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재발방지 대책이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통과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처럼 의료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국회에 발의된 여러 건의 개정안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5일에는 여당과 의료계가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모였다. 더불어민주당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위원장 윤일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료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정신질환자가 차별 없고 편견없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으로 TF 위원장을 맡은 윤일규 의원은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전진되고 예방하고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며, “때로는 단체나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가 충돌할지 모르지만, 서로 협조하고 받아들이면서 반드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의원은 “보건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임세원 교수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낀다.”라며, “임 교수의 유지인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정신질환자가 편견 없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균형있게 해결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인권을 무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의견이 있으면 충분히 반영해서 당의 정책으로 복지부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권미혁 의원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돼 다행이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안전인력 배치도 중요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니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안 되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못 받아 발생한 측면도 있는 만큼, 정신질환자 치료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며, “반짝관심이 아닌, 잘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의료계와 병원계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나아가 대국민 인식전환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료인 폭행은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각종 행정인력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은 살해를 할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라며, “이번 간담회가 의료기관 내 폭행 문제가 근절되고, 예방까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은 “복지부에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캠페인이나 여러 가지 폭력 관련 실태조사를 실무적으로 준비중이다.”라며, “고인이 된 임 교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만드는게 숙제다.”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의료라는건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기회에 좀 더 신뢰를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이는 의료에 대한 존중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다. 사회적인 인식 개선에도 함께 노력하면 훌륭한 의료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임 교수가 다녔던 강북삼성병원 3,000여 명의 교직원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병협에서도 하나하나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도, 정치권에서도 좀 더 신경써서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정신의학 관련 학회와 의사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관심을 요청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이 문제는 의료기관 내 폭행, 병원 안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과환자의 치료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라며, 이들을 단순히 치료 하자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치료과정의 각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엮여 있어 복잡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대개 이런 일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정말로 시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꾸준히,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민주당이 좀 신경써달라.”면서,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서 힘없고 소외받는 정신과환자가 치료 잘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현장에서의 위험은 바로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걸리는 법 개정은 당장 못 하더라도, 행정력 이용이나 고시 변경 등으로 가능한 부분은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중장기적으로는 법이 너무 많고 사안이 복잡하니 국회 내 TF가 별도의 소위에서 지속돼서 관련단체와 협의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 측면에서 계속적인 인식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재교육과 운동을 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여야는 앞다퉈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발의를 통해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장관이 매년 진료환경 안전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 4일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일정규모 이상의 보안장비 설치와 보안요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관련예산은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도록 했다.

또, 의료인에 대한 폭행의 처벌내용 중 벌금형을 삭제하고 징역형만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현재는 의료진 등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의료기관 내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수사기관에서 합의를 권고 받는 분위기 속에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일선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방해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했다.

같은 당 김승희 의원도 이날 ▲의료기관에 비상문과 비상벨 설치 및 소요 경비 국가 지원 ▲의료인 상해행위 시 처벌강화 ▲반의사불벌죄 삭제 ▲주취자 감경 폐지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7일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진료실 내에서의 범죄행위로부터 의료인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진료실 내에 비상벨, 비상문, 대피공간 등을 설치하고, 진료실 가까운 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했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도 이날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ㆍ중상해ㆍ사망에 이르게 할 때에는 가중처벌하고, 보건의료인의 진료안전 확보를 위해 경찰관서와 연계된 긴급출동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후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 14일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현행법 제12조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의료인, 응급의료종사자(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포함)를 폭행해 상해, 중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또, 진료 중인 의사를 살해한 자를 형법상 일반 살인죄 법정형보다 가중해 처벌하도록 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와 관련한 형법상 감면규정에 관한 특례도 규정하도록 했다.

이처럼 여야가 공통으로 개정안에 의료인 폭행시 반의사불벌죄 폐지 내용을 담은 가운데, 보건당국도 이에 대한 입장변화를 보여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심의시에는 폭행, 상습 폭행 등 중대성에 따라 판단돼야 하고, 현재에도 피해자가 원할 경우 처벌 가능하며, 폐지 시 가해자-피해자 간 개인적 분쟁 해결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강북삼성병원 의사 사망 관련 현안보고’가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대한 국민여론이 많은 만큼, 다시 의료법을 논의할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며 의료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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