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에 대한 추모가 각계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임 교수를 의사자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의사자(義死者)’란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해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이다.

병원 측 CCTV에 따르면, 임 교수는 두 번이나 멈칫하며 간호사들에게 ‘도망쳐’, ‘112에 신고해’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자신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제하다가 사망한 사례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 교수의 근무지인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직무 외’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사자 지정 절차를 보면, 유족이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의사상자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을 받은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이를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에게 보고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5일 이내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 그 사항을 회부해 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의사자로 결정될 경우 국가는 의사자의 유족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한다.

앞서 의료계에서 의사자 지정을 받은 사례가 이미 있다.

고 한증엽 한아름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의사자로 선정됐다.

한 원장은 그 해 8월 24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아침가리 계곡에서 트레킹을 하던 중 물에 빠진 부녀를 목격하고 이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사고를 당했다.

유족이 의사자 선정 신청을 한 후 의사자로 확정되기까지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데 반해, 당시 한 원장이 53일 만에 의사자로 결정된 것은 의료계가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초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 대피를 돕다가 사망한 정형외과의사 민현식 씨를 의사자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는데, 의사자 지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밀양시를 통해 유족에게 의사자 신청에 대해 수 차례 안내했지만, 유족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현식 씨 사례와 관련해 “유족 외 밀양시장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도 있지만, 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추측이나 여론으로 의사상자 인정을 할 순 없다.”라며, “하지만 당시 구조행위 자체가 입증이 안됐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협회에서 걱정했던 부분은 직무범위 내라서, 의사이기 때문에 지정이 안 되는것 아니냐는 부분인데, 거기까지 검토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구조행위 자체가 입증이 안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유족이 신청 못한 이유가 구조행위를 입증할 수 없었을 것 같았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의사자 지정은 보상금을 주기 위한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예우를 위한 국가적 예우사업이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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