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유통기한없이 계속 쓸 수 있는 게 어디 있나.”

“불확실성을 가지고 보험 등재된 약제는 사후관리를 통해 급여에서 퇴출해야 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7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공청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공청회는 김흥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뢰받아 연구중인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에 대해 소개하고 시민단체와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하지만 의견수렴보다는 사후관리방안 도입을 강요하는 인상이 짙었다.

좌장을 맡은 김흥태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보다는 자신이 정한 질의에 답하도록 했다. 김흥태 교수가 제시한 첫 질문은 사후관리방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보다는 사후관리방안 및 재평가 후 급여퇴출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하는 자리로 비쳐졌다.

사후관리방안의 당위성을 주입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은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였다.

이대호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급여 등재가 됐더라도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애 대해서는 사후관리시스템을 통해 평가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등재 후 평가대상 약제는 임상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질병위중도를 고려해 선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도 직접 참여한 이대호 교수는 급여 퇴출에 대한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이 교수는 “세상에 유통기한없이 계속 쓸 수 있는 게 어디 있나. 우유는 3일 지나면 버려야 하고, 자동차도 2년 후면 AS를 해주지 않는다. 약제는 한번 (보험에) 들어보면 계속 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약회사가 받는 약가는 우리가 원하는 가치에 맞는 약가인가.”라고 묻고, “솔직히 약가를 인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임상적 데이터와 임상적 이익이 약가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라며, “약가는 투자됐던 연구비와 임상시험 비용을 가지고 결정할 뿐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약가인하가 목표다. 지금 나오는 약가가 우리의 가치에 맞춰진 약가가 아니다. 제약회사가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건 파는데 자신의 성능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원하는 값을 받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이런 것은 모두 따지려고 하니 시간이 든다. 암환자 등 급한 사람에에 쓸수 없다. 그래서 불확실성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로 인해 제약회사는 이득을 봤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BMS이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으로 8개월만에 2조를 벌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돈 다 벌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깎아도 된다. 10분의 1로 깎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젠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평원, 공단에서 약에 대해서는 유효기간을 2년에서 5년 정도만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안에 약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급여에서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을 급여에서 뺀다고 해서 허가를 취소하는 게 아니다. 급여에서 빼겠다는 거다. 국민이 내는 돈을 가지고 쓴다. 효율적으로 쓰기를 바란다. 제약회사가 노력하는 부분이다.

그는 “전향적 연구를 해달라고 하는데 3상 임상연구를 할 때 3년이 걸린다. 결과가 나오기전에 제약회사는 돈을 다 번다.”라며, “이런 점을 생각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급여 퇴출 의견에 대한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흥태 교수는 “이대우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한 제약업계 관계자가 “(이대우 교수가) 우리나라 약값에 R&D 비용이 전가돼 있다고 지적했는데 상업적 가치와 임상적 가치에 의해 약값이 결정될 뿐 정부에서 약값에 R&D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다. 왜 전가돼 있다고 하는지 의아하다.”라고 반박하고, “오늘 토론을 보니 사후관리보다 약가 인하와 퇴출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라고 일침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면역항암제 관리를 생각하는 것 같다.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적응증이 있는데 사후관리에 의해 하나의 적응증에 대해 약가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결국 다른 적응증도 약가인하가 동반될 것이다. 호주처럼 적응증별로 다른 약가를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본 적이 있나.”라고 질의했다.

김흥태 교수는 “제약사 입장에서 환자가 중요한가 비즈니스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한 뒤, “40년 전에는 항암제가 100불이었는데 지금은 만불이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있나? 10년 전 TV도 새 제품이 나오면 버린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급여 약제의 퇴출기준이 필요하다. 효과가 뛰어난 약이 나오면 효과없는 약은 내보내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방청객이 “분위기가 무겁다. 저도 교수다. 두 분 교수는 가르칠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패널들이 다음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방청객은 “퇴출이라고 하니 제약사가 걱정한다.”라며, “표현을 바꿔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방청객은 “이대호 교수가 말했듯이 사후관리는 약가재결정과 급여기준의 변경이 핵심이다. 이 두 사안이 투 트랙으로 함께 고려돼야 한다. 면역항암제와 현장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약제부터 결정해야 할것으로 보인다.”라고 의견을 냈다.

특히 급여기준의 변경에 대해선 복지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약가재결정과 급여 기준 변경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나누어 가지고 있는 부분인데 서로 말을 아끼고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 부분의 조율은 복지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어디가 주관이 됐을 때 더 잘할 수 있을 지를 기준으로 복지부가 조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흥태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과제의 목표는 약가인하가 아니라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상적 효과와 비용 효과성을 가지고 다시 한번 평가한다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것에 따라 급여 범위가 축소 또는 확대되고, 가격 인하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급여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상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후관리를 내실있게 함으로써 급여가 빨라질 수 있다는 말씀드린다. 신속한 급여결정과 사후관리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간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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