외시하는 복지부의 행태로 인해 의ㆍ정관계는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조만간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대집 의사협회장도 개인 SNS를 통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제 모든 대화와 협의 창구는 폐쇄할 것이며, 의료계의 문재인 정권을 향한 총력대전을 위해 설 명절 이후 신속한 단계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라며, “지는 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일단 시작하면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할 것이고, 우리 사회에 어떤 파국적 결과가 오더라도 개의치 않고 총력대전의 목표를 달성해 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13만 의사 회원 전 회원의 일치단결로 이 비상한 시국을 우리의 힘으로 돌파해 내자.”라고 당부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며, 회원 의견을 수렴해 대정부투쟁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박종혁 의사협회 대변인은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윤한덕 센터장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애도를 표한다.”면서, “주 52시간 근무는 이미 의미없는 수치 아닌가. 어떤 상황이든 일하다 돌아가신게 너무 애통하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답변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얘기를 안했겠나. 결국 신뢰를 보여달라는 얘기였는데 그럴 만한 답변이 아니어서 그것도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결국 현 정부, 청와대 선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의견이 나와야 하는 데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지속 가능한 의료를 위해 의료제도를 바로 세워야 하고, 의료계의 의견에 귀기울여 하는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 정부가 인지하지 못하면 우리는 더 강력하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라며, “오늘(7일) 저녁 대표자회의가 열린다. 그 전에 상임이사회에서 나온 의견은 최대집 회장이 워낙 속도감 있게 일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13만 회원이 모두 한 번씩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물론 그래도 (준비기간이) 길진 않겠지만, 차분하게 단계를 밟을 것이다. 특히 의료계 리더들은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회원들은 다들 한 번씩은 진지하게 고민할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며, “빨리 진행하더라도 회원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두 세달간 바쁜 시기가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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