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지난 20일 일명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된 데 대해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회를 향해 ‘독소조항 제거’ 운운하며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며, ‘혁신성장’으로 포장한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규제프리존법ㆍ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와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공동행동는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회에서 어제 박근혜-최순실-대기업 간 뇌물거래의 상징인 핵심 청부법안 ‘규제프리존법’이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됐다.”라며, “법안 명칭도 ‘규제프리존’을 한글로 바꾼 ‘규제자유특구’법으로 결정됐다. 뭐가 캥기는지 남북정상회담으로 국민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라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규제 프리 지역 특화 특구법’ 통과 시도 규탄 긴급 기자회견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규제 프리 지역 특화 특구법’ 통과 시도 규탄 긴급 기자회견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이를 생명ㆍ안전 규제를 무력화해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도 안철수 후보의 규제프리존법 찬성 입장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낸 것’이라며 반대했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완화를 외치며 이 법을 부활시켰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은 “법안이 통과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이 법의 독소조항이 제거되고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규제자유특구법 자체가 여전히 심각한 독소다.”라고 주장하며, 자유한국당 등과 함께 이 법을 통과시켜 준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이들은 먼저, 법안의 ‘우선허용ㆍ사후규제’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자유특구법은 기업이 요구하는 ‘지역전략산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하는데,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일부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의 설명을 받아쓴 듯 ‘신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이 국민의 생명ㆍ안전에 위해가 되거나 환경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법의 문구가 안전장치이며 의료 영리화 금지 규정이라고 쓰고 있다.”라며, “하지만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전부터 이것이 구체적 제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고, ‘생명ㆍ안전 위협’이라는 판단이 자의적으로 내려질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이 “제한해야 한다”라고 뒀던 강제조항조차도 최종 법률에는 “제한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후퇴됐다면서,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한 말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임시 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는 탐욕스런 기업의 고삐를 풀고 국가의 안전규제 의무를 무력화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규정은 국가가 맡아야 할 기업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포기하고 우선 국민이 사용하게 한 후 사후 규정을 만들겠다는 가장 심각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기업 돈벌이를 위해 국민을 유해 물질에 노출시키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이 조항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라돈침대 사건, 독성 생리대 사건 등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재앙을 일으킬 법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면서 “원칙 조항이기 때문에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된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광범한 규제 완화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이 규정은 전혀 삭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생색내며 제시한 ‘안전장치’도 누더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임시 허가 제도는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한다고 해 사실상 기간이 무한대로 늘어났으며, ‘임시 허가’와 ‘실증을 위한 특례’ 모두 고의ㆍ과실이 없어도 기업이 피해자에게 보상을 한다던 ‘무과실 책임 원칙’을 없앴다는 것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안전장치’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며 기간 제한도 전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해 왔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은 그마저도 대부분 지키지 못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들은 규제자유특구에서 지역전략산업에 대한 무한대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안에는 ‘민간기업은 시도지사에게 규제자유특구(규제프리존)을 제안할 수 있고 시ㆍ도지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민간기업이 원하기만 하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산업에 대해 고삐 풀린 무규제 제품생산과 돈벌이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임시 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 각종 규제 특례를 적용받으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법안의 부칙 3조에 따르면, ‘2015년 12월에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지역전략산업’을 계승할 수 있다며, 박근혜 정권이 기업들에게 뇌물을 받고 기업과 산업, 지역을 연결해 규제프리존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적폐가 계승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이유를 들며, “일부 언론이 쓰듯 ‘보건의료 규제완화가 배제’됐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역전략산업으로 보건의료 관련 산업ㆍ사업이 지정되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관련 규제가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지정된 대로 강원도에는 스마트헬스케어(원격의료) 규제가 완화되고, 충북과 대전에는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같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하는 의약품이 규제완화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울산은 3D 프린터로 의료기기를 만들어서 규제를 피하겠다고 공공연히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서 만든 의료기기ㆍ의약품은 전국의 환자에게 적용된다. 여전히 우리가 처음부터 지적한대로 보건의료를 상업화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할 법안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일부 문제 조항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이는 이 법안의 핵심이 아니다. 노동ㆍ시민사회단체는 이 법의 원칙 조항이 문제라고 오래 전부터 분명히 주장해 왔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언론을 호도하며 생명ㆍ안전을 지키는 법안이며 의료 영리화 우려를 해소했다고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개별 특례조항도 개인정보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규제프리존법안을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고 사실상 폐기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한 것이다.”라며.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외 조항을 먼저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정보를 보호할 법제를 무력화하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며, “신기술 역시 예외 없이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추진했고, 규제자유특구법(규제프리존법)은 그 핵심 법안이었다. 이제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적폐법안’이라고 했던 법을 자신들의 손으로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기업 돈벌이를 시키는 것이 혁신성장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은 박근혜 ‘창조경제’와 명칭만 다른 ‘혁신성장’이란 이름의 사회공공부문 민영화·규제완화 정책 일반을 중단해야 한다.”라며, “규제자유특구법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파괴하고 이를 경제성장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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