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의 보존기간을 법률에 명시하고, 그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보건의료계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국회도 관련 기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 10월 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진료기록부 등(진료기록부, 수술기록, 환자 명부, 간호기록부, 조산기록부, 검사내용과 검사소견기록, 방사선 사진과 그 소견서, 진단서ㆍ검안서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증명서의 부본 및 처방전)은 환자에 대해 시행된 의료행위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문서로, 타 의료인이 환자의 상병 경과 및 치료 과정 등을 확인하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발생 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안정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현행법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진료기록부 등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춰 두고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진료기록의 보존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이 법 시행규칙에서는 진료기록부ㆍ수술기록은 10년, 간호기록부ㆍ조산기록부ㆍ환자 명부 등은 5년 동안 보존하도록 하는 등 각종 진료기록의 보존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규정에 따른 보존기간에 관해서는 그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진료기록의 보존기간 이후에 질병이 재발한 환자가 이전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현재 시행규칙에 규정돼 있는 진료기록부, 수술기록 등 진료기록의 보존기간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상향해 규정하고, 그 보존기간을 종류별로 각각 2년에서 5년까지 현행보다 연장하도록 했다.

개정안의 진료기록부등 보존기간 연장 효과*자료: 보건복지부
개정안의 진료기록부등 보존기간 연장 효과*자료: 보건복지부

하지만 대한병원협회는 “의학적 관점에서 보존기한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빈번하지 않고, 오히려 정보 유출이 우려되며, 의료기관에 과도한 비용 부담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기록부 등 보존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개별 보존기간을 연장하기보다는 1회에 한해 보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위법령을 통해 전문가와 협의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의사에게 장기간 기록의무를 지우게 되면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진료기록부 등 보존기간 연장의 의학적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불필요한 부담 증가로 인한 비용 보전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도 관련기관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진료기록부의 보존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현행과 같이 ‘의료법 시행규칙’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진료기록부 보존의 합리적 기간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질병이 재발하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안정적으로 과거 진료기록부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진료기록부등의 보존기간 연장은 결국 진료기록부등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관련 의료인 및 의료기관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진료기록부등 보존기간의 연혁*자료: 보건복지부
진료기록부등 보존기간의 연혁*자료: 보건복지부

한편, 진료기록부 등 보존기간의 연혁을 살펴보면, 1990년 시행규칙 개정으로 진료기록부등 보존기간이 규정된 이후 큰 변동 없이 2018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 평균수명 연장 및 의료사고에 대한 인식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진료기록부 등의 종류별로 보존기간을 다소 연장할 필요성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위원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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