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문화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의료기관 인증과 연계하고, 정원준수 현황 미보고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의료계와 보건당국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과도한 조치 및 의료기관 자율성 침해 우려와 함께, 소외지역의 인력확보 고충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이다.

▽태움문화 해결 위한 의료법 개정 추진
앞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4월 25일 의료인 정원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의료기관 인증을 취소하고, 연 2회 보건당국에 정원 준수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8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권은희 의원은 “대형종합병원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에서의 ‘태움문화’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러한 ‘태움문화’의 근본원인은 간호사 인력부족 및 그로 인한 과중한 업무부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행법은 의료기관에서 둬야 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의 정원 기준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의료기관 개설자가 해당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감독기관에 의한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또, “의료인 등의 정원 기준이 의료기술의 발달, 중증 환자의 증감, 환자의 의료서비스 요구 등에 따라 적정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하고, 간호인력의 근무여건 개선 및 의료기관 내 교육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의료기관 인증취소 사유에 정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를 추가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인력의 근무여건 개선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도록 하고, 의료기관 내에서 실시하는 신규 간호인력 교육 등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의료기관 개설자는 연 2회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원 준수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3년마다 의료인 등 정원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인증취소 사유에 정원기준 충족여부 추가
개정안은 먼저, 의료기관 인증 취소 사유에 의료인 등의 정원기준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충족하지 못한 경우를 추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계 뿐 아니라 보건당국, 국회 모두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부정적 검토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 의료인 등의 단기ㆍ장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및 그에 대한 대책 없이 법률안 시행시 대도시 상급의료기관의 의료인력 흡수로 인해 농어촌 등 의료소외지역의 의료기관 인력확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라며, 반대 입장을 전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유도하도록 마련된 제도다.”라며, “인력기준 미충족시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인증제도 취지와 부합하지 않으며, 해당 의료기관의 질향상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법률에서 정한 기준 외에 의료기관의 환경 및 자율적 판단을 통해 이뤄져야 할 문제로, 의료수가 체계 개편 등 전반적인 제도개편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는 인증제도의 취지 상 일부 기준 미충족을 사유로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로 보일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다만, 의료질 향상을 위해 적정 인력이 확보될 필요가 있으므로 인력 기준을 필수 기준으로 해 요양병원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적정 의료인력의 배치는 의료의 질 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이라는 점, 의료인 법적기준 충족 여부는 의료기관 인증평가 요소의 하나라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개정안과 같이 의료인 등의 정원 기준이 일정 기간 미충족된 경우 인증을 취소하도록 하려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취지가 의료기관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인 정원기준 충족 여부만을 별도로 취소사유로 규정하기에 앞서 의료기관 인증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인력 법적기준 준수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개정안이 곧바로 시행되는 경우 수도권ㆍ상급종합병원의 의료인력 흡수로 인해 지방ㆍ중소병원의 의료인력 수급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 인증여부는 상급종합병원, 연구중심병원, 전문병원, 전공의 수련병원 등의 지정 요건이라는 점에서, 의료인력 기준 미충족시 병원 경영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한편, 현행법은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4년의 유효기간을 정해 인증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인증취소 사유로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 ▲의료기관 개설허가가 취소되거나 폐쇄명령을 받은 경우 및 ▲의료기관의 종별 변경 등 중대한 사실이 변경된 경우가 규정돼 있다.

의료인력 법적 기준 충족여부는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하나로 규정돼 있는데, 최근 인증받은 의료기관이 평소에는 법정 기준에 미달해 의료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가 의료기관 인증평가 또는 중간평가를 시행하는 때에만 일시적으로 충원해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례가 다수 제기된 바 있다.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의료인 등 정원기준 준수 여부 보고
개정안은 또,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인 등의 정원 준수 현황을 매년 2회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해서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술의 발달이나 중증 환자의 증감, 평균재원일수의 변화 등을 고려해 3년마다 의료인 등 정원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원기준을 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해서도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주요 의료기관의 인력준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및 정원기준 조정 시 인력쏠림현상을 심화시켜 지방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우려된다.”라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의료기관 개설자가 주기적으로 정원 준수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부담 전가 및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병원급 일반병동 근무 간호조무사도 법정간호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의료인 등 정원기준의 적정성과 정원 준수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수정의견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정원 기준에 대한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인 정원기준 적정성 검토는 의료기관의 의료인 등 인력고용과 관련된 문제로 의료기관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 등을 우선 고려한 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의료인력 관련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입법방향은 타당하다고 보인다.”라면서도, 3년마다 의료인 정원 기준 적정성 검토에 따른 정원 기준을 조정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조항에 대해 “의료기관의 의료인 등 인력 고용과 직결된 문제로, 3년을 주기로 의료인 정원 기준이 강화되는 경우 병원 운영상의 안정성을 다소 저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인 등의 정원 현황의 미보고 또는 거짓 보고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의료인력의 수도권ㆍ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현행법 제36조제5호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의료인 등의 정원기준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고,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등의 정원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의 수도권ㆍ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한 지방ㆍ중소병원의 인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법정 의료인 등 정원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어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의료인 등 정원기준 준수여부에 대한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인력 근무여건 개선 및 의료기관 내 교육 지원
이외에도 개정안은 간호인력이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근무시간, 근무형태, 보수수준 등 근무여건의 개선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도록 했다.

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기관 내에서 실시하는 간호인력 교육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인력의 보수 등에 관한 사항은 고용인과 해당 간호인력과의 근로계약에 관한 사항으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고, 자칫 일차의료기관의 어려움을 배가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반대했다.

병원협회도 “근무시간, 보수수준 등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으로 법률상 규정이 필요하다면 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고, 특정직종에 대한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간호인력 근무여건 개선 및 교육지원의 법적근거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나, 법률 체계 및 입법심사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현재 상임위 계류 중인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또는 간호인력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여부에 대해 우선 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인 중 ‘간호인력’에 대해서만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보수수준 등의 근무여건 개선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 의료직종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간호인력의 업무는 근로계약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및 보수수준 등 근무여건 개선에 필요한 시책의 방향이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간호인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간호인력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려는 내용의 ‘간호인력의 양성 및 처우개선에 관한 법률안(김승희의원안)’이 보건복지위에 회부돼 있다.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한편,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간호사 수는 OECD 국가 평균(6.5명) 대비 절반 수준인 3.5명에 불과하고,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의료기관 활동비율은 각각 49.6%, 25.1%에 그치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등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간호인력의 잦은 이ㆍ퇴직으로 인하여 실제 활동비율이 낮기 때문에 병원내 간호사 부족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장기요양기관 신설 및 폐업 현황(단위 개소, %/2008년 7월~2018년 6월)

반면, 인구고령화나 만성질환 증가 등 의료환경의 변화와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치매국가관책임제도 및 방문간호서비스 확대 시행 등으로 인해 간호수요가 계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간호인력 수급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면허등록 간호사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수술환자의 사망률이 5%씩 감소하며, 면허등록 간호사 비율이 60%인 병원과 20%인 병원의 외과질환 입원환자 1,000명 중 합병증 사망자 수는 14명이 차이 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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