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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사생활이라는 의사회장
장영식 기자 | 승인2018.10.17 6:6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의료계 토론자들이 기대 이하의 발언을 쏟아내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도는 지난 12일 도지사 집무실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9월 16일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 계획을 발표했고, 10월 1일부터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산하 6개 공공병원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의료계가 반발하자 의견수렴을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의료계 토론자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과 강중구 대의원회 부의장이 나섰다.

이동욱 회장은 수술실이 의사의 사생활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

이동욱 회장은 “CCTV 설치로 수술실 범죄가 예방된다면 공무원도 CCTV를 달아서 감시해야 한다. 공무원 성추행이 없어질 것이다.”라며, “하지만 공무원들은 CCTV를 반대한다. 사생활 침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도지사가 수술실은 사생활이 아니라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동욱 회장은 사생활 측면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사생활은 개인의 사사로운 일상생활을 뜻한다. 수술이 의사의 사생활이라면 무의식 상태인 환자는 의사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는 건가?

또, 이동욱 회장은 “백화점에서 도난 방지를 위해 출입자의 주머니를 검사하자고 하면 찬성하겠나?”라는 말로 CCTV 설치 반대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재명 도지사가 “주머니를 확인하는 것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모든 백화점에서 CCTV를 촬영하고 있다.”라는 말로 오히려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 꼴이 됐다.

특히, 이동욱 회장은 설문조사 대상을 부풀리는 상식 이하의 발언도 했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이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도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1%가 CCTV 설치에 찬성했다.”라고 말하자, 이동욱 회장은 “경기도민 91% 찬성은 몇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냐.”고 물었다.

정일용 원장이 “1,000명을 했다.”라고 대답하자, 이동욱 회장은 “경기도민 1,300만명중 1,000명이요? 샘플이죠? 저희들은 의사들을 설문조사했다. 실제로 수술하고 진료하는 의사 생각이 어떤가 확인했다.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라고 말했다.

이동욱 회장은 재차 “의사 8,000명에게 긴급하게 문자를 발송해서 설문을 했다.”라고 말하고, “그 결과 수술을 하는 의사는 78%가 CCTV에 반대했고 22%만 찬성했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반면, 의사단체는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것처럼 해석된다.

실제로 다수 언론도 이동욱 회장의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는 발언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동욱 회장이 발표한 설문 결과는 병원의사협의회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였다.

또, 8,000명에게 문자 발송을 해서 설문을 했다는 이동욱 회장의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병의협에 확인 결과, 8,000명에게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강중구 부의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중구 부의장은 상대 토론자를 가리키며 “안기종 대표는 어떻게 환자연합회 대표가 됐는지 모르겠다. 어떤 자격으로 됐는지 모르겠다.”라고 인신 공격을 했다.

안기종 대표의 환자단체 대표성 여부는 의료계에서 종종 회자된다. 하지만 CCTV를 주제로 한 공개 토론회에서 거론할 성질은 아니다.

그의 대표성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면 토론회 전에 했어야 했다. 패널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토론회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상대를 토론자로 인정한 것인데 현장에서 인신공격을 했으니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 행동이다.

만약 안기종 대표가 강중구 부의장에게 “경기도의사회 총회가 무효소송 논란에 휩싸인 것으로 아는데 부의장 자격이 있는 게 맞느냐?”라고 받아쳤다면 어떻게 답할텐가?

강중구 부의장의 실언은 이뿐 만이 아니다.

강중구 부의장은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의사는 탑중의 탑이어서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도 천차만별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CCTV 설치 등 외부환경에 따라 수술을 할 수 없는 실력없는 의사가 있다고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공개 토론에서의 이 같은 발언은 의사에 대한 불신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강중구 부의장은 “의사들의 범법행위나 의사들 잘못이 늘어난 게 아니라, 사회가 투명해 져서 그렇다. 옛날에는 그냥 하던 일이다.”라는 애매한 발언을 했다.

수술실에서의 대리수술이나 성추행이 과거에는 일상으로 일어났는데 과거에는 사회가 투명하지 않아서 안알려졌다는 말인가?

이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다른 뜻으로 말하려는 걸 잘못 말한 것인가? 하지만 다음 발언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강중구 부의장은 “정보가 공개되고 투명화되는 속도에 의사가 못따라 가는 측면이 있다. 의사의 교육이나, 자질이나, 저 자신도 못따라 간 면이 있다. 의사들이 의식 개선도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강중구 부의장은 수술실에서의 대리수술이나 성추행이 과거에나 지금이나 별차이 없고, 극소수만 일어났던 일이라고 주장하려던 것 같다. 하지만 표현이 미숙하고 부적절했다.

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논리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말하기이다. 청중은 누가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느냐에 집중한다.

수술이 의사의 사생활이라는 논리로 누구를 설득할 수 있겠나?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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