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애도를 표하며,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폭행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통과됐지만, 응급실 외 진료실에서 발생한 폭행에 대해 적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기 때문이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법 개정을 약속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팀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임 교수는 정신질환 치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셨던 분이라 특히나 더욱 안타깝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변인은 우선 의료법 개정을 약속했다. 응급실의 경우에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 처벌이 강화됐지만, 응급실 외의 진료실에서 발생한 폭행에 대해서는 벌칙만 규정하고 있고 개정 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또,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처벌 유무도 불투명하다며, 응급실 외에서 발생한 의료인에 대한 폭행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검토하겠다고 권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그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언급했다.

권 원내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병력이 있지만, 예약 없이 1년 만에 병원에 내원했고 사건 당일까지 외래 진료를 받지 않았다.”라며, “이 때문에 퇴원한 중증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내 관리부실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외래치료를 강제하는 조항이 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어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증정신질환자는 퇴원 후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해서 관리를 받도록 권고되지만, 환자 동의가 필요해서 전체 중증정신질환자 중 지역정신건강서비스에 등록된 환자의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권 원내대변인은 “중증정신질환자는 필요한 경우에 퇴원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하고,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동의 없이도 퇴원 사실을 지역정신건강보건센터에 알릴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 외에도 가칭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팀’을 구성한다. 팀장은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맡을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TF에서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등과 함께 진료실 내 대피 방법과 폭력 사건 발생 시 신고 체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병원 내 보호 규정 마련 등 의료인 보호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비극적인 이번 문제와 관련해 여러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전문가인 윤일규 의원을 팀장으로 안전한 진료를 위한 TF를 만들겠다. 또, 바로 정신과의사협회 등과 논의해서 입법이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대책 마련을 약속하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임 교수는 몸을 숨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진료실 밖 간호사와 환자를 대피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도중에 피해자에게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라고 애통해했다.

서 부대변인은 “더욱더 마음이 아픈것은 피해자가 살해한 동기조차 함구 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수사당국은 살해동기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의사의 안전과 권익이 보장되는 병원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이다.”라며,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준 임세원 교수를 애도하고, 새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눈다.”라고 전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임세원 교수 사건에 국민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라며, “임 교수는 본인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간호사를 대피시키는 걸 앞세웠고 결국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대변인은 “임 교수가 남긴 마지막 SNS글은 고인이 얼마나 참되고 훌륭한 의사였는지를 보여 주어 국민들을 더욱 눈물짓게 한다.”면서,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고인의 유지가 실현되도록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말 응급실 내 의료인 폭행을 막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처럼, 일반 진료현장에 적용한 의료법 개정안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정부 차원에서는 당장 정신과 진료 현장의 안전 실태를 파악해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비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복지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국회가 함께 검토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완비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후배 동료 의사는 물론 만인의 귀감이자 사표가 되는 고인의 죽음을 다시 한 번 깊이 애도한다.”면서, “다시는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각성하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사회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해온 임세원 교수의 죽음을 애도한다.”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임 교수가 담당하던 환자에 살해당한 뒤, 의료진 안전문제와 함께 정신질환자의 체계적 치료ㆍ관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의료진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정신질환자들의 완전한 치료환경 보장을 위해 정의당 또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임 교수의 죽음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어선 결코 안 된다.”라며, “그것은 임 교수가 바라는 바도 아니었다. 유가족은 고인이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나라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다수가 꾸준한 진료를 받지 않거나, 관리체계에 등록돼 있지 않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국민이 음지에 머무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 대변인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양지에서 편견 없이 본인을 위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꿔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온전한 치료환경 보장은 의료진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추구하는 것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정의당은 임세원 교수가 꿈꾸던, 정신질환자들이 편견 없고 차별 없이 치료받는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의료계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잘못된 규제들을 철폐하는 일도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의사도 “여론에 떠밀려 수동적으로 규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위협행동 등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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