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모순은 중국 초나라 시절 한 상인이 창과 방패를 함께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한 데서 유래한다.

약사회가 최근 청와대와 딜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약사회가 꺼내 든 카드는 처방전 리필제 시행,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확대, 일반의약품 판매가 허용되는 특수 장소 확대 등 세가지로 전해진다.

약사회의 제안은 그동안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일반약을 파는 행위 자체를 반대하던 자세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다. 물론 일부 읍ㆍ면ㆍ동 지역에 한해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약사회가 내민 카드에는 모순이 있다. 처방전 리필제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확대는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와 모순이고, 국민불편을 해소하겠다면서 일부 가정상비약에 국한된 슈퍼판매 허용을 반대하는 것도 모순이다.

약사회는 청와대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여론이 시민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으로까지 확산되자 결국 일부 지역에 허용하자는 안을 내놨다기 거부당하자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약사회는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의약분업 평가 토론회에서도 처방전 리필제를 재차 주장했다.

처방전 리필제란 처방전과 동일한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가 주기적으로 먹는 약에 한해서 이전의 처방전을 통해 약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약사회는 고혈압과 당뇨 환자의 경우 증상이 같고 동일한 처방을 받으므로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혈압과 당뇨 환자는 합병증이 동반돼 몸 상태가 수시로 변하고 약도 복잡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처방전을 임의로 리필할 경우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더욱이 환자 상태에 따라 재진 시기를 결정하고 약을 처방 하는 것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일부 가정상비약에 대한 약국 외 판매는 여러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하고 있다. 처방전 리필제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주장보다 슈퍼에서 판매 가능한 가정상비약을 분류하고, 부작용은 없는지를 연구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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