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전용 응급실 분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의료계가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회 역시 필요성엔 동의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이행방안을 제안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7월 24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 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과 성인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을 따로 설치ㆍ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이태규 의원은 “현재 대부분의 응급실은 성인과 소아를 구분하지 않고 운영함으로써 소아환자가 중증의 교통사고 환자나 상해환자의 모습을 목격하고 공포 또는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소아에게는 응급실에서의 2차 감염도 우려되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아는 원인진단과 치료방법, 장ㆍ단기 예후가 성인과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응급실의 운영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과 같이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현행 응급의료법에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보다 확충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적절한 소아응급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는 별도의 진료구역의 설치 뿐만 아니라 소아응급진료를 위한 인력, 장비 등의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회는 “현재 설치된 소아응급전문센터도 의료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규 센터 모집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개정안은 별도 시설 공사 수요만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 역시 “소아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라면서도 “개정안과 같이 소아전용응급실 확보를 의무화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이행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소아전용응급실을 별도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응급의료기금(국고)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10개 응급의료기관 뿐이고, 소아응급환자를 다룰 수 있는 전담전문의도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응급의료기금 지원 현황에 따르면, 소아전용응급실을 운영 중인 의료기관 10개소에 대해 개소당 1억 4,400만원을 지원했으며, 소아전용응급실 전담전문의 및 간호사 인건비(급여, 당직비)로만 집행됐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과 같이 일정규모 이상의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소아전용응급실의 설치를 의무화하기보다는 소아전용응급실을 설치ㆍ운영하는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아전용응급실의 확대를 도모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성인응급실과 소아응급실의 분리 운영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라면서도, “세부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되, 소아응급실 설치 의무 제외 대상 기준은 ‘규모(병상수)’보다는 ‘응급의료기관 종별(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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