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정부여당이 확고한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도 찬성입장을 전해 의사협회 홀로 반대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의장 김태년)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람직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방안 정책토론회-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필요성 및 정책방향’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제 비교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의료인력은 절대 부족상태다.”라며, “우리나라 보건복지인력이 전체 노동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인 10.1%에 훨씬 못 미치며, 핀란드나 네덜란드와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15~20%)의 3분의 1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임상의사수(인구 1,000명당)와 의대졸업생수(인구 10만명당)를 보면, 2016년 우리나라 임상의사수는 1.9명(한의사 0.38명 제외시)으로, OECD 평균 3.4명의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의사수는 1990년대에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이러한 경향이 2000년대 초기까지 계속 되다가 2002년 의대정원 동결 이후 둔화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OECD 국가는 2000년대 들어 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 결과,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자 수가 2000년 평균 8.3명에서 2015년 12.1명이 된 반면, 한국은 오히려 의대 정원 감축 및 동결 정책을 지속해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자 수가 한의대 제외시 6.0명으로 OECD 평균 12.1명의 절반 수준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전공의를 채우지 못하는 필수전문과목이 속출하고 있고, 의료 취약지나 지방오지에는 웬만큼 돈을 지불해서는 의사를 근무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의사협회의 반대를 이유로 의대정원 감축, 동결 정책이 계속되면서 의료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라며, “의사유인수요 이론을 의대정원 억제의 논리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의사 측에서 의사유인수요 이론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과 환자에 대한 협박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비교 관점에서 본 기대 의사수를 추정한 결과, 의료비 변수만을 고려한 경우 인구 1,000명당 필요 임상의사는 2011년 2.4명, 2020년 3.1명, 의료비 외에도 경제사회적, 의료제도적 변수를 투입한 경우 각각 2.5명, 3.2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의사를 포함한 국내 의사수는 2011년 현재 인구 1,000명당 2.1명이므로 의사인력은 15~20% 부족한 상황이고, 향후에는 더욱 부족해진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의대 입학정원을 몇 년 내에 현재 3,058명에서 최소 3,6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라며, “이후의 의대 입학정원은 의사인력 수급 추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결정하는 기전을 마련한다.”라고 전했다.

또, “전문과목별,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전체 의사인력의 공급이 원활해지면 상당 부분 자동 조정기능에 의해 해결된다.”면서, “다만, 전문과목간 균형과 지역별 의사 균형 공급을 위한 미시적 정책은 계속 시도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정원을 보면 대도시 지역이 월등히 많다고 보기 어렵지만, 의과대학 졸업 후 지역별 분포를 보면, 대도시 집중현상이 크다. 기존 의대의 인력 양성으로는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라며, 국립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교수는 “기존 의대의 경우 교육목표와 교과과정에 공공보건의료 핵심 역량에 관한 내용이 부족하고 일반적인 일차의료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라며, “배출 후 지역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인 역할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실제로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의사, 특히 필수의료 전문의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역 의대가 그 중심목표를 졸업 후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의사인력 양성으로 둔다 하더라도 실제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다.”라며, “현재 의대에서 교과과정 개편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일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효과가 미미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 인력의 지역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단순히 지역의 보건의료 인력 확충 차원에서 의사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보건의료사업을 선도하고 전체적인 공공보건의료의 역량을 제고할 핵심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이 요구된다.”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를 제외한 정부, 시민단체, 환자단체 패널도 국립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에 손을 들어줬다.

정준섭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력은 양적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질적 수준도 담보돼야 한다.”면서, “그 동안의 공공의료인력 양성정책인 공의, 공중보건장학의, 공중보건의사 등은 양적 공급도 부족하고 질적 보장도 담보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정 과장은 “양적 공급과 질적 수준 보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가 국립공공의대라고 본다. 기존 의대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실정에 맞는 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공공의료인력 방향 정책으로 크게 ▲국립공공의대를 통한 의무복무 ▲공중보건장학의 재설계 및 추진 ▲국립대병원의 지역공공의료기관 파견 의사사업 내실화를 꼽으며, 이 중 가장 큰 구심점이자 시발점은 국립공공의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공공의대가 공공의료인력 양성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내년 초까지 조속히 입법이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한양대학교 교수)도 “우리나라 의사수는 절대적,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며, “의사인력 양성에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시급한 양성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특히 의료인의 공급제한으로 인한 선민의식 증대는 직업 독점성을 가진 직업 특성상 사실상 진로 거부시 국민의 생명권에 직접적 피해를 준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공공의료인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서남의대 정원 정도만 이번에 증원되니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합의 이뤄진 적 없다.”면서, “49명의 인원은 공공의료인력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 의료계만 반대한다. 간호사나 약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은 의사인력, 보건의료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의사 부족 때문에 의사가 할 많은 일을 간호사가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사를 위해서 의사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수가를 올려준다고 지방에 의사가 가겠나? 안간다.”라며, “결국은 의사를 위해서라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 다른 공공보건의료 종사자를 위해서라도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PA 논쟁도 의사인력, 특히 하기 싫은 의료일을 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환자안전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보건의료인력, 특히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라며, “의사인력 대폭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히 49명의 서남의대 정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대표는 또, 국립공공의대 선발은 수능점수로만 뽑지 말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할 것을 요구하고, 의료계를 향해서는 환자를 생각해 의사인력을 확대하자고 당부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국립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현재 일부 보건학자와 정부는 공공의료를 공립병원에서 이뤄지는 필수적의료와 의료취약계층에 대해 이뤄지는 의료행위로 판단하는 것 같다.”라며,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용어다. 의료행위가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구분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성 이사는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대한 논의는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 문제로 구분되는데, 의료취약지는 전세계 어디서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의 지역분포 편중의 원인은 ▲지역의료원 문제 ▲의과대학 신입생 문제: 지역출신 현저히 감소 ▲진료권 제한 폐지로 인한 환자의 대도시 집중문제로 지역의료기관 고사 ▲의학전문대학원 문제(졸업생 자질의 문제, 졸업생의 전문과목 선택의 심각한 편중, 기초의학의 전멸, 의전원 시행 초기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권은 강행, 대실패) ▲젊은이들의 세태 반영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필수의료와 관련해서는 그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으며, 의료를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로 구분하는 시도조차 한국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 이사는 “과거에는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를 행하는 과에 우수인력이 지원했는데, 현재는 미지원한다. 이유는 의사로서의 자긍심 충족, 의료사고 처벌 불안, 경제적 불안정 때문이다.”라며, “또한 과거에는 보건소장직에 의사가 지원했는데 현재는 미지원한다. 이유는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걸 의사 개인의 소명감으로 해석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공무원, 교수를 계약직으로 해보면 과연 지원이 어떨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발상이 전근대적 국가주의적 행태 ▲기존에 제대로 된 공공의료 인력 양성 노력 전무 ▲규제와 통제로서 유지하고자 하는 행태 등을 이유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성 이사는 의료취약지 대안으로 ▲의료취약지 근무에 대한 인센티브제 적극 시행 ▲WHO가 권장하는 의료취약지 해소방안 적극 도입 ▲공중보건의 배치의 획기적 전환 ▲순환근무제 혹은 파견의 제도의 활성화와 신분 보장 등을 제시했다.

또, 필수의료와 관련해서는 “현재는 규제위주로 소명감이 소멸하게 만들고 있다. 의사가 의사로서의 소명감이 생기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 감소를 소명의식 부족 혹은 시장실패로 바라보는 관점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정책실패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성 이사는 “병원경영자가 필수의료를 행해서 병원이 유지되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왜곡되고 비현실적인 보상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부족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국립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은 그동안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2016년부터 관련 법안도 발의돼 왔으나, 올해 관련 정부예산이 편성되는 등 본격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한 해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4월 11일 당정협의 발표 이후 교육부의 대학설립 타당성 심의 등을 거치면서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했고, 토론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관련 법안도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정협의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전북 남원에 국립으로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 49명 정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연계해 교육 후 의무복무하는 내용이다.

윤 정책관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향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비롯한 정부의 다양한 공공보건의료 인력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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