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의료계 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도 일회용 의료용품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하고, 수가에 대한 검토도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지난 6월 29일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하고,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의료기관의 일회용 의료용품에 관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순례 의원은 “현행법은 의료기기 등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감염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의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최근 한 대형종합병원에서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과 같이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언론보도를 통해 요도삽입관, 레이저 시술용 바늘 등과 같은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만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개정안을 통해 환자의 안전 확보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수)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에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보건당국, 국회 전문위원실 모두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회용 의료용품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하고, 관련수가 검토도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일회용 의료용품을 재사용하여 발생 가능한 감염 사고 등을 방지하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개정안은 재사용 금지 대상인 일회용 의료용품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일회용 의료용품을 재사용하는 경우 현행법에 따라 의료인의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처분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은 한 번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되거나 한 번의 의료행위에서 한 환자에게 사용해야 하는 의료용품으로서 사람의 신체에 의약품, 혈액, 지방 등을 투여ㆍ채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사침, 주사기, 수액용기와 연결줄 등을 포함하는 수액세트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의료용품으로 규정돼 있다.

또, 현행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를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해 사용되는 기구ㆍ기계ㆍ장치ㆍ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른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를 때 ‘의료용품’을 의료기기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적 측면, 의료폐기물 등 환경적 측면, 의료기관의 경영적 측면 등을 고려해 일회용 의료용품 중 재처리가 가능한 품목이나 방법 및 수가 등에 관한 검토를 선행해 재사용 금지 대상이 되는 일회용 의료용품의 범위를 선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재사용 가능 의료기기 목록과 종류, 재처리방법, 재처리 시설허가관리, 재사용 의료기기 추적관리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도 “의료감염 사고 예방 등 환자안전을 위해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일회용 의료용품’의 정의가 불명확하므로 이를 의료기기법령상 ‘일회용 의료기기’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허가ㆍ신고ㆍ심사 등에 관한 규정’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18-52호 제2조(정의) 이 규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따르면, ‘일회용 의료기기’란 한 환자에게 한 번 사용할 목적 또는 한 번의 시술과정에서 한 환자에게 사용할 목적인 의료기기를 말한다. 다만,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는 한 번의 검사과정에서 사용할 목적인 경우를 말한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법 개정에 앞서 정부의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종합대책’에 제시된 수가산정 기준작업을 선행하고, 의료폐기물 증가 등에 따른 재사용 금지대상 의료용품을 선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으로 직ㆍ간접적인 악결과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없거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처벌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일회용 의료용품의 정확한 정의와 품목, 범위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가 현실화 또는 환자의 비용부담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관련 법안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도 다나의원 사태를 계기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안전성 문제 없이 재사용 가능한 일회용 의료기기에 대한 정의 및 수가 문제 등을 이유로 상임위 통과시 원안의 ‘일회용 의료기기’ 대신 ‘일회용 주사기’로 한정해 재사용을 금지시킨 바 있다.

당시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현실적으로 일회용이라는 표기를 보통 생산하는 경우에 허가를 받으면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기기들도 일회용으로 분류돼 있는 경우가 있다고 저희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주사기 같은 경우는 반드시 일회용이지만, 정형외과에서 사용하는 드릴 등의 의료기기는 소독 지침 등에 따라 재사용이 가능하다.”라며, 의료계의 지적을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 의사 출신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도 일회용 의료기기의 정의와 수가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일회용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를 받을 때 복지부가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업자가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의 자체부터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6월 28일 발표한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통해 “현재 일회용 주사용품에 한정된 재사용 금지 규정을 일회용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재사용 금지로 확대하기 위해 관련 수가 및 분류방안, 재사용 가능 의료기기의 재처리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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