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적정수가 논의를 위해 마주 앉았다. 보건복지부가 재정 여력이 없어 기대할 것이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많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심이 집중됐다.

의협과 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보장성 강화 정책을 의ㆍ정간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발언에서부터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의협 강대식 단장은 “적정수가-적정부담-적정급여만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양적-질적 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라며, “균형점을 찾는 것이 건강보험의 올바른 체질개선 방향이며 국민에게 바람직한 의료체계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료의 기본인 진찰료 수가를 30% 인상하고, 의약분업 이후 외래관리료에 묶이며 사라진 외래 처방료를 부활해서 의료체계의 기본을 강화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환자중심의 진료실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강 단장은 외래 처방료로 건 당 3,000원을 제시했다.

상당한 재정이 필요한 제안이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인상률 등은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달랐다.

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가 의료계는 저수가 문제점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적정수가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또, 의ㆍ병ㆍ정 협의에서도 OECD 수준으로 수가를 조정하기로 했다.”라고 공감을 표시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국정감사에서 보건의료정책 담당관으로서 참담하고 죄송함을 많이 느꼈다.”라고 화제를 돌렸다.

이 정책관은 “윤일규 의원이 무면허의료, 대리수술 등에 대해 상당한 질책을 했다. 의사가 아닌 이들의 수술과 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 뒤, “의료계와 정부가 손잡고 무면허 의료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길 요청드린다. 정부도 적극 나서겠다.”라고 제안했다.

무면허 의료인에 대한 대책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협조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적정수가 논의를 하기 위한 첫 만남에서 정부측 협상 대표자가 준비한 발언으로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마치 적정수가 논의보다는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부터 논의하자는 제안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 자리에서 복지부는 의협과 확연한 입장차를 솔직하게(?) 밝혔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가 “진찰료와 처방료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다른 수가 인상분과는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라고 말하자 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진찰료나 처방료를 직접 인상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식도 있다.”라고 발언했다.

정 과장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심층진찰료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등을 예로 들면서 “이미 다수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가를 반영하면 인상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가 재정 여부에 대해선 “비급여의 급여화 외에 추가 재정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정 과장의 설명을 듣다보니 ‘추가 재정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추가 재정은 없다’로 들렸다.

의협의 요구를 반영하려면 재정 3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복지부는 의협이 첫 대면에서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복지부 협상단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지난 4차 회의에서 의료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의협의 제안에 대해 협의체에서는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그외 쟁점이나 이슈는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고 잘랐다.

그런데 적정수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자,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업을 예로 들며 수가 인상이 이미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정수가 논의의 종착지에서 양측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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