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군ㆍ구별로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의무화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의료기관(종합병원급)이 없는 경우에는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하되, 이에 소요되는 경비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법안에 대해 정부와 국회 모두 난색을 표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태흠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5월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법에서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관할 지역 내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진료를 위해 종합병원 또는 병원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의무가 아니고, 지정 개소수도 제한돼 있지는 않다. 이에 따라 지역응급의료기관이 다수 지정돼 있는 시ㆍ군ㆍ구가 있는 반면,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ㆍ군ㆍ구도 있다.

또, 일부 시ㆍ군 지역의 경우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지정기준에 맞는 시설ㆍ인력 및 장비 등을 갖춘 종합병원 또는 병원이 부족해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없는 등, 응급의료 체계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대해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의무화하고, 기준에 맞는 시설 등을 갖춘 종합병원 또는 병원이 없는 경우에는 관할지역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가는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ㆍ운영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보건당국은 지자체의 상황과 수요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지, 일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곤란하며, 의료인력 수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지역 내 의료자원 현황 및 지역 주민의 응급의료 수요를 고려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응급의료기관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지역 내 응급의료 수요가 없거나 근거리에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토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 보건소의 응급의료기관 지정은 공중보건의 인력 수급 상황 및 보건의료원 운영 가능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취약지의 응급의료체계 공백을 해소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보인다.”라면서도,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지정돼 있지 않은 시ㆍ군ㆍ구라도 해당 지역 내에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지정돼 있거나, 인근 행정구역에 응급의료기관이 소재한 지역의 경우에는 응급의료 접근성이 낮다고 볼 수 없어 모든 시ㆍ군ㆍ구에 대해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응급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ㆍ군ㆍ구는 총 59개인데, 이 중 권역ㆍ지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경우가 31개이고, 권역ㆍ지역응급의료센터가 없는 28개 지역의 경우에도 도심권 지역(서울시 마포구, 경기도 과천시 등)은 인근 행정구역에 응급의료기관이 소재하고 있어 응급의료 취약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ㆍ군ㆍ구 현황(2018년 5월 기준)*자료: 보건복지부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ㆍ군ㆍ구 현황(2018년 5월 기준)*자료: 보건복지부

또한 전문위원실은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건소에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시설ㆍ인력ㆍ장비 등을 갖춰야 하므로 이에 소요되는 재정적 부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취약지역의 경우에는 특히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확보가 어려워 재정적 지원이 있더라도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료법’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또는 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크게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3개 유형의 기관으로 구성ㆍ운영되고 있다.

각 기관은 지정목적과 기능, 지정요건(기준), 지정권자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를 담당하며,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 중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의 진료 및 (중증)응급환자의 적절한 전원 및 이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소관 시ㆍ도 종합병원 중에서 시ㆍ도지사가,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소관 시ㆍ군ㆍ구 종합병원 또는 병원(시ㆍ군의 경우) 중에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지정한다.

현재(2018년 5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16개,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57개가 지정돼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이며, 전문응급의료센터는 2개가 지정돼 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