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기관에서 의료를 방해해 신고 및 고소당한 사람 3명 중 2명은 술에 취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라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1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료진 폭행ㆍ협박’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 7월 2일 전라북도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40대 취객이 의사를 폭행한 데 이어 경북 구미시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응급실 의료진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복지부를 통해 2017년 의료기관 기물파손 및 의료인 폭행ㆍ협박 사고 발생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최초로 공개했다.

복지부가 제출한 ‘2017년 응급의료 방해 등 관련 신고 및 고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의료인들은 주로 폭행(365건)과 위협(112건) 그리고 위계 및 위력(85건)으로 인해 피해를 받거나, 의료행위를 방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난동(65건), 폭언 및 욕설(37건), 기물파손 및 점거(21건), 성추행(4건), 협박(3건), 업무방해(2건), 기물파손(2건) 순으로 의료행위를 방해받고 있었다.

시ㆍ도별로는 경기도와 서울의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의료 방해 행위에 대한 신고 및 고소가 가장 많이 이뤄졌다.

뒤를 이어 경상남도 98건, 부산광역시 76건, 전라북도 65건, 인천광역시 60건, 충청북도 50건, 경상북도 45건이었고, 전라남도 39건, 부산광역시 35건이었고, 강원도(28건), 대전광역시(24건), 충청남도(21건), 대구광역시(19건), 제주특별자치도(15건), 광주광역시(14건), 세종특별자치시(1건)는 비교적 신고ㆍ고소 건수가 적었다.

응급의료종별로는 총 835건의 신고ㆍ고소 건수 중 지역응급의료기관이 3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가 294건, 권역응급의료센터 261건, 응급의료시설 31건 순으로 많았다.

특히 응급의료기관에서 의료를 방해해 신고 및 고소당한 사람의 67.6%가 주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893건의 신고ㆍ고소건수 중 604건에 해당하는 사건의 가해자가 주취 상태인 것으로 보아, 의료인들이 주취자에 의한 폭행 등에 두려움을 안고 의료행위를 해야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또, 응급의료 방해 등으로 피해를 본 의료인의 35.1%(254건)가 주로 여성으로 이뤄진 간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전라북도 익산과 경북 구미시에서 주취폭행을 당한 의사가 23.1%(254건)로 많았고, 보안요원(15.8%), 병원직원(15.4%)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이 중에는 환자(10건)나 119대원(3건) 그리고 보호자(3건)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응급의료 방해 등의 행위로 인해 신고 및 고소된 가해자의 대부분이 강력한 처벌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893건의 사건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93명이었고, 이중에서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단 2명에 불과하며,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25명이었다. 처벌 자체를 받지 않은 가해자는 214건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금지)와 제602조(벌칙)에 의거,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 진료를 폭행 등으로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복지부는 의료인 폭행 문제와 관련, 경찰청 등 관련 사법기관에 적극적인 법 집행 협조를 요청하고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력 예방 관련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료계는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김승희 의원은 “의료진 폭행ㆍ협박 행위는 진료방해 행위로 이어져 자칫 다른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라며,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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