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한 책임으로 의사 3명을 법정 구속한 판결에 대해 전공의 수장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런 식의 법적 문제가 계속되다 보면 전공의의 안전한 수련환경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피과 현상 심화로 의료의 미래도 걱정된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의학적 진료는 경험이 중요하다. 교과서에서 케이스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 환자를 경험해야 다음에 놓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사망한 환자도 왜 사망했는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학적 진료 자체가 오진의 연속이고, 그러면서 하나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며, 대표적인 것이 수련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는 이 진단이 맞는지 틀리는지 계속 고민하고, 틀리면 혼나면서 배운다.”라며, “이번에 구속된 전공의는 가정의학과 3개월 차로 거의 초기 수련과정이더라. 그 전공의가 그 환자 한 명만 봤겠나. 많은 환자를 돌봐야 했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특히 “정상적인 수련환경이라면 전공의는 당연히 실수할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잘하면 뭐하러 수련하나.”라며,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환자안전을 생각하려면 옆에 지도전문의가 있어야 하고, 병원이 거르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공의가 놓쳐도 환자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시스템이 돼야 안전한 수련환경과 의료환경이 되고, 전공의도 그래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개인의 책임으로 물고 늘어지면 수련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물론 그 전공의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놓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엑스레이 안 본건 문제 맞다.”라며, “그런데 저도 문제가 있고, 모든 전공의도 문제 있다. 그걸 인정하고 배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형사처벌을 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안전하게 수련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사건이 지속되면 전공의 기피과 현상이 더 심해져 미래 의료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특히나 이번 사건에 분노하는 전공의들은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 항상 사망 환자를 접하는 과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밤새서 환자를 돌보지만 사망환자가 계속 나온다.”라며, “친구들에게 환자가 죽어서 우울하고 괴롭다며 상담전화도 많이 온다. 그런데 구속되고 감옥까지 가면 전공의들이 어떻게 하겠나. 외과, 내과, 산부인과는 선택 안 한다.”라고 꼬집었다.

안 그래도 생명을 다루는 필수과에 전공의들이 안 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법적 문제가 계속 쌓이면 더 안 간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의협에서 방어진료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실제로 외국에서 방어진료 관련 연구논문을 보면, 이런 법적 문제가 환자 안전도를 더 낮춘다고 한다.”면서, “법적 문제가 있으면 더 이상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내 책임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모든 검사를 다 찍으니 환자 비용은 더 올라간다.”라고 전했다.

그는 “결국 환자의 안전은 위협받는데 비용은 올라가며, 의료진은 최선을 다 하지 않고 필수과는 기피하는 등의 미래의료 상황이 우려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대전협 집행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의사협회 집행부와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오는 11일 열리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전공의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홍보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워낙 바빠 집회 일정이나 이번 사건 자체에 대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각 병원 대표와 만나 사건을 알리는데 총력을 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의사협회가 집단휴진까지 불사할 경우 전공의들의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전공의들에게 더 와닿을만한 아젠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수련병원 교수와 병원장이 앞장서서 집회나 집단휴진에 참여하자고 하면 전공의들이 안 나갈 이유가 없겠지만, 참여하지 말고 근무하라는 압박을 이기고 나가려면 전공의들이 더 들끓을 수 있고, 수련환경을 때려치고 나갈만한 아젠다가 더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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