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각 분야 교류와 협력이 재개되는 가운데, 특히 보건의료 분야가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 중 북한에서 ‘가져올 것’이 많다는 한의협회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 27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남북 보건복지 민관협력 포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그 동안 보건의료 분야 협력이 일방정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는 호혜적 협력과 발전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특히 “그 동안 의료계는 북한에 ODA 수준으로 협력했다. 남한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줬다. 북에 가서 의료기술 가르쳐 주고 약을 줬다. 북한에서 가져올 건 없었다.”라며, “하지만 한의계는 그렇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북의 독자학문인 고려의학을 활용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그걸 거꾸로 가져오기 바빴다.”라며, “북의 청정국가 이미지가 있다. 땅이 얼마나 좋나. 개성 인삼이 제일 좋다. 좋은 땅을 이용해 좋은 약재를 만들어 가져오면 너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한은 한약재를 소규모로 재배, 유통중이다. 북한이 대대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해 남으로 가져오면 된다. 고품질 한약재를 대량으로 유통혁신 일으키며 쓸 수 있게 된다.”라고 기대했다.

최 회장은 또, “북한은 한약재를 사용해 의약품, 주사제까지 개발한 것도 많고, 당 정책으로 한양방 협진을 통한 임상데이터도 많다. 부러운 일이다.”라며, “고려의사가 고려의학을 활용해 외과적 시술, 처치에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 한의사에게는 신천지처럼 보였다. 갖고올 게 훨씬 많았던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남북 교류 협력을 이야기하는데, 이름 그대로의 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국토 균형발전, 보건의료의 외부효과만으로는 불충분하다.”라며, “실제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뭔지에 집중해야 하고, 그 이익을 국민에게 설파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고려의학 영역의 내용은 우리 국민에게 이득이 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최혁용 한의협회장
최혁용 한의협회장

최 회장은 또, “북한은 제도적 측면에서 강력한 일차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다학제적 협력이 되고, 기관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의료가 형성돼 있다. 의료전달체계도 강력하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물론 실행 면에서 어렵겠지만, 북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그런 부분을 적극 가져오면 된다.”라며, “북한을 테스트 베드로 써서 그런 방식의 제도가 적용됐을 때 어떤 문제나 장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가져올 기회가 된다고 본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면허 이원화 제도로 상호 갈등이 크고 국민은 불편하며 학문의 융복합 발전도 저해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북한은 사실상 면허가 일원화돼 있다. 고려의사와 서양의사의 면허범위가 동일하다.”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실질적인 상호협력을 위해서는 ODA만 할 것이 아니라, 북에서 가져올게 뭔지 구체화해서 협력해야 한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향후 남북 간 보건의료 협력 확대에 선제적ㆍ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남북협력에 관심있는 민간단체, 직역단체, 정부 유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활성화해 상호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이날 제1차 회의에는 대북 지원 민간단체를 비롯해 주요 직역단체, 학회, 전문가, 정부 유관기관 등이 참여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은 향후 대북 보건의료 활동을 위해 북한과 통일에 대한 변화된 개념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대북 보건의료 활동을 하는 원칙과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전 이사장은 “북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남한에 하는 요구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낙후된 1차의료를 지원해야 하는가, 아니면 북한이 요구하는 3, 4차 전문 의료기관을 지원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어린이, 여성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나, 평양시민과 당간부를 위한 의료를 지원해야 하나? 북한 협조의 투명성에 의문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절대적 정답은 없고 답은 계속 바뀔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질문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진지하게 토론하고 성찰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이어 북한과 남한 상황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며, 개발협력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참여기관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북한이 국제적 기준에 맞춰 활동하는 훈련의 장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전체 남북협력 활동과 연계된 보건의료 활동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남북협력위원장은 남북이 공동으로 중점 보건의료 협력분야를 도출ㆍ합의하고, 중점 보건의료 협력분야 중기 사업계획을 수립(2020~2025)하며, 원조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자원 배분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최 위워장은 또,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내 전문가단체, 민간 부문, 타 공여국, 국제기구 등 여러 ODA 주체와 활발히 소통ㆍ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최혜경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은 “경쟁적, 단기적 성과보다는 남북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협력사업 내용 개발, 남북 모두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합의, 이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사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특히 보건의료 협력사업의 경우 첫 사업을 어떤 사업으로 시작하느냐가 향후 사업 전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민관협력을 통해 설정한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확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재개되는 보건의료 협력사업은 ‘무엇을, 어떻게 사업을 하는가?’보다는 ‘이 사업을 왜 하는가?’에 정직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면서, “사업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협력사업 개발에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조경애 인구보건복지협회 사무총장은 인도적인 측면에서 모자보건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사무총장은 “북한 모자보건 현황은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1995년부터 1998년 사이에 대규모 기근을 겪으면서 신생아 및 영아사망률이 16.2, 모성사망비도 출생 10만명 당 82명으로 남한의 7.5배에 달하는 등 산모 건강수준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 사무총장은 “북한의 어린이와 산모에 대한 지원은 남북한 분단상황에도 불구하고, 인도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영역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자보건사업은 남북관계의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라며, “산모와 어린이에 대한 적절한 보건복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높은 신생아 사망률과 낮은 출산율에 따른 인구의 고령화, 각종 질병의 발생증가, 신체장애와 정신장애의 증가에 따른 인구의 질 저하로 남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산모와 어린이에 대한 보건복지, 건강증진, 영양 지원은 인구학적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남북한 모두에 도움된다.”라고 역설했다.

이혜원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장은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사업 추진원칙으로 ▲기획단계부터 남과 북의 합의하에 추진 ▲대북 보건의료지원 경험을 가진 국내ㆍ외 지원기관이 협력해 추진 ▲개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해 추진을 제시했다.

또,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사업의 추진전략으로 첫 단추는 합의서 체결이 될 것이며, 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남과 북의 담당조직과 절차를 정비할 것을 역설했다.

이 과장은 이어 “거버넌스가 구축된 이후 남북 협의체를 통한 우선순위 사업의 선정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며, 사업추진을 위한 공동조사 및 공동연구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영역별로 남북이 함께 추진해야 할 현황 및 실태조사가 존재하며, 우선순위 사업이 선정된 이후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의거해 필요한 공동조사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의서 체결 전에도 북한 주재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국제 워크숍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공동조사 및 공동연구의 기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 과장은 “공동조사 첫 단계로 감염병 공동대응 체계 확립의 영역에서는 감염성 질환의 핵심 기초 인프라인 실험실 진단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현황조사 및 사업기획 등을 대북지원에 참여했던 관계 국내외 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역단위 현황조사 사례로 개발특구를 활용한 지역 단위의 보건의료시스템의 균형적 개발 모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역단위로 다양한 민간단체 및 지자체에서 역할 분담을 하며, 1, 2, 3차 인민병원 및 다양한 영역별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자체 측에서 참석한 조정옥 경기도 감염병관리과장은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는 남북관계의 개선 혹은 악화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다. 접경지역 현안으로 보건의료분야 내 결핵 등 감염병 관리사업을 추진중이다.”라고 전했다.

북한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지원 및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을 추진해 왔다. 남북관계의 냉각기인 2008년~2016년 동안에도 경기도는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추진한 유일한 지방자치단체로, 북한 내 경기도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조 과장은 “지리적으로 남한과 북한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으므로 향후 남북간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 남한과 북한의 감염병이 서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감염병은 남북한이 동일한 문제인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입장을 버리고, 북한에서 요구 또는 협조하는 사항이 있으면 남북이 공동 협력하는 자세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현행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실현가능성과 정책효과, 시급성 등을 감안해 대북 보건의료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라며, “다만, 남북교류협력법의 교류협력 주체에서 지자체가 빠진 현행법이 교류협력 추진, 기금 사용 등 남북교류 사업 활성화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안정적 기만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당국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 확대를 위해 지원을 민관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상국 통일부 인도협력기획과장은 “남북간 다른점도 많고 보건의료 격차가 큰데,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인적교류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의 접점을 만들고 키우는게 중요하다.”라며, “그런 접점을 만드는 사업 중 인도적 사업, 특히 보건의료가 중요한 분야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의견이 공유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남북 보건의료 협력이 체계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통일정책 방향이 민족공동체이고, 화해, 협력, 교류로 이어지는 전략이다. 건강을 비롯한 각종 분야의 공동체를 얘기하는 것으로, 목표가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권 국장은 “독일과 같은 좋은 전례도 있다. 민관 뿐 아니라 학, 지자체, 외국도 함께 할 수 있다.”라며, “평양공동선언 이후 외부효과가 큰 전염병, 감염병 중심으로 본격 협력을 시작했다. 북은 유행성감기로 부르는 인플루엔자 이후 말라리아, 백신, 과학기술 연구, 인력교류, 사회보장, 보험, 복지제도, 인프라 등 여러 분야로 물줄기가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전체 로드맵이 포럼을 통해 다듬어지고 방향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우리도 WHO 등 민간단체 경험이 있고, 그걸 모아 전체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미 걸어갔던 길을 모두 힘을 합쳐 지혜를 모으고 뜻을 모아 큰 결실이 맺어질 수 있도록 실무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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