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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반대한다[창간 칼럼]충청북도의사회 안치석 회장
헬스포커스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8.09.27 6:0

의사는 원격진료를 반대한다. 원격진료는 의사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다. 뜬금없이 원격진료를 시행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4대중점 악법’으로 꼽았던 원격의료를 왜 지금 와서 불러낼까 그 속이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시절 보건의료 시만단체와 함께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약집에도 ‘원격의료는 의료인 간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은 “도서벽지 환자의 원격의료는 선한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산업화의 일부로 원격의료를 고려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격진료를 추진한다고 한다.

특정 병원이나 의료기기 사업 육성 전략이 아니라 단지 환자에 대한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군부대와 원양어선, 교정시설, 도서벽지 4개 유형으로 제한해서 원격진료를 설계했다고 한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대상 환자군 숫자 차이뿐 실제 내용은 ‘도긴개긴’이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한 여당 국회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원격진료의 대상은 8만여명’이라고 말했는데 보건복지부는 한술 더 떠 ‘전국에서 836만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의사가 반대하는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이다. 글로벌 원격의료의 기술과 산업효과를 의사가 단지 제 밥그릇 챙기려 반대한다고 말하면 서운하다. 의사는 기술적 진보를 거부하는 ‘러다이트 운동’의 후예가 아니다.

원격진료를 하려면 먼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야한다. 환자가 스스로 활력징후 등 기본 신체 데이터를 측정할 웨어러블 또는 포터블 기계도 구입해야 한다. 혈압계, 혈당측정기, 심전도기 등 복잡하다. 통신사 가입하고 어플도 깔고 월사용료도 내야한다.

도서벽지엔 노인이 주로 산다. 그들이 몇 백만원의 큰 돈을 들여 집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원격진료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다루기 어렵고 돈과 시간 또한 낭비다.

주민을 방문진료하고 병원선과 응급헬기를 운영하며 커뮤니티 케어를 활성화하는 방향이 더 가성비가 좋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려면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아무리 고해상도 모니터와 성능 좋은 음향장비를 구비해도 의사가 직접 환자 앞에서 묻고 보고 듣고 두드려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만약 불안정한 네트워크에 모니터 화질이 나쁘며, 냄새도 못 맡고 소리와 소음을 구별못하는 컴퓨터로 진단하고 치료했을 때 오진과 잘못된 처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투약 부작용 가능성을 의사가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 기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의사가 통신회사나 스마트폰 회사를 대신해서 설명해야 한다.

게다가 가뜩이나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 중요한데 유출이라도 되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싫다.
 
국내산업계에서는 원격의료 허용으로 7,000~8,000개의 일자리와 37만명의 신규 취업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의료기기 제조회사, 통신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회사, 음향 영상 부분에서 일자리 창출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격진료로 간호사와 검사실 등 진료 보조인력이 일하던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된다. 의협은 원격진료 시행으로 의료부문 일자리가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군부대는 원격진료 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유사시 대비 후송체계를 확립하고 후방 민간병원과의 협진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군진의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

전국에 50여개의 교정시설이 있다. 교정시설내 재소자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격진료를 도입한다고 한다.

오래 전 안양교도소 시범사업이후 원격진료의 효용성에 대해 긍정적인 데이터가 없다.

교정병원 설립을 통해 의료인프라를 만들어 수용자의 의료요구를 해결해야 한다. 교정의무관과 민간의료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의사가 직접 치료를 하는 것이 재소자를 보호하고 교정시설내 사고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재소자 인권차원에서 고려할 사안이다.

원격진료는 의료전달체계를 망가뜨린다. 준비 안된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 특히 서울 빅5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최근 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자본력이 있고 ICT 기술이 뛰어난 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극심해 질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온라인 클릭 한번에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울 대형병원과 연결된 의사만 살아 남을 것이다.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ICT 헬스케어의 선도산업으로 원격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누군가 대통령에게 감동을 줬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월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러협력 MOU를 맺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중 하나 시베리아 철도 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KT 원격의료 사업이 있다.

그리고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분당 서울대 헬스케어 혁신파크를 방문하고 난 후 “원격의료는 선한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쉬지않고 꼬박 달려 일주일이 걸리는 거리라 러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원격진료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그래도 현 정부의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의료영리화 원격의료 모델을 근간으로 착하다는 말을 보태는 선에서 입장정리가 되니 유감이다.

당ㆍ정ㆍ청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한 목소리로 ‘착한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한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올 초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해 원격진료를 가능하도록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평소 원격의료 반대를 신념처럼 주장한 일부 보건의료 시민단체 인사는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기업을 위한 것이다.”라고 비난하면서도 눈을 감고 싶어한다.

의사만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의사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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